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암' 간암, 생존율 높이는 법

[종양학 전문의와의 점심식사 ⑧] 간암의 증상과 치료

등록 2016.05.20 05:12수정 2016.05.2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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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양학 전문의와의 점심식사'는 대화의 형태를 빌려 보다 알기 쉽게 암 예방 및 통계에 대한 지식과 갑상선·유방·대장·간 등 각각의 암 종에 대해 알아보는 연재입니다. 한 신문사의 의학·건강기자이자 암 환자 보호자이기도 한 K기자와 한 종합병원 의사 Q의 대화로 구성해봤습니다. - 기자 말


연일 뜨거워지는 기온도 쉬어갈 때인지, 그날은 마치 이른 장마가 온 것처럼 시원하게 비가 내렸다. 창밖으로 부딪치는 빗소리가 고즈넉한 오후. K와 Q는 한 카페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K : "선생님, 무슨 생각하세요?"
Q : "예, 연일 날씨가 맑다가 하늘도 어둡고 비도 오니, 예전에 보았던 환자 생각이 납니다."
K : "어떤 환자였나요?"
Q : "우리가 지난주에 이어 오늘 이야기하기로 한 간암 환자입니다. 간암환자들은 유난히 기억에 남는 환자들이 많아요."
K : "왜 간암환자분들이 유난히 기억이 많이 남는 건가요?"

간암이 뒤늦게 발견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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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실질 내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다. ⓒ pexels


Q : "일단은…. 간암은 발생률에 비해 사망률이 높습니다. 발생률은 전체 암종 중에서 6위정도인데, 사망률로는 폐암에 이어 2위죠. 발병한 사람에 비해 사망한 사람이 높다는 이야기이니, 그만큼 치명적이거나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겠죠."

K : "네 그렇군요…. 간암이 늦게 발견되는 이유가 있을까요?"


Q :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난번에 이야기한 것처럼 병이 아주 진행할 때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요(간실질 내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어 외막을 건드릴 만큼 성장할 때까지 통증이 느껴지지 않고, 간은 일부만 남아있어도 장기 자체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매우 병이 진행될 때까지 기능 저하에 의한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장기 자체가 눈에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으니까 그렇지요.

이것과 반대가 되는 성향의 암을 이야기해보자면, 대표적으로 갑상선암과 유방암이 있습니다. 갑상선과 유방은 각각 목의 피부밑, 그리고 가슴 앞에 위치해 있어 외형적으로도 잘 보이고, 손으로 촉진도 쉽게 가능하지요. 또, 여성에서 주로 발병되는 암이라는 점도 있고요."

K : "간암이 늦게 발견되는 게 성별과도 관련이 있나요?"

Q : "일단, 간암은 성별에 따라 발병률에 차이가 꽤 큽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발병률이 3배 정도 높지요. 그리고 대부분의 암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발병률이 높아지는데, 간암도 그 흐름을 따르기는 하지만, 다른 암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잘 생깁니다. 40대에서 50대 초반의 남성들로 범위를 좁혀보자면, 간암은 위암에 이어 거의 2위에 가까운 발생률을 보이고 있지요.

사람은 누구나 생로병사를 하지만. 80세 혹은 90세 이상으로 장수를 하다가 작고하시는 것과 40~50대의, 한참 사회적·경제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을 때 비극을 맞는 것과는 그 양상이 많이 다릅니다. 본인도 심적으로 준비가 잘 안 돼 있고…. 40대에서 50대 초의 남성분이라면 그 분의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거나, 기껏해야 대학생 정도의 나이대겠죠. 그런 비극을 맞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입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간암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을 지켜볼 때, 속으로 눈물을 흘려야 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것은 학문적으로 밝혀져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대부분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건강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대개 지식적으로도 해박하고, 건강검진도 잘 챙기지요. 남자들은 상대적으로 술·담배 등도 더 많이 하고, 일에 집중하느라 건강에 신경을 덜 쓰기도 하고, 스스로 '내가 만약 건강에 문제가 있으면, 가족들은 어떻게 하지?'라는 부담감에 그냥 '괜찮을거야' 이런 마음으로 검진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많지요."

K : "그렇군요. 젊은 남자, 한창 사회활동이 왕성한 나이에도 발생할 수 있는 암이라니…. 더욱 안타깝습니다. 더욱 신경을 써서 검진을 받고, 주의해야겠어요."

Q : "네 맞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이상없이 건장하다고 해서 방심하지 말고, 조금 겁이 나더라도 꼼꼼하게 스스로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 자신뿐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점을 아셔야 합니다."

간암의 치료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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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의 치료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 플리커


K :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러면 이번에는 간암의 치료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설명해주시겠어요?"
Q : "간암의 치료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됩니다. 수술(절제술과 간이식수술이 있지요), 고주파치료술이나 에탄올 주입술 등의 국소치료술, 경동맥화학색전술, 방사선치료, 항암제치료 등 다양합니다."

