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노예 어부' 참상 고발한 열혈 여기자들

AP통신 여기자 4명, 퓰리처상 수상... 노근리 학살도 파헤쳐

등록 2016.04.20 09:15수정 2016.04.20 09:15
1
원고료로 응원
a  2016년 퓰리처상 수상을 알리는 AP통신 트위터 계정 갈무리.

2016년 퓰리처상 수상을 알리는 AP통신 트위터 계정 갈무리. ⓒ AP 트위터


올해 100회째를 맞이한 '언론의 노벨상' 퓰리처상의 영예는 동남아 노예 어부의 참상을 알린 AP통신의 용감한 여기자 4명이 차지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19일(한국시각) 2016년 퓰리처상 공공부문 수상자로 AP의 마지 메이슨, 로빈 맥도웰, 마서 멘도사, 에스더 투산 4명의 여기자를 선정했다. 수상작은 이들이 지난해 12월 보도한 '노예들이 잡은 해산물(Seafood from Slaves)'이라는 기획보도다.

이들은 동남아 섬에서 신변 위협을 감수하며 1년 넘게 끈질긴 취재를 벌였고, 특종이나 속보의 욕심보다 취재원의 안전을 지키는 인내심으로 참혹한 노예 어업의 실태, 먹음직스러운 새우가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두운 발자취를 고발했다.

특종보다 중요했던 노동자들의 자유

지난 2014년 동남아에서 노동자들이 불법으로 철창에 감금된 채 어업 활동을 강요 당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이들은 곧바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3000㎞나 떨어진 섬으로 날아가 제보가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등에서 공공연한 비밀(open secret)이었던 노예 어부들을 직접 만나 강제노동, 임금갈취, 감금, 폭력 등 인권유린의 온상을 취재했다. 노동자들은 하루에 1~2시간씩 자고, 밥도 잘 먹지 못한 채로 바다에 끌려나갔다.

노예 어업 선박의 항로를 추적하기 위해 위성 기록까지 분석했고, 취재 도중 관리 요원들에게 발각되어 납치의 위험에서 가까스로 탈출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진실에 더 가까워졌고, 마침내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다가 목숨을 잃은 60여 명의 노동자가 가명으로 묻힌 비밀 묘지까지 찾아냈다.


어느 정도 기사 작성을 마쳤으나 이들은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곧바로 보도가 나갈 경우 자칫 취재원이 되어준 어부들이 보복의 위험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특종의 욕심을 접고 취재 내용을 관계 당국에 먼저 넘겼다. 노동자들이 풀려나고, 이들을 억압한 '어업 마피아'들이 체포됐다.

마침내 AP는 22년간 노예 어부로 착취 당하다가 가족과 상봉한 미얀마 노동자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보도를 쏟아냈다. 이를 통해 2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노예 어업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었다.


보도는 동남아 노예 어업의 참상을 넘어 부패한 경찰의 침묵, 그리고 미국 월마트와 유명 레스토랑 체인 등이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버젓이 해산물을 수입하고 판매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는 과정까지 낱낱이 고발했다. 급기야 미국 정부는 노예 노동으로 생산된 식품 수입을 전면 금지키로 했다.

노근리 학살 파헤쳐 퓰리처상 받았던 그 기자

a  동남아 '노예 어부' 실태를 고발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AP통신 기사 갈무리.

동남아 '노예 어부' 실태를 고발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AP통신 기사 갈무리. ⓒ AP통신


맥도웰 기자는 "우리의 보도가 더 많은 개혁을 불러오기를 바란다"라며 "각국 정부와 인권단체가 나서더라도, (최종 소비자인) 미국 유통기업과 소비자들도 변화를 요구해야만 한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또한 멘도사는 지난 2000년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노근리 양민 학살을 폭로한 기사 '노근리의 다리(The Bridge at No Gun Ri)'로 당시 AP의 서울특파원이었던 한국인 최상훈 기자와 함께 탐사보도 퓰리처상을 받은 데 이어 16년 만에 다시 수상의 영예를 차지하며 화제가 됐다.

AP의 캐슬린 캐롤 편집국장은 "아직도 많은 노예 노동으로 생산되는 많은 상품이 미국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라며 "우리는 무언가를 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속보 부문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의 총격 테러 사건을 보도한 LA타임스가 선정됐고, 사진속보 부문은 유럽과 중동의 난민 참상을 카메라에 담은 로이터와 뉴욕타임스가 공동 수상했다. 뉴욕타임스는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고단한 삶을 다뤄 국제보도 부문에도 선정됐다.
#퓰리처상 #노예어부 #노근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2. 2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3. 3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4.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5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