[주장] '전국정당' 된 더민주? 잘못된 생각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평가] 난처한 입장에 빠진 문재인, 대권가도 어떻게 될까

등록 2016.04.15 11:27수정 2016.04.1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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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영령앞에 무릎 꿇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과 함께 지난 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를 하던 중 무릎을 꿇고 있다. ⓒ 이희훈


새누리당이 과반은 고사하고 제1당마저 내주는 참패를,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으로 올라서는 나름의 성공을, 국민의당이 4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해 무난하게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면서 20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새누리당 공천과정을 뒤흔들었던 이한구(공천관리위원장)가 결국 총선판 전체를 뒤흔드는 격이 되었고, 새누리당의 참패를 초래하는 원흉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새누리당의 공천이 시작될 때만 해도 그렇게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지 예상 못했다. 또한 청와대를 등에 업고 손에 피를 묻히며 비박을 무참하게 잘라 내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와 '친박' 최고위원들의 위세를 배경으로 무참한 공천학살을 자행하고 홀연히 외국으로 떠나 버렸다. 그러다가 선거 막바지에 민심의 이반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새누리당 지도부는 대구지역 등에서 읍소작전을 벌이면서 자신들의 공천 잘못을 사과하기도 했다. 후보들에 따라서는 죄를 자청하면서 함거에 들어가거나, 백의를 입고 엎드려 큰 절을 해대는가 하면, 지하철에서 앵벌이 수준으로 부복하는 후보들도 있을 정도였다.그렇지만 그러한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성난 민심을 돌리지 못하였다.

이번 선거는 이한구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살리고, 안철수의 단일화 거부가 오히려 새누리당 표를 잠식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에서 지지기반을 상실하여 문재인의 대선도전이 녹록지 않은 것임을 보여주었다.

김종인 대표는 자신이 비례대표 2번을 차지함으로써 위기를 자초하였고, 선거운동 내내 이렇다 할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고전하였다. 100석도 얻기 어렵다는 여론조사의 결과가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선거 후 그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걱정하는 정도였다.

안철수 대표의 경우에도 야권단일화를 거부하여 야권의 선거패배를 초래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면서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선거막바지에 호남을 방문해서 자신에 대한 호남의 지지가 철회된다면 대권도전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호남민심을 되돌리려 고군분투하였지만 결국 호남 민심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새누리의 참패, 정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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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국회를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새누리당의 참패는 정상적인 선거라면 당연히 예상할 수 있었다. 국회를 무시하고 일방독주를 강행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태도, 그러한 대통령에 대하여 올바른 조언을 하지 못한 채로 그저 끌려만 가면서 청와대의 지시를 그대로 수행하는 듯한 새누리당의 난맥상,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청와대의 뜻에 어긋나는 사람은 기어코 잘라내고야 말겠다는 공천과정의 분탕질, 어느 국민이 이러한 모습의 정당을 지지하겠는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3권분립의 원칙이 철저히 무시되고, 국회가 단순히 행정 각부처럼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보수세력과 영남지역 기반이라는 확고한 지지층을 염두에 두면서 어떤 경우에도 과반수 득표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세계 유래 없는 '막장 공천'을 진행하고도 아무런 두려움이 없었던 이유다. 입으로는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하겠다면서도 이는 선거때의 구호에 불과하고 실상으로는 청와대의 최고권력자에 부복하는 모습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민주국가에서 정치인이 보여야 할 자세에서 벗어난 것이다.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경우에도 결코 '승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입장이다. 텃밭인 호남에서 참패를 하였고, 비록 수도권에서 승리하였지만 호남세력의 전략적 투표에 힘입은 것이어서 확고한 지지기반을 얻었다고 볼 수는 없다. 만일 국민의당 후보가 경쟁력 있는 사람이었더라면 상당한 고전을 면치 못하였을 것이다. 새누리당 후보는 도저히 찍어줄 수 없고, 그러다 보니 될 만한 다른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가 선택된 것이다. 더욱이 수도권에 출마한 국민의당 후보들은 지역적 기반이나 개인적인 역량 등에 있어서 경쟁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들이 득표력을 높일 수 있었던 셈이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수도권에 있는 호남세력들이 지역구 선거에 있어서는 압도적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를 했다는 점이다. 그것이 새누리당 후보들을 떨어뜨릴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도 정당투표에 있어서는 상당 부분 국민의당에게 표를 던졌음이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례대표 투표에 있어서는 국민의당이 더불민주당보다 더 많은 득표율을 보였던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세력의 이탈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받아들여야 한다. 호남이 국민의당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지역적으로 고립되었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의당이 호남 자민련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오만은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최대 승리자 국민의당

