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웃꽃섬 상화도 정경엽 할머니 해풍쑥을 캡니다.
임현철
상화도는 "지형이 소 머리 같이 생겼다" 하여, 한때 '소섬'으로 불렀답니다. 지금은 '꽃섬'이라 부릅니다. 꽃섬은 두 개입니다. 상화도가 '웃꽃섬'. 하화도가 '아래 꽃섬'이지요. 꽃섬으로 부른 이유는 "동백꽃과 섬모초, 진달래꽃이 섬 전체에 만발했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설까, 온통 들꽃 천지입니다. 별꽃, 괭이밥, 염주괴불주머니, 고들빼기, 쥐오줌풀, 보리딸기 등 봄꽃이 만발합니다.
처음부터 섬을 빙 돌면 재미없을 것 같습니다. 하여, 동네를 가로질러 절반씩 팔자 형태로 돌기로 합니다. 동네로 들어서자 돌담이 눈에 확 띕니다. 찔레와 아카시나무의 은은한 꽃향기가 섬을 휘감습니다. 꽃과 바다, 돌담과 바다, 섬과 바다, 집과 섬, 보이는 모든 것이 그림입니다. 아내, "눈이 즐겁다"며 "원 없이 안구 정화한다!"고 반깁니다. 역시 여인은 여인입니다.
"팔라고 쑥 캐요. 멍허니 집에 있느니 몸을 놀리는 게 건강에 좋아요."정경엽(87) 할머니께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시며 건강 탓을 합니다. 변명하는 모습에서 자식들이 힘든데 일 그만하시라고 많이 잡았음을 봅니다. 정 할머니는 "19살에 개도에서 웃꽃섬으로 시집"왔답니다. 대개 섬사람들은 육지로의 탈출을 꿈꾸기에 섬으로의 이동을 꺼립니다. 그럼에도 웃꽃섬으로 시집오신 걸 보면 젊은 날 남편 분이 꽤나 멋졌나 봅니다. '사랑'은 뭐든 눈멀게 하지요.
그랬는데 "남편이 6년 전, 딸 셋과 아들 둘을 남기고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할머니께서 밭일에 열심인 것은 아마 기댈 남편이 없는 쓸쓸함이 한 몫 거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쑥이 많네요.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해풍 쑥'입니다. 웃꽃섬은 '쑥', 아래 꽃섬은 '부추'로 특화되어 있습니다.
꽃섬 숲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 누가 이길까?

▲ 웃꽃섬, 낭떠러지에 데크가 놓였습니다. 양 옆으로 덩굴식물들이 나무를 집어 삼키려는 중입니다. 그러나 호락호락 목숨을 내어 줄 순 없습니다. 과정에서 우리 인간에게 유익한 피톤치드가 발생합니다.
임현철
마을 언덕에서 야영장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흙길을 따라 걷습니다. 덩굴식물들이 소나무 등의 나무를 타고 오르고 있습니다. 그 풍경에서 우거진 여름 속 녹음을 떠올렸습니다. 새소리가 귀를 간질거립니다. 숲 속의 신선한 공기와 은은한 향이 몸에 찌든 스트레스를 앗아갑니다. 어느새 데크 길이 나옵니다. 우거진 숲 속 낭떠러지 길을 걷기 위한 호구지책입니다.
무심코 걸었는데, 놀라운 풍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장난 아닙니다. 목숨을 건, 소리 없는 치열한 전쟁 중입니다. 숲 속에서 벌어지는 생각지 못했던 싸움에 어안이 벙벙합니다. 왜? 숲은 상생의 현장이어야만 한다고 여겼을까, 싶었습니다. 정신 차려야 했습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살폈습니다. 승패는 이미 기울었습니다.

▲ 웃꽃섬 상화도 숲속에서 벌어진 나무와 덩굴식물 사이의 치열한 전투로 인해 결국 같이 죽어 갑니다. 상생을 모르는 것들의 최후는 '죽음' 뿐입니다.
임현철
한눈에 봐도 마삭 줄, 담쟁이, 겨우살이 등 덩굴식물들 승리였습니다. 먹이를 낚아 챈 뱀이 먹잇감을 칭칭 감아 질식사 시키듯 나무를 타고 기어오른 덩굴식물들이 소나무를 뚤뚤 말아 꼼짝 못하게 합니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 살아 보겠다고 작은 키를 크게 키웠는데도 덩달아 덩치를 키운 덩굴나무가 더욱 의기양양합니다. 점령군이 따로 없습니다. 콩란까지 점령군에 가세한 모양새입니다.
어떤 소나무는 이미 말라 비틀어졌습니다. 더 이상 버디지 못하고 아예 죽은 겁니다. 그런데 소나무를 감쌌던 덩굴식물까지 함께 죽었습니다. 나무 수액을 빼먹고 사는 만큼, 본 나무를 살렸어야 하는데, 혼자 살려다보니 자기도 같이 죽은 겁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광경입니다. 혼자 돈 벌겠다고 환경을 파괴하는 아둔한 중생을 보는 느낌이랄까.
숲의 생성 및 소멸과 연관된, 나무 사이의 싸움은 한편으로 사람에겐 이익입니다. 나무끼리 싸움에서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서로 내뿜는 항균 독가스가 우리네 인간에겐 '피톤치드'이기 때문입니다. 나무들의 전쟁에서 소나무가 일방적으로 지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나 봅니다. 야영장을 돌아 나오면서 소나무에 패한 덩굴식물을 보고 쾌재를 불렀지요. 웃꽃섬, 상화도는 완전 자연학습 체험장이었습니다.

