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생' 승객 손에 '푼돈' 쥐어주는 항공사

환불수수료, 지연 결항 등 항공소비자 피해 꾸준히 증가... 권익 보호 방안 필요

등록 2016.05.04 12:52수정 2016.05.0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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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풍으로 김포공항에 착륙하지 못한 제주출발 승객들이 대구공항에 비상착륙한 뒤 항공사에 항의를 하고 있다.
강풍으로 김포공항에 착륙하지 못한 제주출발 승객들이 대구공항에 비상착륙한 뒤 항공사에 항의를 하고 있다. 임병도

제주로 여행을 왔던 지인이 새벽에서야 서울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원래 오후 6시에 제주를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갈 예정이었던 비행기는 7시 10분에서야 이륙했습니다. 지연 출발한 비행기는 두 번이나 김포공항 착륙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강풍 등의 기상악화로 바퀴가 활주로에 닿았다가 급상승, 결국 대구공항에 비상착륙을 했습니다.

김포공항에 가야 할 비행기가 대구공항에 착륙했지만, 항공사는 우왕좌왕했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승객들의 항의를 받은 항공사는 자정에야 전세버스로 승객을 서울로 이동시켰습니다.

기상악화 등으로 항공기가 지연 출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목적지 공항에 착륙하지 못하고 늦은 시간 버스를 타고 몇 시간 후에야 서울에 도착해야 하는 승객은 화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경우, 승객들은 과연 얼마나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국내선 지연 보상금, 고작 2만~3만 원에 불과

 항공기 지연이나 결항 등으로 인상 보상금액 (국내선)
항공기 지연이나 결항 등으로 인상 보상금액 (국내선)임병도

제주로 왔던 지인은 1시간의 항공기 지연 출발, 10시간의 목적지 공항 지연 도착 등의 손해를 입었습니다. 시간은 물론이고 몸과 정신까지 힘들었을 것입니다. 항공사는 얼마나 보상해줄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결론을 먼저 얘기하면 대략 2만~3만 원의 보상금만 받을 수 있습니다. 1시간 정도의 지연 출발은 보상이 거의 없습니다. (한국은 바르샤바 협약에 따라 정신적인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은 인정하지 않고 있음) 목적지인 김포공항에 늦게 도착한 부분에 대한 보상만 받을 수 있습니다. 3시간 이상 지연 도착으로 간주하면 운임의 30%를 보상금으로 받습니다.

국내 항공사들은 3시간 이내 지연 도착은 운임의 20%를, 3시간 이상 지연 도착은 운임의 30%를 보상해주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체류에 필요한 숙식비와 대체 교통편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항공사가 미숙하게 대처했고 시간이 많이 소요됐지만, 승객에게 돌아오는 보상금은 피해에 비해 적은 금액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항공사별로 대처하는 방안이 약간씩 차이가 있기도 합니다.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본 승객은 여행이 악몽으로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높은 환불수수료, 지연 결항 등 항공소비자 피해 늘어나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항공소비자 피해구제 접수 건수와 피해유형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항공소비자 피해구제 접수 건수와 피해유형국토교통부

저가항공사가 증가하면서 항공기를 이용한 항공소비자의 피해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피해 유형은 높은 취소 위약금이었습니다.(54.2%) 저가 항공은 국내선의 경우 많게는 1만 원 이상의 환불 수수료를 받아 왔습니다. 특히 저가항공의 특가운임이나 상품의 경우 무조건 전액 환불이 되지 않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항공기의 지연, 결항 등의 피해도 25.7%나 됐습니다. 황당한 경우는 항공기 출발 시간에 맞춰 공항에 도착했지만 해당 항공기 스케줄이 변경돼 이미 출발한 사례였습니다. 항공권을 구매했지만, 항공사가 항공권을 탑승인원 이상으로 초과판매(오버부킹)하여 탑승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말뿐인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

 2016년 1월 국토부가 밝힌 항공소비자 권익보호방안
2016년 1월 국토부가 밝힌 항공소비자 권익보호방안국토교통부

2015년 1월 국토부는 결항이나 지연 사태 등 빈번한 항공소비자의 피해 증가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항공기 승객의 피해보상을 위해 항공사 자체 보상재원을 마련하거나 소비자보호기금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2016년 1월 국토부는 '항공교통이용자 권익보호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베낀 언론사의 보도만 보면 항공소비자의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는 현재까지는 그저 말에 불과합니다.

항공기를 이용하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에서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것은 운항 스케줄 변경에 따른 문자 메시지 발송 등에 불과합니다.

'오버부킹'으로 인한 피해는 항공사의 과실이 명백하니 일정금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배상금액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항공기가 목적지 공항에 도착하지 못하고 다른 공항에서 버스 등으로 이용할 경우의 보상금액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2015년에 발표했던 보상재원 대책이 2016년에는 빠져 있었습니다.

 지난 5월 2일 제주공항 강풍으로 김포에서 출발하는 제주행 항공기의 수속이 일시 중단됐다.
지난 5월 2일 제주공항 강풍으로 김포에서 출발하는 제주행 항공기의 수속이 일시 중단됐다.임병도

제주에 살면서 항공기를 자주 이용합니다. 항공기 이용 고객이 늘어나면서 공항은 항상 북새통입니다. 과거보다 항공기 지연이나 결항은 계속 늘어가고 있습니다.

항공기 이용 승객은 늘어났지만, 항공사마다 제각기인 환불수수료, 지연, 결항 배상금액, 대체편 제공, 숙식비나 음료, 의료 서비스 지원 등이 달라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국토부와 정부, 언론사는 겉멋만 잔뜩 들어간 홍보만 해서는 안됩니다. 편하고 안전한 여행을 기대하고 있는 고객을 만족하게 할 방안을 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긴 연휴, 공항과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안전하고 아무 불편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비행기 결항 #비행기 지연 보상금 #항공소비자 피해 #국토부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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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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