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베컴처럼 되고픈데... 넌 피구만 하라고?

축구 대회 나가지 못한 어진이의 물음, "남자·여자의 일은 왜 나눠져 있나요?"

등록 2016.05.12 11:05수정 2016.05.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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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개봉한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에선 유명 축구선수 베컴처럼 되길 바라는 소녀가 나옵니다. 18살 제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제스는 추구를 즐기는 여느 아이들처럼 멋진 슛을 날리는 것이 꿈입니다. 방안은 온통 축구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지요.

하지만 제스의 부모는 그런 그녀를 못마땅해합니다. 그저 제스가 여느 딸 아이들처럼 축구 대신 집안일을 익히고 결혼하길 바라지요.

여기 제스처럼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길 바라는 초등학생, 어진이가 있습니다. 어진이는 지난 8일, 언니 조연주씨가 SNS에 올린 한 편의 글을 통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어진이는 주중엔 학교 친구들과, 주말엔 도토리 축구단 친구들과 축구를 합니다. 어진이는 연주씨가 SNS에 글을 올린 날에도 경기에서 골을 두 번이나 넣었습니다. 그만큼 실력 있는 축구 꿈나무이지요.

이런 어진이에게 얼마 전 속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10일, 학교에서 열리는 교육장배학교스포츠클럽대회 학교별 지역예선전에 축구선수로 출전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어진이가 받은 경기 참가 신청서엔 여자는 축구를 선택할 수 없게 되어 있었습니다.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로 종목이 정해진 것이지요.

축구를 하고 싶은 어진이는 다른 여자 친구들과 함께 선생님을 찾아갔지만, '여자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결국 어진이는 이 말을 내뱉으며 울컥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하고 싶은데 어쩌라고!"

연주씨는 어진이에게 "어쩔 수 없다"는 단순한 위로를 건네지 않았습니다. 대신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이 사건을 계기로 생각하게 된 성별 고정 관념의 문제점을 담담히 지적했습니다. 이 글을 1000개에 가까운 '좋아요'를 받을 만큼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습니다.


해당 대회를 담당하는 양평교육지원청 측은 10일 기자와 통화에서 "전국스포츠클럽대회는 초등부 여자 축구를 포함해 총 24가지 종목의 경기를 운영하지만, 그 대회의 예선 격인 교육장배스포츠클럽대회는 그보다 적은 종목을 운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교육장배스포츠클럽대회는 일선 교사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종목을 선정한다, 양평은 소규모 초등학교가 많아 여자 축구팀을 구성하기 어려워 해당 종목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교육장배스포츠클럽대회가 엘리트 체육이 아닌 생활 체육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해달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10일, 축구복을 챙겨갔던 어진이는 결국 경기에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신청서에 축구를 하고 싶다고 꼭꼭 눌러썼던 어진이의 바람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대회 운영의 행정적인 이유는 이해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입니다. '축구는 여자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고정 관념 때문에 자신의 의사를 마음껏 표현하지 못한 친구가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 '지메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활약하고 있는 첼시 LFC 소속 공격수 지소연 선수도 집안의 반대와 '축구는 남자가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넘어서야 했습니다.

낙담하는 대신 잘못된 점을 지적한 연주씨와 어진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물음을 남겼습니다.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며,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당장 5월에 열리는 여러 체육대회에서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라는 이 공식을 깨보는 건 어떨까요? 성별 고정관념을 없애는 일, 생각보다 간단할지 모릅니다.
#축구 #여자 #베컴 #성별고정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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