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왜 죽었나 알면, 그때 슬퍼할게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320] <다시 봄이 올 거예요> 강곤 작가

등록 2016.05.16 17:02수정 2016.05.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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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출간했던 세월호 작가 기록단이 세월호 2주기를 앞둔 지난달 11일 두 번째 이야기인 <다시 봄이 올 거예요>를 출간했다. 단원고 희생학생 부모의 목소리를 담았던 <금요일엔 돌아오렴>과는 달리 <다시 봄이 올 거예요>는 생존 학생과 희생 학생의 형제자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출간 뒤 이야기와 기록단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해 <다시 봄이 올 거예요>에 새롭게 참여한 강곤 작가를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다음은 강곤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기록되지 않는 생존자, 희생 학생 형제·자매 목소리 기억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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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곤 작가 ⓒ 이영광


- <금요일엔 돌아오렴>의 두 번째 이야기인 <다시 봄이 올 거예요>가 출간된 지 한 달이 되어가는데 반응이 어떤가요?
"아무래도 <금요일엔 돌아오렴>보다는 폭발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생존 학생이나 희생 학생 형제자매 이야기를 폭넓고 새로운 목소리를 읽어주길 바라는 기대가 있는데, 그보다는 4월 16일 당일 얼마나 고통스럽고 그 이후로 얼마나 힘겨웠는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을 다른 결로 읽고 이야기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주위에서는 뭐라고 하나요?
"여전히 <금요일엔 돌아오렴>처럼 책을 샀지만 읽지 못하겠다는 분들이 제일 많아요. 읽어본 분 중에는 '힘들고 슬플 줄만 알았는데 위로도 받고, 성숙하게 2년을 잘 보냈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 출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끝내고 나서 어떤 사람의 목소리를 담을지 기록단에서 논의를 했어요. 2년 동안 제일 들려오지 않았던 목소리, 혹은 이야기했지만 우리 사회가 귀 기울이지 않아서 못 들었던 목소리를 듣고 싶었어요. 10대들 즉, 생존 학생과 희생자 형제자매들의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인터뷰를 하게 됐죠."

- 세월호는 단원고 희생자 중심으로 이야기되잖아요. 그러나 일반인 희생자들도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아요. 그래서 아쉬운 느낌도 있는데.
"기록하는 입장에서 아쉽죠. 그러나 일반인과 단원고 중 선택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올 1월에 졸업했죠. 졸업하고 나서는 기록하기 위해 만나는 게 힘들겠다라는 판단 때문에 졸업하기 전에 최대한 인터뷰와 기록 작업을 하자는 논의가 있었어요. 단원고가 아닌 일반인 같은 경우는 기록하고 싶지만, 기록할 수 있는 관계 맺음 자체가 없기 때문에 해야 하지만 못하는 측면이 있었죠."


- 웹툰으로도 연재되었던데.
"이 작업에 참여한 분들이 10대잖아요. 아무래도 10대는 글보다는 영상에 익숙한 세대지요. 누구든 그렇겠지만, 인터뷰에 참여하면 자기가 했던 말이 널리 퍼지면 좋겠죠. 특히 10대들은 자기 또래들이 많이 봐주길 바람이 있죠. 그래서 웹툰이라는 매체가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책을 기록하면서 웹툰 작가들과 공유해 같이 콘티를 짜고 원고를 검토했어요. 책을 잘 안 읽는 분들도 여기 담긴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고, 반응은 대단히 좋았던 것 같아요."

- 작가님은 <다시 봄이 올 거예요>에 새롭게 참여하셨어요. 계기가 있었나요?
"<금요일엔 돌아오렴>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당시 제가 파주에서 직장생활을 해서 물리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시간이 안 되었어요. 출판사에 있었는데 그때 제가 편집자로 냈던 게 <밀양을 살다>라는 책이었어요. 세월호 작가기록단 멤버들 상당수가 <밀양을 살다> 작업에 참여했던 작가들이었죠. 그래서 제가 출판사를 그만두고 시간이 되어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작업을 할 때 참여할 수 있지 않겠냐는 제안이 온 거죠."

- 공동 작업이라 작가단의 호흡도 중요할 것 같아요.
"중요하죠.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부터 시작해서 10대라는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만날 것인가 등에 토론하고 세미나를 하면서 했던 작업이죠. 어떻게 보면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개인 작업이었다면 훨씬 힘들었을 거예요. 서로 의지하는 공동작업으로 배우고, 위로받고, 힘내는 과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 공동 작업한 게 아니라 여러 차례 함께 작업해오면서 신뢰와 호흡이 맞았어요. 그래서 작업이 가능했던 것이죠."

예상 밖 고통 함께 이겨내는 희생 학생 형제·자매들... 미성숙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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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이 올 거예요> 책 표지 ⓒ 창비

- 섭외는 어떻게 했나요?
"희생자 형제자매 같은 경우는 가족협의회에 공식적으로 요청해서 하고 싶은 사람이 참여하게 했고, 설명회도 한 번 개최했어요. 특히 생존학생 같은 경우는 설명회를 개최해서 취지 등을 설명하고 참여를 받았습니다. 인권 실태 조사를 통해 인연을 맺고 있었던 분들은 그 루트를 통해서 섭외하기도 했어요."

- 고 김도언양의 오빠 김태우씨를 인터뷰하셨잖아요. 섭외는 어렵지 않았나요?
"김태우씨의 경우는 세월호 사건이 있고 2개월 뒤에 군에 입대해서 지난 2월에 제대했죠. 휴가를 나올 때마다 인터뷰했지만 2번뿐이었어요. 참사 이후 두 달 만에 군대에 가서 2년이란 시간을 군인 신분으로 군대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답답함이 있었기 때문에 제대하는 시점에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었지요. 흔쾌히 응해 주셔서 어려움은 없었어요. 그러나 군인 신분이라 여러 번 만나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었죠."

