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개표결과
고정미
이제까지 살펴본 경우는 국민의당 후보가 없었음에도 더민주 지지율이 올라간 몇 가지 사례였다. 다음으로 국민의당이 존재했음에도 더민주 후보자들이 새누리당 지지층 및 무당파 지지층을 끌어들인 것이 확인된 경우다.
국민의당 후보가 있었음에도 더민주 후보 지지율이 19대와 20대 모두 동일한 수준으로 나왔다면 이는 더민주 지지층이 확장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국민의당 후보들이 더민주 지지층을 잠식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을 지역을 보면 19대 때는 정두언 새누리당 후보 49.4%, 김영호 민주통합당 후보는 48.5%, 김종수 국민행복당 후보는 0.97%, 홍성덕 정통민주당 후보는 1.12%를 얻었다. 20대 때는 정두언 새누리당 후보 39.9%, 김영호 더민주 후보 48.9%, 홍성덕 국민의당 후보가 11.20%를 얻었다. 이와 비슷한 경우는 서울 종로, 중랑을 지역에서도 확인된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은 더민주와 새누리당 중에서 어느 쪽 지지층의 표를 더 잠식할까? 대략적인 수준을 가늠하기 위하여 19대와 20대 선거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 후보가 동일하고 국민의당 후보만이 20대에 추가된 사례를 골라보았다. 이런 경우가 서울 구로을과 영등포을 지역이다.
구로을 지역을 보면 19대 때 강요식 새누리당 후보는 35.05%, 박영선 민주통합당 후보는 61.94%, 심재옥 진보신당 후보 3%를 득표했다. 20대 때는 강요식 새누리당 후보가 31.5%, 박영선 더민주 54.1%, 정찬택 국민의당 후보는 12.6%, 기타 1.7%였다.
19대와 비교해서 보면 강요식 새누리당 후보는 3.55%p, 박영선 더민주 후보는 7.84%p 하락했는데, 이 둘을 합하면 11.39%p가 된다. 국민의당 후보는 대체로 두 후보에서 이탈한 정도의 합만큼 득표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더민주 지지층 이탈이 새누리당 지지층 이탈보다 2.21배 정도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영등포을 지역을 보면 19대 때 권영세 새누리당 후보가 47.4%, 신경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52.6%를 얻었는데, 20대 때는 권영세 새누리당 후보 37.7%, 신경민 더민주 후보 41.1%, 김종구 국민의당 후보 18.7%, 기타후보들 2.5%를 얻었다. 권영세 후보와 신경민 후보는 국민의당이 등장한 이후 각각 9.7%p, 11.5%p의 득표율이 하락했다. 이만큼을 국민의당 후보와 기타 후보들이 얻은 것이다. 이 지역 더민주 지지층 이탈이 새누리당 지지층 이탈보다 1.2배 정도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지역구별로 사정이 균일하지는 않으므로 이탈율의 정도를 정확하게 가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더민주 지지층의 이탈이 새누리당 지지층 이탈보다 많았다는 정황근거는 있다. 국민의당 후보들 상당수가 기존 민주당 계열 출신 정치인들이고, 정치 신인들 역시 야권에 연고를 갖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민주당 계열 정당의 분당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게 보면 앞에서 종로, 중랑을, 서대문을처럼 더민주 후보가 국민의당 후보들이 있었음에도 19대와 20대 때 동일한 득표율을 보이는 경우, 더민주 후보들은 국민의당 후보들보다 더 많은 외연확장(새누리 지지층 + 무당파)을 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지역구에서 국민의당의 효과는 마이너스였다위와 다르게 국민의당 변수가 지역구 선거에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여럿 있다. 우선 더민주와 국민의당 후보 합산이 새누리당 후보 득표율을 넘은 지역이 총 33개이고 그 중 수도권이 23개 지역에 달한다.
서울의 경우 새누리당이 12곳을 이겼는데, 새누리당이 자력으로 50%를 넘긴 강남갑, 병 그리고 서초 갑 3곳의 지역구를 빼면 9곳이다. 여기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40%가 안 되는 관악을, 중·성동을, 강북갑 지역은 야권 단일화가 이뤄졌으면 야권 후보의 승리가 매우 높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 외 지역이 6곳(도봉을 43.7%, 강서을 45.9%, 동작을 43.4%, 서초을 46.8%, 송파갑 44%, 양천을 42%)이다. 역대 선거 경향을 볼 때 서초을과 송파갑 지역의 경우 야권이 승리하기 어렵다고 가정한다면, 4곳이 남는데 독자적으로 50%에 근접한 강서을 지역을 빼고 40% 초반 지지율을 보이는 도봉을, 양천을, 동작을 3곳은 야권연대를 했을 경우 치열한 경쟁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패턴은 경기, 인천, 대전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인천 부평갑, 경기 안산단원갑, 안산단원을 등 3개 지역은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이 40%을 넘지 못한다. 이 지역을 보면 더민주와 국민의당 후보들이 2등과 3등을 했는데, 3등한 후보(더민주 3곳, 국민의당 3곳)들이 20%를 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야권표가 2등 후보에게 몰리지 못하고 분산된 것이다.
이처럼 야권분열에 따른 패배가 명확하다고 할 수 있는 지역이 6곳이다. 이 외에도 야권후보들이 낙선한 경우를 보면 3등한 야권 후보와 2등한 야권 후보와의 격차가 적게 나타난 경우이다. 그리고 서울 동작갑처럼 야권 강세 지역에서 더민주 후보가 당선된 경우에도 3등 후보가 선전할수록 2등을 한 새누리 후보와의 격차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렇게 볼 때 지역구에서 야권 분열은 야권 전체에 긍정적인 역할을 주지 못했다. 6곳은 야권분열에 따른 패배가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몇 곳은 새누리당과 1:1 구도가 형성되었으면 야권 후보가 승리했을 것이다.
야권의 승리는 정권심판론에 따른 반사이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