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새노조와 노동인권단체들의 기자회견(사진 제공 -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KT 퇴출프로그램의 피해자가 법원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가운데, 노동인권단체들이 KT의 퇴출경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KT새노조와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노동인권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괴롭힘을 통한 기업의 노동자 퇴출경영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인력퇴출프로그램은 범죄다"이들은 지난 2006년부터 비밀리에 작동한 퇴출관리프로그램(CP) 등 KT의 인력 퇴출전략은 "노동자들의 인권만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정신을 피폐하게 하는 등 건강권을 짓밟는 범죄"라고 말했다.
위 단체들이 KT의 인력 퇴출전략을 범죄라고 주장하며 중단을 촉구한 것은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KT 노동자가 적응장애를 호소하며 제기한 산업재해 신청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 노동자는 지난 2013년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 신청을 기각하자,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낸 끝에 승소했다.
법원으로부터 산재를 인정받은 원병희(전북 전주)씨는 KT의 퇴출프로그램 대상자 중 한 사람이다. 원씨는 퇴출프로그램 작동 이전에는 노조 활동으로 해고와 정직을 겪은 바 있었다. 원씨는 퇴출프로그램 대상자로 포함된 후에 사무직임에도 기술직으로 전직을 당했고, 2011년에는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전직과 해고는 모두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원씨에 대한 퇴출이 한 차례 저지되자 KT는 다른 수단을 강구했다. 부당해고 판결 이후 복직한 원씨는 전북 전주에서 경북 포항으로 원거리 전보 발령을 받았다. 사실상 출퇴근이 불가능한 조건에서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적정한 주거환경의 사택 제공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원씨는 결국 찜질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1년 1개월간 일했다.
이 원거리 근무에 대해서도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부당전보를 인정받았다. 원씨는 이 소송에서 이겨 전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KT는 원씨를 CFT(업무지원단) 소속으로 배치하고 부안으로 발령냈다. 전북에서는 원거리에 해당한다.
원씨가 배치된 CFT는 지난 2014년 4월 KT가 시행한 대규모 명예퇴직과 조직개편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설된 부서다. KT의 여러 업무를 지원하는 부서로 경기, 충청, 영남, 호남 등의 농촌 및 소도시로 구분되는 곳의 업무를 수행한다.
KT새노조는 이 부서가 당시 명예퇴직 대상자인 15년 차 이상 근무자와 KT새노조 조합원들이 다수 배치된 것을 이유로 "강압적 퇴출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원씨는 이 같은 KT의 반복적인 부당전직 및 전보, 불법해고 때문에 적응장애에 시달렸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적응장애와 인사조치의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원씨는 곧이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30일 "원고의 적응장애는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단체들은 "이번 판결은 근로복지공단이 그동안 보였던 노동자 건강권을 외면한 행보 중 하나"라면서 "공단은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건강 예방 및 상담계획을 구체화하고 예방 조치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노동부는 괴롭힘 실태조사 실시와 특별근로감독 등으로 회사가 경영전략으로서 노동자들을 괴롭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4법 추진 중단도 촉구했다. 단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저성과자에 대한 쉬운 해고는 직장 내 괴롭힘을 유발할 것"이라면서 "KT의 사례처럼 회사는 실제 성과 여부와 무관하게 노동자들에게 수행할 수 없는 업무를 부과하는 방식을 퇴출전략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원병희씨는 "이런 사례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조치가 있어야 한다"면서 "KT는 상상 이상의 인권 침해와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과 같은 문제는 노동자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형사상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법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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