국민의당은 이번 선거에 있어서 최대의 승리자다. 안철수 대표는 확고한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자신의 정치적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선거초반만 하더라도 야권 단일화를 단호하게 거부함으로써 민주개혁세력의 최대 공적으로 자리매김되었다. 새누리당이 압도적으로 의석수를 차지할 경우 모든 책임을 뒤집어써야 하는 상황에 몰릴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선거결과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으로 올라섰으며, 국민의당도 40석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자신들의 위치를 확고히 하였다. 더욱이 비례대표 의석을 결정짓는 정당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앞섬으로써 더욱 상승세를 탈 입장이다.

과거의 선거에 있어서는 국민들의 선택지가 좁았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 있어서는 제3의 정당인 국민의당이 있었다. 비록 야권이기는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비해서 온건하고, 합리적으로 보이면서 어느 정도 보수적인 색깔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마지못해 새누리당에 투표를 해왔지만 이번에는 과감하게 국민의당을 지지하게 된 것이다.

과거 선거를 생각해보면 이번 선거의 특징은 야권에 대한 득표율이 매우 높은 반면 새누리당에 대한 득표율은 크게 떨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야당 지지 성향의 사람들이 전략적으로 당선가능성이 높은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고, 새누리당을 이탈한 세력들이 국민의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야권단일화가 이루어졌다면 새누리당에서 이탈한 여권성향의 표가 단일화된 야권후보에게 가지 않았을 선택이다. 결과론적으로 안철수의 야권단일화 거부가 새누리당 성향의 표를 가져오는 효과를 낳은 셈이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강력한 지지기반을 확보했지만 반문재인 정서를 타고 얻은 임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언제든지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호남에서 바라는 것은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패거리문화를 없애라는 것,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오만에 대하여 단호하게 싸워달라는 것, 극심한 호남차별을 몸으로라도 막아달라는 것이다. 그만큼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친노세력과 같은 폐쇄적인 모습으로 정당을 운영해서는 언제 지지를 회수당할지 모르는 조건부 지지라고 봐야 한다.

'대선후보' 문재인 입지 탄탄해졌다?

일부 친노세력은 호남이 고립되어 '자민련'의 길을 걷게 되었을 뿐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전국정당의 길을 걷게 됐고, 그래서 문재인의 대선후보로서의 입지는 더 탄탄해진 것이라고 말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수도권의 호남세력은 여전히 문재인으로 대변되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호남 거주민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호남세력의 생각이 다르지 않다. 호남세력이 수도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응징한 것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호남지역의 경우 어떤 경우에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 놓고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한다. 수도권의 경우에는 표의 분산이 이루어질 경우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게 되므로 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지지한다. 그래서 반사적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선택된 것이다. 국민의당 후보 중에서 조금이라도 당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는 막대한 득표력을 보였고, 심지어 관악에서는 국민의당 김성식이 당선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총선 결과에 따라 거물 정치인들이 희비의 쌍곡선을 긋고 있다. 강력한 대선주자의 반열에 오르는가 하면 대선주자의 지위는 고사하고 정치생명이 위협받은 지경에 이른 후보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난처한 입장에 빠진 후보는 문재인이다. 대선주자 1위의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하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내세운 영입인사들이 대거 살아 돌아온 저력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지지기반인 호남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호남에서의 지지기반을 회복하지 않고서는 무의미한 대선주자이고 결코 정권을 창출할 수 없음을 스스로 잘 알고 있을 터이다. 앞으로 국민의당과 안철수가 호남에서 지지를 그대로 유지해 가느냐, 아니면 문재인과 같은 민심이반으로 그 지위가 흔들리냐의 여부에 따라서 문재인의 대선등불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총선평가 #국민의당 교섭단체 #더불어민주당 호남 #이한구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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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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