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꽃을 표현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사실 없다

언어의 한계를 의식하며

등록 2016.06.01 16:46수정 2016.06.0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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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는 아름다움, 코로 맡는 향기, 혀의 감각으로 느끼는 음식의 맛을 완벽하게 글로 표현하여 읽는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느낌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없다.


인간의 내면에 담긴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을 사실적인 글로 표현하여 적어도 같은 문자를 쓰는 동시대의 사람들만이라도 동일한 공감을 끌어내는 것은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꽃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내 눈 앞의 상황을 듣는 사람이 체감하도록 전달하는 의성어가 있고, 맛과 향기를 표현하는 말도 "맵다, 짜다, 시다, 달다, 쓰다."라는 오감의 느낌과 '구수하다' '아삭아삭하다' '쫄깃쫄깃하다' 등 동일한 언어권에서 통하는 표현이 있지만 사실은 그런 표현의 전달도 이심전심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하지만 글을 보는 사람들도 대체로 자신의 경험에 의지하여 공감하고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보니 전달자가 전하려는 취지나 의도가 왜곡 또는 굴절되어 해석되고 전달되는 경우가 많아 이심전심만으로 완전한 소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지고 만다.

그래서 글쓰기는 어렵고 남의 글을 정확하게 이해하며 읽는 것도 쉽지 않은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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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점네모필라 발아율과 번식력이 좋은 식물이다. 꽃에 5개의 점이 붙어 오점네모필라라고 부른다. ⓒ 홍광석


요즘 숙지원은 꽃의 계절이다.

아내가 계절에 피는 꽃을 골고루 심은 덕에 내 눈이 호사를 누린다. 지금도 패랭이, 은백초, 루피너스, 한련화, 흑종초, 파라솔, 오점 네모필라…, 아름다운 그러나 이름을 잊은 꽃들이 군데군데 모여 숙지원을 밝히고 있다.


신비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지만, 그러나 나의 어휘실력과 문장력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꽃들의 형태와 색깔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꽃 하나하나가 풍기는 분위기와 꽃에게서 받는 느낌 혹은 감정까지 상대방이 공감할 수 있도록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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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종초 자태가 신비스러운 꽃이다. 우리 집에는 연보라색과 흰색이 있다. ⓒ 홍광석


사진을 찍는다. 사진으로 사실적인 묘사와 전달이 가능하겠느냐는 물음은 잠시 접는다. 그저 숨을 멈추고 집중하면서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꽃의 분위기를 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사진기의 노출, 감광도, 셔터의 속도, 거리와 빛의 방향을 변화시켜 사진의 명암과 색상이 달라지는 사진기의 특성을 모르는 나로서는 역시 완전한 색과 향기를 담기는 어렵다.

남들이 찍은 사진이나 책을 보면서 사진기에 관해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보지만 기계치인 나로서는 사진 기술을 이해하기 어렵고 나이 탓인지 들어도 금방 잊고 만다. 그렇다 보니 사진으로 내가 본 꽃을 완벽하게 전달하겠다는 생각도 접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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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련화 잎이 연잎을 닮은 꽃으로 5월말에서 6월에 피는 꽃이다. 색이 깔끔하고 귀여운 모습이다. ⓒ 홍광석


상상력으로 꽃들의 생로병사, 꽃들의 사랑과 꽃들의 이야기를 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건 꽃들의 진면목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꽃들이 어디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가는지 묻는다고 해도 답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나에게 사진은 소리와 향기를 전할 수 없는 글의 한계를 조금이나마 넘어보겠다는 하나의 시도일 뿐이다.

이제 억척으로 사진기술을 공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굳이 꽃을 보며 느끼는 나의 정취를 타인에게 온전히 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그저 렌즈를 통해 아름다운 찰나의 순간을 사실적으로 담고자 한다. 꽃을 보며 순간일지라도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면 그것도 한 가지 복이라는 생각을 한다.

정원에는 초여름을 식혀줄 백합이 서서히 몸을 풀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블로그와 한겨레 필통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점네모필라 #흑종초 #한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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