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영광
최근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에서 개인의 통신 자료 제공내역을 무차별적으로 조회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기자와 PD 등 언론인의 통신 자료 내역 조회가 심각하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PD 등 조합원에 대한 정보·수사기관 통신자료 제공내역 실태를 조사한 결과, 17개 언론사에서 91명의 조합원에 대해 통신내역 조회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11일 비영리 사단법인인 오픈넷에서 만났다. 또 지난 3월 31일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성매매 방지 특별법 '합헌' 결정에 대해서도 들어보았다. 다음은 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통신자 신원제공, 프라이버시 문제 7년 만에 이슈화- 최근 국정원 등 수사기관에서 개인의 통신 자료 제공내역을 무차별적으로 조회해서 논란이 되는데."요즘 언론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통신 내역 조회는 아니에요. 무슨 말이냐면, 예를 들어 제가 피의자라서 제 통신내역을 조회하면 저와 통화한 전화번호가 나오죠. 그럼 그 전화번호가 누구의 번호인지 확인하는 '통신자 신원조회'가 이뤄지는 겁니다.
우리나라 법은 통신자 신원조회를 영장 없어 자유롭게 하도록 해놨거든요. 그러니 국가기관에서도 맘 놓고 요구하고,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하는 통신사들도 100% 수용하고 있어요. 결국 통신자 신원 제공이 매년 늘어나 2008년도엔 20만~50만 건이었는데 2012~2014년엔 평균 1000만 건이 벌어진 거죠.
수사기관은 신원정보만 확인하는 건 영장 없이 할 수 있지 않냐고 해요. 예를 들어 제 통신내역을 확인하려면 법원 명령을 받아서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거꾸로 통신 내역이 있고 A와 B의 통화가 있지만, A는 알겠는데 B가 누군지 몰라서 확인하겠다는 건 영장 없이 가능해요. 결국 A와 B의 입장에서는 자기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것도 법원의 통제 아래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겁니다."
- 이로 인한 피해는 뭔가요?"'프라이버시'라는 게 구체적 피해가 있는 건 아니죠. 예를 들어 제 누드사진이 공개됐다고 해서 직접적인 피해를 보진 않아요. 하지만 저에 대한 평가가 달라잘 수 있죠. 이것처럼 제가 누구와 통화했다는 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된다면 저에 대한 수사기관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죠.
저도 통신자료 제공 여부를 확인해 봤는데 세월호 수사와 관련해서 인천검찰에서 제 신원 확인을 했어요. 그 얘기는 세월호 수사의 대상이던 사람들의 통신내역을 확인해 보니 저와 통화한 내역이 있다는 거죠. 그런데 저는 수사받은 사람들과 관계가 없고 전혀 통화한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누구의 통신자료에서 나왔는지 궁금해요. 제가 누군가와 통신했다는 통신내역 한 건이라도 수사기관이 아무런 통제 없이 가져갔다는 게 피해가 되겠죠."
- 기자들의 통신 자료가 털렸던데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러워요."심각한 문제죠. 예를 들어 어떤 기자가 취재원을 밝히지 않고 보도했다면,(수사기관에서) 취재원을 밝히려고 기자의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받아갈 수 있거든요. 취재원을 밝히지 않고 보도할 수 있는 자유는 언론 자유의 핵심이에요. 익명의 소스에 근거해서 보도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권리인데 이 부분이 침해되는 것 같아 매우 엄중한 상황인 것 같아요."
- 의도는 뭐라고 보세요?"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통신자 신원확인을 영장 없이 할 수 있게 한 건 오래 전에 만들어진 법이에요. 과거 유선전화만 있을 땐 전화번호부가 있어서 번호만 알면, 좀 힘들겠지만 그 번호가 누구의 것인지 육안으로 찾을 수 있었잖아요. 그때 육안으로 힘들게 찾지 않고, 번호를 통신사에게 알려 달라고 하려고 수사 편의를 위해 만든 법이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휴대폰을 다 가졌고, 휴대폰을 자기 분신처럼 가지고 다니고 아무에게나 번호를 안 알려주잖아요. 원래는 프라이버시 보호 범위에 없었는데 이제는 프라이버시 범위에 들어온 거죠. 그래서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법이 악용되고 있는 거죠."
- 남용하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요?"수사 편의 때문이죠. 어떤 수사를 하느냐에 따라 수사의도가 다르잖아요. 대부분 통신자료 제공은 정당한 수사에 활용될 겁니다. 그런데 피의자의 핸드폰을 입수하고 전화번호부에 있는 번호를 전부 확인하는 건 필요가 있을 때만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기소가 이뤄지는 건수가 1년에 20만 건 정도예요. 거기엔 모욕죄 등을 다 포함하는 건데 그런 것까지 다 통신자료를 제공할 필요는 없거든요."
- 외국은 우리나라의 60분의 1이라던데.
"영장 없는 통신자료 제공은 미국에서도 많이 이뤄지고 있어요. 2013년 데이터를 맥키 상원의원이 이통사로부터 받은 바 있어요. 다는 아니지만 몇몇 이통사가 데이터를 줬어요. 그걸 시장점유율을 토대로 계산했을 때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인구 대비 60배는 많이 한다는 비교치를 얻었어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수사에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 대책은 뭔가요?"작년 11월에 오픈넷과 참여연대가 유엔인권위원회 대한민국심사에 NGO 대표로 참여해 이 문제를 지적했어요. 유엔인권위에서도 '영장 없는 통신자료제공 제도는 인권침해이다'라며 법을 개정하라는 권고를 대한민국에 내렸습니다."
- 그럼 어떻게 법을 개정해야 하죠?"시대가 바뀌어서 영장을 통해 하는 게 맞아요. 제 핸드폰 안의 내용을 보려면 영장을 가져와야 하거든요. 핸드폰 안에 들어있는 건 비밀이기 때문인데, 익명 통신의 경우 제 신원정보도 비밀일 수 있거든요. 통신의 내용이 영장으로 보호된다면 신원정보도 영장으로 보호되어야죠.
예를 들어 제 가방에 신분증이 있는데 이걸 꺼내보고 싶으면 영장을 가져와야 해요. 그처럼 제가 익명으로 누구와 통화했는데 통신자가 저인지 알려면 통신사로부터 신원 제공을 받아야 하잖아요. 통신자가 신원정보를 보관하는 것이나 제 가방에 제 신분증을 보관하는 것이나, 비밀을 보려면 마찬가지로 영장이 있어야 해요."
- 얘기를 들어보면 지금 당장 '피해'라는 게 확 와닿지 않고 국가가 강제로 하는 것도 아니어서 이슈를 만들어내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제 개인적으로는 참 반가운 일이에요. 제가 통신자료 제공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게 지난 2009년부터였거든요. 막상 문제 삼으려 하니 참 하기 어려웠던 게, 법 상에 '해야만 한다'가 아니고 '할 수 있다'고만 돼 있어요. 그래서 국가 책임이 아닌 게 되어 버리는 거죠.
또, 사업자는 법이 허용한 부분이라 사업자 책임도 아닌 게 돼버려 양쪽 다 책임을 지지 않았어요. 결국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만 나락으로 떨어진 거죠. 이용자들이 들불처럼 일어나서 도의적으로 싫다는 입장 표명을 해야 하는 문제였던 거죠. 결국 7년 만에 이런 상황이 도래해서 반갑고 계속 이런 운동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성 제공자 처벌 않는 게 세계적 추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