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사 대신 '김용태 혁신위', 새누리 변할까

[분석]혁신위 권한 강화·비박 중심 비대위 구성으로 힘 실어, 17일 전국위 주목

등록 2016.05.15 14:21수정 2016.05.1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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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김용태 의원(오른쪽)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명 소감을 밝히기 위해 마이크 위치를 조정하고 있다. 왼쪽은 정진석 원내대표.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김용태 의원(오른쪽)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명 소감을 밝히기 위해 마이크 위치를 조정하고 있다. 왼쪽은 정진석 원내대표. ⓒ 연합뉴스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에 비박(비박근혜) 3선 김용태(서울 양천을) 의원이 내정됐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당의 문제를 잘 알고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을 뜯어고친다고 하면 더더욱 어려운 일"이라며 이를 밝혔다.

결국, 혁신위원장으로 외부인사를 영입하는데는 실패한 것이다. 앞서 혁신위는 의사결정권한이 있는 비상대책위원회와 별도로 구성되는데다 사실상 오는 7~8월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활동하는 만큼 '유명무실한 자문기구'가 될 것이란 지적을 받았다. 여기에 영향력 있는 외부인사 영입까지 실패하면서 더욱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게 된 상황이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서 '김용태 혁신위'는 '신의 한 수'로 평가할 만하다.

일단, 김 신임 혁신위원장은 지난 2014년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보수혁신특위'에서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당내 쇄신현안을 앞서 다뤄본 만큼 짧은 활동기간에도 빠른 속도로 일을 진행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당대 비박·소장파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런 그를 앞세우면서 정 원내대표는 '비대위-혁신위 투트랙' 결정과 원내지도부 구성 과정에서 들었던 "보이지 않는 손" 논란, 즉 "친박(친박근혜) 의도대로 당이 흘러간다"는 비판에서 한발 비켜설 수 있게 됐다. 이는 오는 17일 전국위원회를 통해 '정진석 비대위'를 추인받아야 할 정 원내대표 입장에서 볼 때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문제였다.

"친박 의도대로 당 흘러간다" 비판 피할 묘책?


정 원내대표도 임명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 점을 강조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늘 서민과 함께 이웃이 되어온 정치인이었고, 그 누구보다 서민의 고단한 삶의 문제를 현장에서 함께하고자 노력해왔던 3선 의원"이라며 "어렵다는 서울 지역에서 세 번 당선된 사람이고 의원총회에서도 늘 당을 향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개혁적인 정치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 당이 선거 패배 후 한 달이 지났는데 너무나 한가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라면서 "집권 여당으로서 이렇게 무기력할 수 있느냐는 국민의 질책이 끊이지 않았고 우리는 선택을 해야 했다"라고 덧붙였다.


즉, 총선 참패 후 비대위 구성 등을 놓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시간을 더 이상 허비할 수 없어 내부 인사를 택했고 그나마 적임자로서 김 위원장을 택했다는 설명이었다.

이와 관련, 정 원내대표는 "반 토막 난 지지를 되찾아오지 못한다면 정권 재창출은 요원하다, 마음이 떠난 국민 마음을 되찾아 오는 일,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야말로 새누리당 혁신위의 목표가 돼야 한다"면서 "그 일을 앞장서 해내는데 젊은 김용태 의원이 적임이라고 최종적으로 결론 내렸다"라고 강조했다.

또 "비대위와 혁신위는 문제 있는 새누리당의 구태, 껍데기를 안과 박에서 동시에 '줄탁동기(啐啄同機)'로 쪼아대 벗겨 내겠다"라며 "그래서 궁극적으로 거듭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겠다"라고 다짐했다.

김 위원장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뼛속까지 모든 걸 바꾸는 혁신을 해 아직 새누리당에 기대하는 많은 분, 새누리당을 아꼈다가 지지를 철회한 분들의 마음을 다시 얻겠다"라고 공언했다.

그는 특히 "(총선) 패배의 결과보다 더 참담했던 것은 그렇게 민심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사실"이라며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버리기로 작정한 순간에도 우리는 국민들이 지지해줄 것이란 환상에 빠져 있었던 것이 가장 뼈 아픈 실책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누리당 혁신의 답이 없는 게 아니다, 이미 다 나와 있지만 실천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다 뚫고 혁신과제들을 해결해 나가겠다"라며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이 하나도 없다, 물러날 곳이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혁신위는 총선 패배 원인으로 지목된 계파 정치 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최우선 혁신과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 정치의 특권을 내려놓는 과제는 물론이고 이번 선거의 최대 패배 원인을 제공한 계파갈등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방법을 찾아보겠다"라고 말했다.

"파격적인 인사들로 혁신위 구성", 일단 주도권은 쥐었다

다만, '김용태 혁신위'의 성공 유무는 아직 물음표다. 김 위원장을 제외한 혁신위원 인선이 시작되지도 않은데다 비대위와 달리 의사결정권한이 없다는 한계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또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이르면 2달 뒤 열릴 예정인만큼 활동시간도 부족한 편이다. 앞서 2014년 이준석 체제의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의 경우 '김무성 지도부'를 탄생시킨 7.14 전당대회 이후 그 활동이 유야무야 종료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오는 17일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와 혁신위 체제가 확정되면 바로 인선작업에 돌입해서 빨리 출발하겠다"라며 "지금은 신중한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나와있는 답들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실천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혁신위의 외부인사 영입 및 그 비율 여부에 대해선 "지금 좌고우면하면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새롭게 출발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따라서 훨씬 더 파격적인 인사들로 혁신위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혁신위원 인선과 관련해, "상의는 하되, 인선에 대한 전권은 제게 있다"라면서 "혁신의 목표인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데 걸맞은 사람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혁신위원 인선부터 확실히 '키'를 잡아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같은 구상에 힘을 실어주는 '조건'들도 속속 마련된 상황이다.

일단 새누리당은 오는 17일 열릴 전국위원회의에서 혁신위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당헌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혁신위가 제출할 당헌·당규 개정안은 최고위나 비대위를 거치지 않고 혁신위 의결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소집을 요구해 심의·의결할 수 있도록 하고 법률 개정안의 경우엔 의원총회 결의 없이 혁신위 안이 바로 당론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주 골자다. 이 같은 당헌 개정안이 처리될 경우, 차기 당권을 친박 측에서 장악하더라도 혁신위의 논의 결과가 그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대위 역시 '김용태 혁신위'와 호흡을 맞출 인사들로 구성됐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3선의 김세연·김영우·이진복·홍일표 의원과 이혜훈 당선자, 재선의 한기호 의원, 초선의 정운천 당선자 등을 비대위원으로 임명했다. 이진복·한기호 의원을 제외하면 대다수 비박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결과적으로 친박 다수의 당 상황에도 비대위와 혁신위 만큼은 비박 측의 주도 하에 일이 진행되는 셈이다. 이는 앞서 '비대위-혁신위 투트랙' 결정에 대한 비박 측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면서 계파정치 청산 등 당 쇄신작업에 힘을 모아주는 결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이에 대해 "중량감 있고 합리적인 분들을 중심으로 지역안배를 고려해 선정한 것"이라며 "계파 안배는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김용태 #혁신위원장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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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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