K : "종류도 많고 이름도 어려운데요. 위에 말씀해주신 것 같은 치료를 받으면, 간암이 완치될 수 있는 건가요?"
Q : "당연히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완치의 가능성은 달라지고, 조기에 발견될수록 치료는 용이합니다. 위에 언급한 치료 중에, 수술적 치료와 국소 치료(고주파치료술, 에탄올주입술)가 완치를 목표로 한 대표적인 치료법입니다.

간절제술은 완치 치료의 근간이 되는 치료입니다. 간 절제술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간 기능도 어느 정도 버텨줘야 하고 종양이 간 전체에 퍼지지 않고 일부에 국한돼 있어야 합니다. 국소치료인 고주파치료술이나 에탄올 주입술은, 암의 개수가 적고 그 크기가 작을 때 외부에서 바늘을 찔러넣고 열을 가하거나 에탄올을 주입해서 암을 사멸시켜 버린다는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K : "네, 선생님. 그런데 만약 간이식이 가능하다면, 그게 가장 완벽한 치료가 아닌가요? 왜 다른 치료들을 또 해야 하는 건가요?"

Q : "이상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일단 간 이식을 해줄 수 있는 건강한 생체 공여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고요(우리나라에는 뇌사로 인핸 장기 기증자가 매우 드물고,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이 생체공여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간암이 어느 정도 이상 진행된 후에는 이식을 해도 재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새는 이식수술이 수술 경험이 풍푸해져 과거보다 많이 안전해졌지만, 그렇다고 해도 위험부담이 있는 수술입니다. 특히 환자 뿐 아니라 공여자의 안전까지 생각해야 하니, 결정이 조심스럽지요. 물론 초기의 간암을 잘 선별해서 성공적으로 이식 수술을 수행하면, 암도 낫고 간기능도 정상화돼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K : "알겠습니다. 색전술은 어떤 치료인가요? 이름이 생소한데요."
Q : "간은 문맥과 간동맥이라는 두 개의 혈관에서 혈류를 공급받습니다. 여기서 간암세포들은 간동맥에서 주로 혈액을 공급받지요. 그런 점을 이용해서, 간암을 먹여 살리는 간동맥 혹은 그 일부를 항암제와 종양에 머무르는 성질의 물질을 사용해서 막아버리는 겁니다. 다만, 완치할 수 있는 치료방법은 아니고 경과를 추적하면서 재시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K : "방사선치료나 항암제치료는 다른 암처럼 간암에서도 사용되나요?"
Q : "불과 10~20년 전까지만 해도 방사선과 항암제는 간암치료에 듣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상간은 보호하고 간암을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방사선치료 기술의 발달과 효과가 좋은 신약의 개발로 이제는 간암치료에도 방사선과 항암제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방사선치료는 크기가 큰 종양이나, 문맥을 침범한(암이 간문맥을 침범하면 전이의 위험도 높고, 간기능을 저하시킨다) 고위험군 환자의 치료에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를 기준으로 간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거의 유일한) 항암제로는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 sorafenib)'가 있습니다. 생존 기간이 연장된다는 보고는 있지만 부작용도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사용되고 있지요."

[Coffee break] 생존율 30%... 만족할만한 수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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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인 검진은 간암을 조기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 pexels


K : "긴 시간 말씀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간암의 치료방법이 아주 다양하네요. 다 기억하려니 머리가 아파요."

Q : "최근 수십 년간 치료기술이 빠르게 발달했습니다. 환자 수가 서양에 비해 우리나라나 아시아에 많은 만큼, 우리나라 의료진도 의학 발달에 크게 기여를 했지요. 단적인 예로, 불과 15~20년 전인 1996년에서 2000년 사이 간암의 5년 생존율은 13%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2008년에서 2012년 사이에는, 5년 생존율이 꾸준히 상승해서 30%까지 올라갔지요. 아마 지금은 더 높아졌을 겁니다."

K : "정말 많이 높아졌네요. 두 배가 넘는 수치잖아요."
Q : "네, 물론 그렇긴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30%도 그렇게 만족할 수 있는 수치는 결코 아니니까요."
K : "네 맞습니다. 선생님, 두 번에 걸친 간암에 대한 공부가 끝났어요. 마지막으로, 간암에 관해서, 저희가 알아야 할 내용을 요약해주실 수 있을까요?"

Q : "간암은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초기에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으므로, 간염바이러스가 있거나 간경화가 있는 고위험군의 분들은 꼭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시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여기에 음주를 줄이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더욱 좋습니다. 비만도 간암의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으니, 운동을 하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커피가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으니, 적당히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K :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럼, 또 흥미로운 인터뷰 부탁드릴게요!"
Q : "네, 고맙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관련 기사] 커피 자주 마시면 간암 예방? 사실일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임채홍님은 현재 방사선종양학 전문의입니다.
#간암 #종양학전문의 #점심식사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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