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도 통신사도 책임 안 지는 '통신사 신원제공'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315]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록 2016.04.17 16:05수정 2016.04.2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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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영광

최근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에서 개인의 통신 자료 제공내역을 무차별적으로 조회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기자와 PD 등 언론인의 통신 자료 내역 조회가 심각하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PD 등 조합원에 대한 정보·수사기관 통신자료 제공내역 실태를 조사한 결과, 17개 언론사에서 91명의 조합원에 대해 통신내역 조회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11일 비영리 사단법인인 오픈넷에서 만났다. 또 지난 3월 31일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성매매 방지 특별법 '합헌' 결정에 대해서도 들어보았다. 다음은 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통신자 신원제공, 프라이버시 문제 7년 만에 이슈화

- 최근 국정원 등 수사기관에서 개인의 통신 자료 제공내역을 무차별적으로 조회해서 논란이 되는데.
"요즘 언론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통신 내역 조회는 아니에요. 무슨 말이냐면, 예를 들어 제가 피의자라서 제 통신내역을 조회하면 저와 통화한 전화번호가 나오죠. 그럼 그 전화번호가 누구의 번호인지 확인하는 '통신자 신원조회'가 이뤄지는 겁니다.

우리나라 법은 통신자 신원조회를 영장 없어 자유롭게 하도록 해놨거든요. 그러니 국가기관에서도 맘 놓고 요구하고,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하는 통신사들도 100% 수용하고 있어요. 결국 통신자 신원 제공이 매년 늘어나 2008년도엔 20만~50만 건이었는데 2012~2014년엔 평균 1000만 건이 벌어진 거죠.

수사기관은 신원정보만 확인하는 건 영장 없이 할 수 있지 않냐고 해요. 예를 들어 제 통신내역을 확인하려면 법원 명령을 받아서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거꾸로 통신 내역이 있고 A와 B의 통화가 있지만, A는 알겠는데 B가 누군지 몰라서 확인하겠다는 건 영장 없이 가능해요. 결국 A와 B의 입장에서는 자기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것도 법원의 통제 아래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겁니다."

- 이로 인한 피해는 뭔가요?
"'프라이버시'라는 게 구체적 피해가 있는 건 아니죠. 예를 들어 제 누드사진이 공개됐다고 해서 직접적인 피해를 보진 않아요. 하지만 저에 대한 평가가 달라잘 수 있죠. 이것처럼 제가 누구와 통화했다는 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된다면 저에 대한 수사기관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죠.


저도 통신자료 제공 여부를 확인해 봤는데 세월호 수사와 관련해서 인천검찰에서 제 신원 확인을 했어요. 그 얘기는 세월호 수사의 대상이던 사람들의 통신내역을 확인해 보니 저와 통화한 내역이 있다는 거죠. 그런데 저는 수사받은 사람들과 관계가 없고 전혀 통화한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누구의 통신자료에서 나왔는지 궁금해요. 제가 누군가와 통신했다는 통신내역 한 건이라도 수사기관이 아무런 통제 없이 가져갔다는 게 피해가 되겠죠."

- 기자들의 통신 자료가 털렸던데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러워요.
"심각한 문제죠. 예를 들어 어떤 기자가 취재원을 밝히지 않고 보도했다면,(수사기관에서) 취재원을 밝히려고 기자의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받아갈 수 있거든요. 취재원을 밝히지 않고 보도할 수 있는 자유는 언론 자유의 핵심이에요. 익명의 소스에 근거해서 보도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권리인데 이 부분이 침해되는 것 같아 매우 엄중한 상황인 것 같아요."


- 의도는 뭐라고 보세요?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통신자 신원확인을 영장 없이 할 수 있게 한 건 오래 전에 만들어진 법이에요. 과거 유선전화만 있을 땐 전화번호부가 있어서 번호만 알면, 좀 힘들겠지만 그 번호가 누구의 것인지 육안으로 찾을 수 있었잖아요. 그때 육안으로 힘들게 찾지 않고, 번호를 통신사에게 알려 달라고 하려고 수사 편의를 위해 만든 법이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휴대폰을 다 가졌고, 휴대폰을 자기 분신처럼 가지고 다니고 아무에게나 번호를 안 알려주잖아요. 원래는 프라이버시 보호 범위에 없었는데 이제는 프라이버시 범위에 들어온 거죠. 그래서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법이 악용되고 있는 거죠."

