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어린 윗학번 선배에게 인사 안 했더니...

[팟캐스트 청춘라떼] 대학생이 이야기하는 대학군기

등록 2016.05.11 12:04수정 2016.05.11 12:04
1
원고료로 응원
청춘라떼는 청년들이 공감할 만한 주제로 패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는 팟캐스트입니다.... 기자말

a

대학 내 '군기'를 보도한 KBS 뉴스 ⓒ KBS


매년 3월, 4월 대학가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뉴스는 바로 대학군기입니다.

학과 행사에 빠지면 안 된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 금지, 선배들에게 각각 다른 표현으로 인사 문자 보내기, 온라인에선 이모티콘 사용하지 말기 등(출처 sbs 뉴스).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 군기에 관련된 소식은 뉴스에 방영되었습니다.

어디서부터가 문제고, 해결책은 어디에 있을지 이번 청춘라떼에서는 대학 군기에 대해 대학생들의 솔직한 생각들을 담아봤습니다.

[질문1] 대학 군기 당해 본 적 있어요?

포도: "겪어봤다. 한 학번 높은 선배가 나보다 세 살 어렸는데 지나갈 때마다 인사 꼭 하라고 하고, 학과 행사 다 참여하라고 하고, 부르면 꼭 오라고 하고. 처음에는 심하지 않아서 그냥 지나쳤는데 점점 그 정도가 일정 수위를 넘어갔다. 비싼 등록금 내고 얼차려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하니까 그냥 대학교 문화라는 답변이 왔다. 그냥 따르면 된다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예의 없는 후배로 낙인 찍혔고 온갖 욕과 구설수에 올랐다. 그렇게 첫 대학생활 5개월을 이렇게 보내다가 자퇴했다."

이점장: "맞다, 등록금 내는 게 얼마인데! 저는 대학생들이 자기가 스스로 한번씩은 꼭 등록금을 직접 벌어봤으면 좋겠어요. 두 번 정도 학교 등록금을 마련한 적이 있는데 방학 내내 일해야 겨우 마련할 수 있는 돈이 등록금이에요. 내가 직접 벌어서 내고 학교에 갔는데 이런 비상식적인 대우를 당하면 얼마나 화가 나겠나.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고는 하지만 부모님이 내주시니까 아주 막나가는 것 같다. 한 번만 벌어보길 추천한다.


저희는 조교가 군기를 잡았다. 원래 조교선생님이 엄청 착하신 분이였는데 임신을 하셔서 육아휴직을 냈다. 그 후임으로 나이 많은 선배가 왔다. 원래 형하던 선배였는데 조교로 와서 엄청 잡았다. 인사 안한다고 소리지르고, 때리려고 하고, 책 집어던지고. 그게 조교선생님 귀에 들어가셨는지 엄청 빨리 돌아오셨다."

누키: "다행히 나는 없었다. 밖에서 비슷한 분위기를 느낀 적이 있었다. 우리는 나이가 곧 직급이 되는 사회니까 대학처럼 심하지는 않는데 사회 생활에도 존재하는 것 같다."

[질문2] 왜 생기는 걸까?

이점장: "근데 1~2살 차이 나는데 존댓말 쓰는것도 좀 웃긴 것 같다. 학교를 2년 늦게 들어간 탓에 동기들이랑 2살 차이가 나는데 시키지도 않았는데 와서 인사하고, 식사하셨냐고 물었다. 별로 차이도 안 나는데 식사라니(웃음). 하지 말라고 했다. 동기인데 서로 반말하고 존댓말 쓰면 나도 불편하고 너도 불편하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엔 나도 같이 존댓말 썼다(웃음). 중 고등학교 멀쩡하게 보내고 갑자기 대학 와서 왜 이러는 걸까?"

누키: "고등학교 때부터 그런 문화가 있다. 기숙사 살면, 특히 여자 기숙사가 심하다. 경어체 사용하고 화장실,샤워실 사용하는 것도 서로 눈치 보고."

포도: "대우를 받고 싶어하는 마음, 거기서 시작된 것 같다. 학교에서 1등 하는 애들, 모범생, 반 회장, 전교회장 출신 애들은 학교 선생님, 부모님, 친구들에게 대우 받는데 다른 친구들은 대우 받을 일이 없다. 그런데 대우는 받고 싶고 그 출구를 나이에서 찾은 것 같다. 좁은 학교 안에서 대우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받을 수 있는 방법 말고는 없다."