- 인터뷰하며 느끼는 것도 있었을 것 같아요.
"대단히 고통받는 피해자 또는 아무것도 모르는 청소년을 정형화시키면서 여전히 대상화하지 않나 생각해요. 그 사람들은 여러 가지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요. 또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많은 어려움과 고통도 있고 예상 밖의 어려움과 고통이 있어요. 그것 또한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잘 이겨나가고 있어요. 그들이 비록 우리가 '미성숙하다'고 이야기하는 청소년일지라도 함부로 미성숙한 존재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됐죠."

- 인터뷰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해 주세요.
"작가 기록단에서 저에게 도와 달라고 했던 이유 중 하나가 남자를 인터뷰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어요. 작가 기록단에는 남자가 둘밖에 없거든요. 특히 10대 남자들 같은 경우는 대단히 단답형이고 자기 느낌을 솔직하게 자기 언어로 표현하는 데 서툴죠.

그래서 저는 김태우씨 말고 생존 학생 한 명을 인터뷰하기로 했어요. 그를 두 번 만났고 두 번째 만남에서 인터뷰를 하겠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러나 그 뒤에 연락이 두절됐어요. 그래서 졸업식에 가서 만났더니 저에게 너무나 죄송한 표정을 짓길래, 제가 먼저 가서 '나에게 미안한 일이 전혀 아니고 힘들고 고통스러우면 인터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아쉬움은 남죠.

그럼에도 저는 그들에게 '이 기록작업이 중요하니 참여하라'고 강요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침묵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언젠가는 그 친구도 자기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자리가 꼭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어요.

많이 아쉬워했던 분은 그 학생의 어머니였어요. 어머니는 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등을 무척 궁금해하셨거든요. 김태우씨는 저와 인터뷰하면서 2년간 자기 생각이 많이 정리되어서 좋았다고 얘기해 줘서 고마웠고요. 김태우씨 어머니도 '희생자의 유가족 같은 경우는 진상규명 투쟁을 하면서 형제자매들에게는 소홀할 수밖에 없는데, 아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되어 고맙다'고 말씀하셔서 저도 감사했어요."

- <다시 봄이 올 거예요>로 독자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포괄적으로 이야기하면 <금요일엔 돌아오렴>나 다른 세월호 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왜 우리가 세월호를 기억해야 하는지, 그리고 세월호 진상규명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다른 책들과 이 책의 다른 점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 사회나 심지어 가족협의회, 그리고 진보적인 시민사회조차도 10대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것 아닐까하는 반성과 성찰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에요.

또 한가지는 '아이들아 미안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잖아요. 세월호 참사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든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할 게 아니에요. 같은 사회 구성원이자 동료로서 10대들에게 '우리 미안할 일을 만들지 말자'라고 평등하게 세월호 진실을 알려나가는 것이 필요해요. 그렇게 할 때만이 세월호의 올바른 진실이 드러날 수 있지 않겠느냐, 란 메시지를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 제목이 <다시 봄이 올 거예요>잖아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세월호 이전에도 5월엔 5.18이라는 커다란 사건이 있었죠. 그래서 5월이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듯, 4월 또한 그런 것 같아요. 봄은 아름답지만, 마냥 기뻐하거나 즐기기 어려운 계절이죠.

그럼에도 봄은 희망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죠. 2주기가 됐지만, 세월호 문제가 앞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사회는 아직 봄을 맞지 못했죠. 그러나 4.19와 5.18이 그랬듯 세월호 또한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고 유가족과 한국 사회에 봄이 오지 않을까, 그런 걸 만들어 보자는 의미인 것 같아요."

- 얼마전 단원고에서 희생 학생을 제적처리 해서 논란이 일었는데. 어떻게 보세요?
"세월호 참사 이후에 몇 가지 막말이 있었죠. 대표적인 게 '세월호는 교통사고 아니냐'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한국 사회 관료들의 인식 수준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연장 선상이죠. 희생 학생들에게 입영 통지서가 날아간 것이나 제적시킨 건 병무청이나 교육청이 세월호를 일반적인 사건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세월호 사건 이후로 한국 사회 관료 조직은 세월호 사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전혀 파악하려고 하지도 않고, 조금도 성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책이 나오고 인천대학교 대학생들이 북 콘서트를 한다고 해서 희생 학생의 누나와 같이 다녀왔어요. 청중이 '총선 결과도 희망적이기 때문에 20대 국회에서 책임자들이 다 처벌되고 세월호의 진상이 다 밝혀지면 뭘 하고 싶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희생 학생의 누나가 '이 정권 아래 20대 국회가 아무리 여소야대가 됐다 하더라도 절대로 책임자가 처벌되고 진상규명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만약 그렇게 되면 그때부터는 슬퍼하고 싶다'고 해요. 2년 동안은 진상규명하느라 제대로 슬퍼하지 못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많은 사람이 유가족들에게 '이제 그만 슬퍼하라'고 해요. 그게 선의로 나오는 위로의 말이든 아니면 피곤하니 그만하라는 악의적인 이야기가 됐든...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지 않으면 한국 사회가 또다시 이런 참사를 겪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사람들은 슬퍼할 수도 없어요. 이런 점을 알아주고 그분들에게 섬세한 위로의 말씀을 해주시면 좋겠고, 같이 기억하고 세월호 진상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 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강곤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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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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