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혜농원30여년간 러브체인만 키워온 다혜농원 김정자(53세), 박찬흥(56세) 부부는 러브체인을 키우며 살아오다 러브체인을 닮아버린듯 소박했다.
김민수
인터뷰 말미에 두 부부의 사진을 담으려 하는데, 얼마나 쑥스러워 하는지…. 쉽지 않았으나 또한 어지간해서 타인의 요구를 거절하지도 못하는지라 허락한다. 그러나 그 모습에는 여전히 쑥스러운 모습이다. 사진을 화면으로 보여주니, 손이 정말 어색했다고 한다.
문득, 수줍음을 많이 타던 시절에 대중 앞에서면 손을 어떻게 할지 몰라서 당황해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심성을 오십 중반을 살아가는 이 때에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니 참으로 필자로서는 오랜만에 사람다운 사람을 만난 셈이다.
돌아오는 길, 찔레꽃 향기가 바람을 타고 여전히 애기똥풀 사이로 난 길을 걷고 있다. 마음이 한결 푸근해져서 차에 앉았건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식들은 여전히 아픈 소식들이다. 내일이 그 날인데, 도대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막으며 국론을 분열시키는 이들은 도대체 사랑이 뭔지는 아는 이들일까 싶다. 국가보훈처에 러브체인이나 한 박스 보낼까 싶은 허망한 생각도 해본다.
러브체인 30년 키우다, 득도한 부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5월의 햇살이 뜨겁다. 그 뜨거운 5월의 햇살 아래서 찔레꽃 향기를 맡으며 밭일을 했을 어머니, 5월의 광장에서 쓰러진 5월의 영령들, 그들 모두가 이젠 평안히 쉬게 하는 것이 남은 자들의 할 일이 아닐까?
사랑, 사랑이 여전히 부족하다. 사랑은 넘쳐나는데 사랑 아닌 사랑만 넘쳐나고, 사랑이라는 단어만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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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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