누키: "나도 동의한다. 선배 대우 받고 싶고, 언니 대우 받고 싶고. 집단 문화 영향도 있는 것 같다. 고등학생 때 후배들한테 반말 하라고, 편하게 얘기하라고 했더니 내 친구들이 가서 다시 잡아놨다. 그 때 느낀 게 이미 만들어진 룰을 내가 깨버리면 서서히 깨지기 시작할 테니까. 어느 집단이나 룰이 깨지는 게 두려울 테고 그래서 유지하려는 게 있는 것 같다. 암묵적으로 우리 사회는 나이 많은 게 최고니까."

포도: "저는 대우 받는 데서 오는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게 우리가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진짜 지극한 대우를 받게 되는데, 그 때의 그 기분이 진짜 좋다. 내가 이 정도 대우 받는 사람이구나를 느끼면 진짜 좋다. 내가 100만 원짜리 음식을 먹었는데 1만 원짜리 대우를 해주면 얼마나 싫겠나. 사람은 누구나 대우받고 싶어하고 존중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이점장: "그 마음은 나도 이해한다. 근데 부자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대우를 받는 건 그 사람이 그만큼의 돈을 벌고 그 자리에 올라가기까지에 공들였던 노력에 대한 대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이는 노력한 게 아무것도 없다. 그냥 먼저 태어난 것 밖에 없다. 그게 대우 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키: "노인 공경, 어른 공경은 나보다 많은 경험을 하신 분들에 대한 존중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런 존중의 의미가 아니고,그저 나보다 '365일을 더 살았으니까'라는 이유만으로 만날 때마다 인사를 하고, 존댓말 하고, 때려도 그냥 받아들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질문3] 매년 되풀이 되는 대학 군기, 해결책은 없을까?

포도: "대학 군기는 군대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요즘 군대 문화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군대 내의 개혁뿐만 아니라 법이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군기도 마찬가지로 법의 엄격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경찰이 관여하고 폭력처벌을 하거나, 모욕죄, 명예훼손 죄 등 경찰, 검찰이 대학 내로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후배 간의 합의, 솜방망이 처벌은 더 이상 안 된다. 법적으로 처벌하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생겨야 그 다음이 없어진다."

이점장: "정말 동의한다. 앞에서 올해 대학 내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소개했는데 그 뒷이야기가 없다. 발생했다는 얘기만 뉴스에 나오고 그 뒤에 어떻게 해결됐다라는 내용을 들어보지 못했다. 경찰이 개입해서 어떻게 해결했다 이런 내용이 없고 계속 학교 내에서 해결하겠다는 얘기 밖엔 못들었다. 새내기 대학생들도 폭력, 군기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땐 애들끼리 치고받은 싸움에 대해서 학교 내부에서 처리하거나, 부모님간의 합의, 선생님의 중재로 간단하게 무마한다. 그런 문화가 그대로 대학으로 온 것 같다. 사회에서 술 마시다가 싸움 붙으면 경찰서로 바로 간다. 대학생이면 어른이고 성인이다. 법에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 새내기를 상대로 이런 인식 교육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a

청춘라떼 ⓒ 이성윤


녹음을 마치며

이점장: "우리가 경찰이 개입해야 한다고 얘기는 했지만 대학에서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막걸리 뿌린 교수는 해고해야 하고, 후배를 폭행하는 선배는 제적시켜야 한다. 그런 교수, 그런 선배는 솔직히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귀한 사람인 것처럼 내 후배도 누군가에게는 귀한 아들, 딸 사랑받는 애인이라는걸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귀한 사람인 걸 알면 남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누키: "장난이었다, 그냥 해봤다, 이런 문화부터 없애야 한다. 이런 사람들이 사회로 나가면 또 그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회사 문화, 사회 분위기는 어떨까. 두렵다. 똑같은 사람 회사에서 또 만날까봐."

포도: "세상 좁다. 대학은 4년 졸업하면 끝이다. 그 인연이 평생 가지 않는다. 사회는 나이 보다 능력이 우선시 되는데 언제 어떤 인연으로 또 만날 줄 알고. 조금 넓게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처벌이 강화됐으면 좋겠다. 그 기록이 평생을 따라다녔으면 한다. 사랑으로 감싸는 것은 부모 자식 사이에서나 있는 거지 타인과 타인 사이에 사랑으로 감싸는 거? 그런건 없다. 내가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은 꼭 졌으면 한다."

팟캐스트 청춘라떼 http://www.podbbang.com/ch/9879
페이스북 청춘라떼 https://www.facebook.com/Youthlatte/
#청춘라떼 #대학군기 #군기 #대학생활 #대학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서양에선 없어서 못 먹는 한국 간식, 바로 이것
  2. 2 모임서 눈총 받던 우리 부부, 요즘엔 '인싸' 됐습니다
  3. 3 카페 문 닫는 이상순, 언론도 외면한 제주도 '연세'의 실체
  4. 4 생생하게 부활한 노무현의 진면모...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5. 5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던 동네... 충격적인 현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