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에서 '골목길'로 변한 반달물길의 흔적
유영호
한편 대오서점에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직선상의 길은 더 이상 물길이 아니다. 이곳부터 옥류동천은 대오서점 앞 작은 골목길을 따라 흐르고 있다.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골목길이다 보니 좁을 뿐만 아니라 곡선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이다. 속칭 이 길을 '반달물길'이라 부른다.
이 반달물길을 따라 걸으면 이내 이 길은 '통인시장'안으로 안내한다. 그러니 옥류동천 상류로 오르는 길에 있는 통인시장 일부도 물길 위에 있는 셈이다. 이렇게 물길을 따라 통인시장을 빠져 나오면 시장 입구는 그야말로 여러 맛집들로 항상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일제강점기 제2공설시장 '통인시장'이곳 서촌의 맛집 골목으로 유명해진 통인시장. 종로구 통인동에 있는 시장이라 지명에 따라 지어진 이름이다. 그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작은 동네시장에 불과하지만 이제야 서촌, 특히 옥류동천 물길이 관광단지로 개발되어 이곳에 거주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진 시장이다.
게다가 지난 2012년 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들의 설 준비를 탐방하고자 어린 손녀를 데리고 찾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하지만 서민들의 설준비를 살펴보며 소통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함께 간 손녀의 옷이 고가 명품 몽클래어의 패딩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일으켰던 곳이기도 하다.
최근의 통인시장 이야기는 접어두고 좀 더 과거로 돌아가보자. 본래 이곳 시장은 1941년 6월 인근 효자동 일대에 살고 있던 일본인들을 위하여 개설한 제2 공설시장이다. 앞선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당시 인근 통의동에는 동양척식회사 관사가 들어섰으며, 1926년 총독부, 1939년 총독관저 등이 남산일대에서 경복궁 터로 이전해 오면서 효자동 일대에는 조선총독부 관료 등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생활편의를 위한 시장이 필요했다.
일제는 병술국치 이후 토지조사사업과 회사령을 통해 조선의 농업과 산업구조를 바꾸며 수탈의 법적근거를 마련했듯이 같은 시기 조선의 상업구조에 대한 재편을 목적으로 시장조사를 하였다.
그리고 1914년 조선총독부령 제136호로 '시장규칙'을 반포하여 조선의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다. 이에 따라 기존 조선의 재래시장은 제1호 시장으로 묶어 놓고, 일제의 새로운 신식시장으로 제2호, 제3호 시장을 추가 편성한 것이다. 제2호 시장은 일반소비자들을 상대로 하는 시장이며, 제3호 시장은 지금의 도매시장 또는 경매시장과 같은 것이다.
특히 통인시장과 같은 제2호 시장은 "현실적으로는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에게 생활 편의를 제공하려는 목적이 우선적이었다." 그리고 공설시장은 시장규칙에서 정한 제2호 시장에 속하며, 이에 일반적으로 2호 공설시장으로 불렀다.
이러한 총독부의 시장재편 전략에 따라 1919년 명치정(명동2가 25번지)과 종로(견지동 110번지)에 공설시장이 처음으로 생기고 이후 확산되면서 점차 조선의 시장을 장악해 들어갔던 것이며, 이 과정에서 이곳 통인동에도 제2 공설시장이 생겨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