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긴 두부를 갈라 미리 해놓은 찹쌀밥을 넣습니다.
이승숙
두부밥은 이를 테면 '유부초밥'과 비슷하다. 그러나 둘은 남한과 북한의 차이만큼이나 다른 음식이다. 튀긴 두부 속에 밥을 넣는 것은 같지만 유부초밥이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것과 달리 두부밥은 맵다.
"두부밥은 콧물이 쑹 나며 열이 확 오르게 매워야 해요. 이거 하나 먹으면 감기도 뚝 떨어져요."고향 음식을 소개하는 게 좋은지 정훈 엄마가 재빠르게 손을 놀린다. 속이 깊은 프라이팬에 넉넉하게 기름을 붓고 자글자글 끓인 후에 빻은 마늘과 고춧가루를 함께 담아놓은 그릇에 끓는 기름을 부었다. 겨울이면 영하 20~30도는 보통이고 눈이 가슴까지 쌓인다는 백두산 아래 마을이라서 그런지 기름을 많이 쓴다. 추위를 이기려면 지방층을 두껍게 쌓아둬야 해서 그렇게 기름을 많이 쓰는 걸까, 아니면 중국과 가까워서 음식이 기름진 걸까.
두부밥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두부를 삼각형이 되게 반으로 자른다. 그 다음에 약 7밀리미터 정도 두께로 썬 다음 끓는 기름에 튀겨낸다. 튀긴 두부의 배를 갈라서 주머니를 만든다. 그리고 미리 해놓은 찹쌀밥을 튀긴 두부 속에 채우고 양념을 발라서 먹는 게 두부밥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양념이다. 매우면서도 화끈한 양념장을 아끼지 말고 발라줘야 비로소 두부밥의 진면목이 나타난다. 코가 쑹 뚫리고 열이 위로 화끈하게 솟아올라 감기쯤은 뚝 사라지게 하려면 양념장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두부밥의 양념장에는 찧은 마늘과 매운 고춧가루를 많이 쓴다. 그 외 다진 양파와 파도 조금 넣는다. 위의 재료에 팔팔 끓는 기름을 부으면 매운내가 확 난다. 고춧가루 물이 들어 번드레한 양념장에 물과 소금 그리고 설탕을 조금 넣고 한소끔 살짝 끓여준다. 이렇게 만든 기름양념장을 두부밥에 발라 먹으니 아니나 다를까 매운 기운이 훅 올라온다. 정훈엄마의 말처럼 콧물이 쑹 나오고 머리 위로 열이 후끈하게 올라왔다.
"정훈이 임신했을 때 엄마가 해주던 두부밥이 너무 먹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신 유부초밥을 사와서 먹었는데, 입맛에 맞지가 않았어요."몸이 아프거나 힘들 때 엄마를 생각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입덧으로 고생할 때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얼마나 엄마가 생각나고 엄마가 해주는 밥이 먹고 싶었을까. 정훈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했지만 듣는 우리는 마음이 아팠다.
엄마밥이기도 한 두부밥두부밥을 먹노라니 문득 얼마 전에 앞마당으로 옮겨 심은 나무가 생각났다. 집 근처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수십 그루 모여 있는 숲이 있다. 낙엽이 쌓여 푹신한 땅에는 이쑤시개 굵기의 어린 소나무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 그중 몇 개를 캐서 종이컵에 담아와 텃밭 한 쪽에 심었다. 4~5년을 키웠더니 이제는 제법 커서 어른 정강이를 넘을 정도로 키가 자랐다. 식목일 즈음해서 소나무를 옮겨 심었다. 몇 년 사이에 소나무의 뿌리가 제법 깊고 넓게 뻗어 있었다.
나무를 옮겨 심고 지줏대를 세워 주었다. 바람에 흔들리지 말고 뿌리를 잘 내리라고 세워줬지만, 그래도 원래 자라던 땅만 하겠는가. 하루아침에 뿌리가 뽑힌 채 낯선 곳으로 옮겨 심어진 나무는 몇 해 동안 몸살을 앓는다. 뿌리를 내리기 위해 앓는 몸살이리라. 그래도 대여섯 해가 지나면 어느새 나무는 자리를 잡고 힘차게 자라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옮겨 심어진 그 자리가 원래 제 자리인 양 의연한 모습으로 하늘을 향해 당당하게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