▲ 웃꽃섬에서 벌어진 나무들의 치열한 생존 경쟁의 끝은 죽음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이 소나무와 덩굴식물의 싸움에선 소나무가 이겼습니다.
임현철
꽃섬 상화도, 관광 전략상 '찔레꽃'으로 특화 필요슬슬 허기가 집니다. 백야도에서 사온 손 두부와 어울릴 막걸리를 얻을 속셈에 가게를 찾았습니다. 어라~, 가게가 없다네. 가게가 없는 건 "부부끼리 하는 고기잡이 벌이가 넉넉하기에 다른 걸 엄두내지 못하기 때문"이랍니다. 필요한 물건은 개인적으로 배타고 육지로 나가 사온답니다. 어쨌든, 다음에는 여수 막걸리를 꼭 사와야겠다는 생각을 위안 삼아 두부만 꾸역꾸역 씹어 삼킵니다. 그 헛헛함이란...
또 걷습니다. 이번에는 선착장~정강산 정상~마을 언덕~마을을 돌아 나오는 산책길입니다. 막걸리 마셨으면 술김에, 파고라~미로공원~약수터를 끼고 걸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사실, 조만간 또 올 생각에 미뤘지요. 정강산 오르는 길 풍광은 아주 빼어납니다.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화양면은 물론이고, 백야도, 제도, 개도, 하화도, 사도, 하계도, 추도, 낭도 등을 한눈에 다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망이 여수 화양면과 고흥 적금리를 잇는 다리 공사 진척 상황까지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합니다. 십여 년 전 동네만 들렀을 때하곤 완전 다릅니다. 요즘 대세인 '섬 관광'에 대비해 새롭게 조망권을 강조한 덕분입니다. 정강산 정상에 흐드러지게 핀 철쭉은 왜 '꽃섬'이라 하는지 증명하고 남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손정금(83)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 웃꽃섬에는 이 찔레꽃과 고들빼기 꽃이 유독 많더군요. 관광 전략상 특화가 필요합니다.
임현철
"나 고향은 저기 앞에 뵈는 화양면 세포여. 내 나이 열 야덜에 나보다 한 살 더 무근 열아홉 남편과 결혼했어. 남편은 2년 전 저 세상으로 갔어... 아들만 내리 야섯(6)을 났어. 지금 아덜은 다 부산서 살어. 부산 와서 살어라는디 깝깝허고, 동무도 업고 못 살아. 소일거리로 이 밭만 갈아묵는 재미로 살어."보고 싶은 자식들과도 떨어져 옴싹달싹 못하고 섬에 눌러 사시는 손정금 할머니. 이 할머니가 마치 임호상 시인의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에 실린 '섬 2'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섬 2 임호상 바다에 갇혀 사네 아니, 바다의 사랑 다 받고 사네 때로는 은빛 굴레에 속아 어머니처럼 누이처럼 마음 다 받아주는 여자 그냥 그렇게 묻어두고 못 이기는 척 알면서도 그냥 그렇게 사네선창에 서서 바다를 봅니다. 네 쌍의 부부들이 그물 손질 중입니다. 바닷가에 인위적으로 심은 팬지며, 철쭉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왕 심을 거면 찔레나 해당화 등을 심었으면 좋으련만. 웃꽃섬 상화도는 관광 전략상 고들빼기와 찔레꽃이 많은 만큼 바닷가에 고들빼기와 찔레 및 여수 특산품인 갓을 집중적으로 심어 특화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럼, 해당화는? 깊은 생각이 필요합니다.

▲ 웃꽃섬 마을 담벼락에 터를 잡은 당쟁이 넝쿨이 운치를 자아내더군요.
임현철

▲ 웃꽃섬 상화도에서 보는 조망은 섬을 향한 그리움이었습니다.
임현철

▲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콩란이 왠지 서글프더군요. 왜?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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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아닌 부부, 꽃섬에 같이 가면 무슨 흥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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