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은 현대에서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을 만큼, 이날을 기념하기 위한 '참뜻'이 있습니다. 단지 쉬는 날, 혹은 아이들에게 선물 주기 위한 날은 아닐 테지요. 왜 어린이날이 만들어졌을까요?
어린이날이란?
포털 사이트에 '어린이날'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위와 같이 나오더군요.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행복을 도모하기 위한 날...'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날을 만드셨을 때는 일본의 수탈이 심했던 일제 강점기입니다. 그 당시 어린이는 교육도 받지 못했고, 바로 공장으로 가서 일을 하는 등 천대받고 억압받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방정환 선생님은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선 어린이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 것을 깨닫고 어린이 운동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어린이날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선물을 받지도 주지도 않는 유치원
유치원교사인 저는 새 학기가 시작될 무렵 학부모님들에게 스승의 날은 물론이고 어린이날에도 선물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드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유치원을 방문할 때는 꼭 '빈손'으로 오라고 당부합니다.
▲ 웃음가득 아이들 아이들의 웃음은 언제나 좋습니다. ⓒ 허은미
부모님들 중에는 유치원에 올 때 '빈손'으로 오라는 것과 스승의 날에 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어린이날에도 선물을 보내지 말라는 것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의 같은 반 친구들에게 어린이날에 맞춰서 뭐라도 하나 해주고 싶은데, 왜 안 되는지 약간 따지듯이 묻는 분들도 더러 있습니다. 사실, 스승의 날에 선물을 받지 않는 것을 정착시키는 것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어린이날 선물을 받지 않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가끔은 학기 초에 공지해드린 것을 잊어버리셔서 어린이날에 선물을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열이면 열 모두 되돌려보냅니다.
어린이날의 과한 선물, 행복이 얼마나 지속 될까?
어린이날은 어느덧 그 참뜻과는 다르게 물질적 풍요와 소비문화에 찌들었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돈의 소중함이나 물건의 소중함을 잊게 되는 날이 된 것입니다.
아이들은 벌써 들떠 있습니다. 아이들을 통해 할아버지, 이모, 삼촌 등등이 선물을 사주기로 약속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선물의 종류를 들어보면 제법 고가의 장난감들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장난감들이 집에 없을까요? 혹은 평소에는 사주지 않는 것들일까요? 물론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은 설레고 기쁘겠지만, 그 선물이 아이의 마음에 얼마나 행복을 지속시켜 줄까요?
▲ 자연은 가장 좋은 친구 아이들에게 인공적인 선물보다는 자연으로 나가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욱 값진 선물입니다. ⓒ 허은미
존중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배려하는 날이 되었으면...
제가 일하는 유치원에서의 어린이날만큼은 방정환 선생님의 참뜻을 돌이켜보고자 합니다. 일제치하에서 가난하고 힘들게 지내던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날을 제정한 참뜻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5월 5일이 되면, 부모님과 함께 그 옛날 일제 치하에서 어린이날이 만들어졌을 때와 다름없이 지금도 가난과 기아 질병에 시달리는 북한 어린이들, 이라크와 북아프리카, 동티모르 그리고 아프카니스탄을 비롯한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선물에 휘둘리지 않고 어린이날의 참 의미를 새겨보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날이 중국산 문구와 장난감을 나눠주고 패스트푸드와 공장과자를 나눠 먹이는 날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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