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집권 위해 문재인-안철수 경쟁하라

[주장] 지금은 야권통합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

등록 2016.04.23 11:36수정 2016.04.2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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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표차이로 총선을 거머쥔 야권이다. 야권성향의 무소속을 제외하고라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차지한 의석수는 전체 300석 중에서 167석이다. 더불어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으로 여권인 새누리당의 122석을 훨씬 뛰어넘는다.

정당득표율로 보더라도 야권이 59.4%(더불어민주당 25.5%, 국민의당 26.7%, 정의당 7.2%)로, 새누리당이 33.5%에 불과한 것을 비교하면 큰 차이다. 대구와 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야권이 새누리당에 비해서 더 많은 지지를 얻은 것이다.

집권 시나리오 작성에 나선 야권

총선 후 참패한 새누리당은 엎드려서 자숙하는 모드로, 나름대로 선전한 더불어민주당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창당되자마자 치러진 총선에서 38석을 얻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국민의당은 상당히 흥분된 모습이다.

이제 각 정당은 원내외 지도부를 구성하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곧이을 대선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참패한 새누리당은 대권을 차지하기 위한 잠룡들의 용틀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고, 모처럼 선거에서 이겨 활력을 찾은 야권은 이미 드러난 대선주자들의 경쟁이 한껏 치열해질 양상이다.

지난 2012년 치러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가 15,773,128표(51.55%),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14,692,632표(48.02)를 얻어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서울과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이겼다. 당초에는 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졌지만 결과는 그와 반대로 여당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그 후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야당은 여당에 밀리는 형국이었고, 이번 국회의원 선거 또한 야당의 분열로 인해서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됐었다. 그러나 결과는 과반탈락에 이어 새누리당이 제2당으로 밀려나는 참패를 가져왔다. 투표를 한 국민들마저도 의외의 결과에 놀라는 기색이었다. 이제 야권은 2017년에 치러질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기대를 나타내면서 잰걸음으로 집권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있다.


문재인-안철수 시험에 들어간 호남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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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 이희훈


지금의 상태에서 야권의 대선주자로 나설 사람은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가 거론된다. 다른 여타 후보들은 나서기 어려운 상태다. 두 사람의 전국적인 지지도가 워낙 확실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경우에는 당 안팎에서 필승의 카드를 찾기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야권의 대선후보가 더 확실하게 드러나고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생각한다면 정상에 한 발 더 다가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리 간단한 형국은 아니다. 문재인을 지지하는 세력과 안철수를 지지하는 세력들의 첨예한 대립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민의당이 곧 없어질 정당이라거나, 새누리당에 합당할 정당이라고 폄하하는가 하면, 국민의당에서는 자신들이 사실상 제1야당이라고 말하는 등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결코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힘으로 누르겠다는 기세다.

총선에 나타난 표심과는 전혀 거리가 먼 오만한 태도다. 의석수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앞서고, 정당투표율에서는 국민의당이 앞선다. 두 정당 모두 일정한 지지세를 얻고 있음은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싫든 좋든 상대정당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 정확한 표심이다. 오만하고 무례한 태도로 상대당을 헐뜯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호남의 표심을 두고도 아전인수 격의 해석들을 내놓는다. 호남민심이 완전히 국민의당으로 돌아섰다고 말하거나, 회초리를 들어서 잘못을 꾸짖은 것은 맞지만 더불어민주당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라고 외쳐댄다. 둘 다 맞는 의견이지만 그들 스스로 그렇게 말할 단계는 아니다. 이번 선거를 통한 호남의 민심은 대권을 앞두고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에 대하여 시험에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빠들은 문재인-안철수 대선가도의 암적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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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 이희훈


두 사람이 가열차게 경쟁하고 강해지면서 집권시나리오를 작성해 보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호남민심을 두고 상대를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총선에서 나타난 호남민심을 잘못 읽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진영의 지지자들은 상대방을 향해 모멸찬 비난을 서슴없이 던지고 있다.

심지어는 호남과 호남사람들을 비하하는 문구마저 자주 등장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민주화의 성지 호남을 개에게나 줘버려라', '호남이 지역감정의 볼모로 잡혀 있다'는 등의 말이 난무한다. 결국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것은 지역감정에 사로잡힌 잘못된 투표라는 것이다. 어느 누가 특정 지역의 투표를 자신들의 뜻에 맞게 해석할 수 있다는 말인지 그들의 오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럴수록 호남의 민심은 자신들에게서 멀어지는 것임을 각성해야 한다.

안철수를 지지하는 세력 또한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문재인을 지지하는 세력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하여 모욕적인 비난을 서슴없이 자행한다. 두 세력이 끝없는 대척점에 서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야권이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조그마한 힘이라도 모아야 한다. 이미 새누리당은 보수세력과 영남지역이라는 막대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야권은 그동안 전통적인 지지층인 호남세력을 기반으로 하면서 진보적인 세력, 중도개혁세력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 이들 중 어느 하나의 이탈이라도 있을 경우에는 대권에서 멀어지게 된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든, 안철수와 국민의당을 지지하든 대권에서는 함께 해야 비로소 집권이 가능한 것이다.

각자의 세력들이 자제하고 자신들의 잘못에 대하여는 변명으로 덮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안철수는 개혁적인 마인드를 보충해야 하고 문재인은 친노의 패거리 문화를 청산해야 한다. 문재인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면서 상대를 비난하는 빠세력들, 마찬가지로 안철수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소위 빠들도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선가도에 암적 존재다.

빠가 나쁜 것은 맹목적으로 일방을 지지하면서 상대에게 모욕을 주기 때문이다. 비록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이라도 잘못된 부분은 합리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객관성이 있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합리성 없이 맹목적이라는 데서 빠의 문제가 있으며, 빠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잘못된 태도가 문제다.

김종인 대표체제 벗어나고... 문재인과는 다른 길 걸어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또한 당의 건강성과 외연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가능한 빨리 김종인 대표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김종인 체제로는 앞으로 계속해서 중도개혁세력이나 호남민심을 잡아둘 수 없다.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국민의당과 건전하게 경쟁해서 그 힘으로 새누리를 대적하라는 것이 민심이다.

김종인 대표에게 더불어민주당은 '그당' '이당'이고 소속감이 전혀 없어 보인다. 김종인 대표는 그가 말하는 이당 그당 돌아다니면서 비례대표를 다섯 번씩이나 했고, 공천 막바지에 자신을 스스로 비례대표에 공천하는 셀프공천으로 민심을 떠나가게 한 잘못이 있다. 비록 총선에서 나름 선전을 이어갔지만 자신의 잘못을 덮을 정도는 아니다.

국민의당이 살기 위해서 안철수 대표는 당권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문재인과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인재풀을 만들어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의 당선자들이나 출마자들로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항할 수 없다. 지방선거나 보궐선거에 내세울 전사들을 찾아내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야권의 집권을 위해서는 더불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서로 상대방과 상대후보를 인정하는 것이다. 지금 상태에서 야권통합이나 야권연대를 외칠 필요도 없다.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도가 바람직하다. 그러면서 각자가 강해지는 것이다. 야권의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세력, 중도개혁세력, 진보세력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건강한 경쟁이야말로 새누리당을 누르고 집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변호사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입니다.
#야권의 집권 #문재인과 안철수 대권경쟁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대권경쟁 #호남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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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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