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육수 먹어도 채식? 당근이죠!

쉽게 시작하는 채식, "비덩 페스코테리언이 되어 보자"

등록 2016.06.02 11:47수정 2016.06.02 11:47
2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국 사회에서 채식인으로 살아남기란 매우 힘들다. 거리를 둘러보면 '고기'가 안들어 간 식당 간판과 마주기치기가 힘들다.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보통은 채식인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기 힘들다.


채식의 종류는 무수하지만 대표적인 3가지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 비건(Vegan): 유제품과 동물의 알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종류의 채식.
▲ 락토오보베지테리언(Lacto-ovo vegetarian): 유제품과 달걀은 먹는 경우.
▲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 우유, 달걀, 생선까지 먹는 식습관.

예전에 이런 채식의 종류를 '단계'라고 표현했다가 친구에게 그건 단계가 아닌 '종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것이 더 고결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신념과 상황에 맞는 선택이기에 각자의 식습관을 존중해야 한다. 건강, 환경, 동물을 위한 각자의 신념이다.

윤리적 신념에 기반한 채식이라도 꼭 비건 채식을 지향할 필요는 없다. 각자가 살고 있는 환경과 개인 신체에 맞는 지속가능한 식습관을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명의 비건보다 10명이 조금씩 고기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 환경에 더 긍정적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고기를 평소보다 적게 먹는 것도 일종의 채식지향이라 할 수 있다.

a

동물권을 철학적으로 접근한 고전, 피터싱어의 <동물해방> 읽으며 채식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책이다. ⓒ 연암서가

내 경우 지난 여름 동물의 권리를 다룬 피터싱어의 동물해방을 읽은 것을 계기로 비건 채식을 시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준비 없이, 생활습관을 고려하지 않은 채식은 채 1주일을 가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초 다시 채식을 시작하고 반년이 지났다.


'비덩 페스코테리언'은 내가 실천하고 있는 채식 식습관이다. '비덩'은 덩어리진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 형태를 이야기한다. 치킨이나 삼겹살은 먹지 않지만,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 국물, 냉면육수 등은 먹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의 식습관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밥을 굶지는 않는다. 불가피한 회식자리는 어쩔 수 없지만, 친구들과 술을 먹으러 갈 때도 치킨집, 삼겹살집만 피하면 된다.

두부김치, 전류, 생선구이, 회까지는 먹을 수 있다. 회식으로 삼겹살집을 간다고 해도 밥과 된장찌개 정도를 먹으면 해결은 가능하다.

그리고 나는 가비지테리언(garbage-tarian)이기도 하다. 이는 버려지는 음식이라면 고기도 먹는 식습관이다. 지난 1월 싱가포르 유학시절에 만났던 친구가 한국에 놀러왔다.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 날 짜장면과 탕수육이 먹고 싶어해서 시켰다.

그 친구가 다 먹지 못하고 탕수육이 남았다. 버려지는 것도 환경오염이고, 나는 육류 자체를 먹을 때 '역겨움' 등의 감정은 없고 의무감에 고기를 안 먹는 것이기에 남은 탕수육을 다 먹었다.

a

채식요리 전문점 '오세계향'에서 맛본 채식짬뽕과 중화버섯탕면. ⓒ 진일석


사실 내가 실천하고 있는 "비덩 페스코테리언"의 경우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채식을 쉽게 할 수 있는 팁들이 쌓인다.

괜찮은 채식 전문점이 어디어디에 있는지, 집에서 고기를 넣지 않고도 버섯과 두부 등을 이용해 그럴싸하게 조리하는 방법, 외식을 하더라도 어떻게 주문하면 내 식습관을 어기지 않고 주문을 할 수 있는 지 등등. 요즘에는 꽤나 익숙해져서 생선도 가급적 줄이려고 하는 중이다.

채식을 시작하고 개인적으로 좋은 점들이 몇 가지 있다. 내 경우 집에서 밥을 많이 먹게 되어서 식비가 줄어들었고, 10여 년 간 나를 괴롭히던 '피부트러블'도 상당히 개선되었다. 그리고 평소에 동물 권리에 대해 관심이 많고 많았는데, 이제는 그에 대해 말할 때도 나 자신에게 모순되는 느낌이 적게 든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완벽한 채식은 오히려 채식과 멀어지게 만든다. 자신이 처한 환경과 자신의 몸 등을 고려해서 '지속가능'한, 꾸준히 할 수 있는 식습관이 오히려 긍정적이다. 무리한 채식에 대한 도전은 건강을 해치고, 스트레스만 만들 수도 있다.

'비덩페스코테리언' 채식에 관심이 있었지만, 막연히 두려움으로 도전이 힘들었던 당신에게 조심스레 추천해 본다.
#채식주의자 #채식 #비건 #동물권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3. 3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4. 4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5. 5 용산에 끌려가고 이승만에게 박해받은 이순신 종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