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려면 몸을 써야지"... 강렬한 충고 한마디

[호주 워홀러기 ⑩] 이직 준비, 하지만...

등록 2016.05.10 14:35수정 2016.05.10 14:35
1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스트레스 풀거리 잘 만들어야 될 거야."
에어아시아의 경유지 쿠알라룸푸르에서 받은 전화. 1년간 케냐에 해외봉사를 갔다 온 형의 말이다. 그는 해외생활의 어려움을 세세하게 말해줬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다.


"해외에 가면 스트레스 분명히 쌓여. 어떻게 풀래? 한국처럼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닐 테고."

그렇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 갑작스러운 보직 변경으로 인한 실수 연발. 주방에서 일하는 시간 자체가 고통이다. 스시집이 워홀러의 시작이라고 했던가. 단순 노동으로 쉽게 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변경은 적응되지 않았다. 매니저에게 이에 대해 하소연하자 돌아온 말.

"니 스트레스까지 생각해줄 수 없어. 그런 생각이면 그만둬."

마치 일하기 싫어하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시급 13호주달러. 열악한 노동환경. 떠난 친구. 이제 이곳을 떠날 때가 됐다.

워킹 홀리데이의 꽃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여행, 영어, 돈. 워홀러들은 이 세 가지를 주로 생각하며 호주에 온다. 세 가지를 전부 선택해 균형을 맞춰갈 수 있지만 그것은 쉽지 않은 일. 대부분은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기자는 돈을 선택했다. 한국에 가서 쓸 수 있는 돈. 많은 돈을 원했다.


'밥 먹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묻자 온 친구의 문자. 스트레스도 풀 겸 친구를 만나러 간다. 목적지는 버우드. 근처에 맛집이 있다며 오란다. 이때 같이 날아온 링크. 우버다. 한국에서는 불법이라며 서비스를 중지했단다. 얼마나 편리한걸까.
a

탑승위치 설정 전 탑승위치를 설정하면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탈 수 있다. ⓒ 백윤호


우버는 가입자가 비가입자를 추천하면 무료탑승권을 준다. 이걸로 버우드역에서 이동해야 한다고.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고 친구를 기다린다. 친구가 도착한다. 택시를 부른다. 어플리케이션은 카카오 택시와 비슷하다. 택시를 섭외한다. 섭외하면 운전자 사진, 차 모델, 번호가 표시된다. 내가 탄 차는 도요타 캠리. 호주에서 도요타는 국민차라고. 마치 한국의 현대, 기아와 비슷한 포지션이랄까.


a

택시가 잡혔다. 사진과 위치가 표시된다. ⓒ 백윤호


도착한 택시에서 인도인이 반갑게 맞아준다. 이곳에서 택시운전사는 대부분 인도사람이다. 터번을 쓰고 운전하는 사람도 종종 보인다. 그에게 맛집 위치를 알려줬다. 구글 맵을 따라 운전한다. 운전실력은 조금 미덥지 않다. 우회전 하는데 중앙턱을 못 보고 그냥 갈 뻔한 위기를 겪었다. 그래도 서비스는 만족하는 편. 결제도 어플리케이션에 등록된 카드에서 바로 된다. 기자는 무료탑승권을 썼다.
a

이용 후 사진 이동 경로가 표시된다. ⓒ 백윤호


우리가 도착한 곳은 와규하우스. 산장 속 식당과 같은 느낌이다. 고기를 파는 곳과 식사 하는 곳이 떨어져 있다. 고기는 와규를 비롯해 다양하다. 호주에서 와규는 고급 쇠고기에 속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곳은 1인당 29호주달러. 뷔페라는 점에서 저렴한 편이다. 돈을 벌고 싶다고 말하자 친구는 말한다.

"돈 벌려면 몸 쓰는 거 해야 돼. 안 그럼 못 벌어."

호주에서 육체노동은 돈이 제법 되는 편이란다. 그는 이리저리 알아보겠다며 다음번에 다시 얘기하자고 한다.

"시급 13호주달러짜리 스시집에서 일하면서 그렇게 스트레스 받을게 뭐 있냐. 어차피 워홀러가 최고야."

영주권을 얻을 생각이 없는 워킹홀리데이러들. 그들에게 방해가 되는 요소는 없다.

"어차피 살 것도 아니고 범죄만 아니면 괜찮은 거지. 캐시잡(임금을 현급으로 받는 직종)도 사실 불법이야. 니가 나가고 싶으면 나가면 돼."

워홀러들이 그렇게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그래도 딱히 사장들이 잡을 수 없단다. 그래서 디파짓(보증금)이라는 것을 걸어두기도 한다고. 줘야할 1~2주치 웨이지(임금)를 보관해두는 거란다. 통지없이 그만뒀을 때를 대비해서. 문제는 이 디파짓이 천차만별이라는 것. 한 친구는 한 달 디파짓을 걸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그는 두 달만에 첫 웨이지를 받았다고.

a

버우드 와규하우스 버우드에 몇 없는 한인 식당. 고기 질이나 가격이 괜찮다. ⓒ 백윤호


친구와 식사한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어떤 잡이 잡힐지 모르겠다. 다만 육체적으로 고될 거라고 친구는 신신당부했다. 돈이 된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다. 스시집과의 불편한 동거가 당분간 계속될 듯 싶다.

덧붙이는 글 스물일곱.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왔습니다. 앞으로 호주에서 지내며 겪는 일들을 연재식으로 풀어내려 합니다. 좀 더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풀어내고 싶습니다.
#호주 #와규 #버우드 #우버 #와규하우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자식 '신불자' 만드는 부모들... "집 나올 때 인감과 통장 챙겼다"
  2. 2 10년 만에 8개 발전소... 1115명이 돈도 안 받고 만든 기적
  3. 3 [단독]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엮으려는 시도 있었다"
  4. 4 [제보취재] 육군○○사단 사령부 정문, 초병 없고 근무자 수면중
  5. 5 '판도라의 상자' 만지작거리는 교육부... 감당 가능한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