- 남용하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요?
"수사 편의 때문이죠. 어떤 수사를 하느냐에 따라 수사의도가 다르잖아요. 대부분 통신자료 제공은 정당한 수사에 활용될 겁니다. 그런데 피의자의 핸드폰을 입수하고 전화번호부에 있는 번호를 전부 확인하는 건 필요가 있을 때만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기소가 이뤄지는 건수가 1년에 20만 건 정도예요. 거기엔 모욕죄 등을 다 포함하는 건데 그런 것까지 다 통신자료를 제공할 필요는 없거든요."

- 외국은 우리나라의 60분의 1이라던데.
"영장 없는 통신자료 제공은 미국에서도 많이 이뤄지고 있어요. 2013년 데이터를 맥키 상원의원이 이통사로부터 받은 바 있어요. 다는 아니지만 몇몇 이통사가 데이터를 줬어요. 그걸 시장점유율을 토대로 계산했을 때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인구 대비 60배는 많이 한다는 비교치를 얻었어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수사에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 대책은 뭔가요?
"작년 11월에 오픈넷과 참여연대가 유엔인권위원회 대한민국심사에 NGO 대표로 참여해 이 문제를 지적했어요. 유엔인권위에서도 '영장 없는 통신자료제공 제도는 인권침해이다'라며 법을 개정하라는 권고를 대한민국에 내렸습니다."

- 그럼 어떻게 법을 개정해야 하죠?
"시대가 바뀌어서 영장을 통해 하는 게 맞아요. 제 핸드폰 안의 내용을 보려면 영장을 가져와야 하거든요. 핸드폰 안에 들어있는 건 비밀이기 때문인데, 익명 통신의 경우 제 신원정보도 비밀일 수 있거든요. 통신의 내용이 영장으로 보호된다면 신원정보도 영장으로 보호되어야죠.

예를 들어 제 가방에 신분증이 있는데 이걸 꺼내보고 싶으면 영장을 가져와야 해요. 그처럼 제가 익명으로 누구와 통화했는데 통신자가 저인지 알려면 통신사로부터 신원 제공을 받아야 하잖아요. 통신자가 신원정보를 보관하는 것이나 제 가방에 제 신분증을 보관하는 것이나, 비밀을 보려면 마찬가지로 영장이 있어야 해요."

- 얘기를 들어보면 지금 당장 '피해'라는 게 확 와닿지 않고 국가가 강제로 하는 것도 아니어서 이슈를 만들어내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제 개인적으로는 참 반가운 일이에요. 제가 통신자료 제공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게 지난 2009년부터였거든요. 막상 문제 삼으려 하니 참 하기 어려웠던 게, 법 상에 '해야만 한다'가 아니고 '할 수 있다'고만 돼 있어요. 그래서 국가 책임이 아닌 게 되어 버리는 거죠.

또, 사업자는 법이 허용한 부분이라 사업자 책임도 아닌 게 돼버려 양쪽 다 책임을 지지 않았어요. 결국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만 나락으로 떨어진 거죠. 이용자들이 들불처럼 일어나서 도의적으로 싫다는 입장 표명을 해야 하는 문제였던 거죠. 결국 7년 만에 이런 상황이 도래해서 반갑고 계속 이런 운동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성 제공자 처벌 않는 게 세계적 추세"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특별법)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을 앞두고 지난 2015년 4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터전국연합·한터여종사자연맹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특별법)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을 앞두고 지난 2015년 4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터전국연합·한터여종사자연맹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유성호

- 성매매 여성이 성매매방지특별법에 대해 위헌 심판 청구를 했는데 성매매 여성측 참고인으로 참여하셨잖아요. 지난 3월 31일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제가 헌재 공개변론에서 한 주장에 다수의견이 답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워요. 제 주장은 성의 상품화가 좋다는 게 아니에요. 그것이 아무리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라 할지라도 성제공자까지 처벌을 해야 하나, 이거였거든요. 한국 내 여성들의 지위가 매우 차별적으로 위축돼 있고, 이런 상황에서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70만 명의 성매매 여성이 있어요. 이들을 전부 범죄자로 만들어야 할 만큼 처벌을 꼭 해야 하냐는 거죠.

예를 들어서 교육의 상품화가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학원 다니기를 금지하거나 과외를 금지하지는 않잖아요. 그런 면에서 성매매특별법이 과잉하다는 거였죠. 그런데 이전의 헌재 결정을 답습해서 '성의 상품화가 나쁘고 이런 입법제한은 법으로 금지할 수 있다'고 결정했어요."

- 이 위헌청구심판은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게 위헌 하냐고 묻는 건데 아마도 헌재에서는 성매매 자체가 위헌 아니냐로 해석한 건가요.
"성매매방지특별법의 21조의 '성매매를 한 사람은 처벌한다'고 되어 있어 성 제공자, 성 매수자, 방조자 가리지 않고 이 한 조항으로 처벌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조항이 위헌이 되어 버리면 성매매는 '합법'이고, 결국 성의 상품화에 헌재가 동조하는 꼴이 되지 않겠느냐는 두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성매매가 범죄가 되면 성매매 여성들이 자기를 보호하는 조처를 하지 못해요. 몇 달 전 통영에 성매매 단속을 피하려고 모텔 6층에서 투신자살한 미혼모 같은 사례가 더 나올 수 있어요.

지금 헌재의 다수 결정을 보면, '성매매는 그 자체로 폭력적, 착취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경제적 약자인 성 판매자의 신체와 인격을 지배하는 형태를 띠므로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자유로운 거래행위로 볼 수 없다'라는 게 맞는 말일 수도, 틀린 말일 수도 있어요. 여성단체 쪽에서도 자발적 성매매도 폭력적이고 착취적이라고 보기도 하죠.

그런데 성매매 그 자체가 폭력적, 착취적이라면 그 피해자를 처벌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성매매방지특별법과 한날한시에 통과된 성매매피해자보호법이 있는거거든요. 거기 보면 '성을 제공하는 자를 보호한다'고 돼 있어요. 조문만 다른 법에 들어가 있을 뿐이지 두 개의 법은 같아요. 이미 국회도 성 제공자에 대한 보호가 필요함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거지요. 이번 사건 청구인이 성 제공자였으니 성 제공자를 보호할 수 있는 결정을 헌재가 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놓친 점은 참 안타까워요."

- 그런데 이에 대해 언론이 왜곡하는 보도가 있는 것 같아요.
"최근 보니 '성매매에 대해서 유럽에서도 단속의 칼을 빼 들었다'는 식의 보도를 많이 하면서 헌재의 합헌 결정을 옹호하는 듯해요. 그런데 이게 말도 안 되는 게, 유럽에서 칼을 빼든 건 성매매 여성이 아니라 성매매 알선자, 매수자에 대해서거든요. 

성매매가 완전히 합법화되면 비자발적인 인신매매가 창궐할 수 있고 그걸 막기 위해 부분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런데 유럽의 성매매 여성들은 이마저도 반대해요. 즉, 성 제공자를 처벌하지 않는 걸 전제로 하고 성 매수자나 알선자를 처벌할 것이냐가 국제사회의 논란이라는 거지요.

OECD 국가 중에서 국가 전역에서 성 제공자를 처벌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일본 유곽이나 미국 네바다 주 등에서는 지역적으로 성매매가 허용됩니다. 우리나라는 전역에서 금지되고 성매매 여성도 처벌되고 있잖아요.

지금 언론에서 헌재 결정을 옹호하는 듯한 보도를 하는 것은 국제적 흐름과 전혀 맞지 않아요. 제대로 보도한다면 '외국에서는 성매매 여성 처벌 안 하는 것을 전제로 성 매수자 처벌 여부를 두고 논쟁 중인데 우리나라는 헌재가 철 지난 성매매 여성 처벌에 집착하고 있다. 성 제공자도 처벌하면 어떻게 하냐'는 식으로 나와야 국제적인 흐름에 맞겠죠."
#박경신 #통신 자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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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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