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에는 들딸기, 쨈으로 만들어 먹어요

[시골노래] 들딸기쨈 만들어 집빵에 발라먹는 여름

등록 2016.06.02 17:44수정 2016.06.0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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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워 숲마실이나 바다마실을 가면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전거를 타지요. 자전거를 타면서 시원하게 바람을 마시지요. 그리고 숲에서는 숲내음을 맡으면서 놀고, 바다에서는 바닷바람을 즐기는 모래밭놀이를 즐겨요.


여기에 한 가지 재미가 더 있어요. 바로 오뉴월에는 들딸기입니다.

 숲마실을 하면서 들딸기를 훑는다.
숲마실을 하면서 들딸기를 훑는다.최종규

 들딸기를 훑으러 숲으로 살며시 들어가기.
들딸기를 훑으러 숲으로 살며시 들어가기.최종규

날마다 새롭게 익는 들딸기를 찾아서 신나게 손을 놀립니다. 두 아이는 훑으면서 입에 넣고, 나는 훑으면서 그릇에 담습니다. 두 아이는 들딸기로 배를 채우고, 나는 이 들딸기로 집에서 '우리 집 잼'을 졸일 생각이에요.

지난 오월 끝자락에 올들어 첫 '들딸기잼 졸이기'를 해 보았습니다. 지난해까지 우리 집에서는 '들딸기로 배를 채우기'에만 바빠서 잼을 졸일 생각을 못 했어요. 올해에는 두 아이가 실컷 배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들딸기를 며칠에 한 차례씩 훑으면서, 이 넉넉한 들딸기를 잼으로 졸여서 두고두고 먹자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처음 졸였던 딸기잼. 거의 물처럼 되고 말았다 ㅠ.ㅜ 그러나 물처럼 된 '달콤한 딸기물'에 빵을 찍어 먹어도 재미있었다.
처음 졸였던 딸기잼. 거의 물처럼 되고 말았다 ㅠ.ㅜ 그러나 물처럼 된 '달콤한 딸기물'에 빵을 찍어 먹어도 재미있었다.최종규

들딸기는 여느 밭딸기하고 달라요. 가게에 놓이는 밭딸기는 겨울에 비닐집에서 자란 딸기이고, 이런 딸기는 꽤 오랫동안 무르지 않아요. 그러나 들딸기는 숲에서 따고 나서 한나절이 지나면 벌써 무릅니다. 그날 그자리에서 바로 먹지 않으면 더 먹을 수 없는 들딸기예요.

'우리 집 들딸기잼' 졸이기는 이렇게 합니다.


ㄱ. 먼저 숲으로 마실을 가서 신나게 훑는다.
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살짝 헹구고 무게를 잰다.
ㄷ. 들딸기 1kg에 설탕 800g을 넣는다.
ㄹ. 레몬즙을 살짝 넣는다.
ㅁ. ㄷ하고 ㄹ을 골고루 저어서 섞은 뒤에 하루(24시간) 차게 재운다.
ㅂ. 하루가 지난 뒤에 보글보글거릴 때까지 끓인다.
ㅅ. 다 식을 때까지 기다린다.
ㅇ. 다 식은 뒤에 다시 하루 동안 차게 재운다.
ㅈ. 다시 한 번 졸이고는, 뜨거울 적에 건져서 병에 담는다.
ㅊ. 병에 담고 뒤집어 놓는데 다 식으면 차게 둔다.

 들딸기 졸이기
들딸기 졸이기최종규

 여러 날에 걸쳐 다 되면, 비로소 뜨거운 물에 병을 소독하고, 뜨거운 딸기를 붓고는 뒤집는다.
여러 날에 걸쳐 다 되면, 비로소 뜨거운 물에 병을 소독하고, 뜨거운 딸기를 붓고는 뒤집는다.최종규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렵지만 들딸기잼 한 병을 얻기까지 여러 날이 걸립니다. 처음에는 물이 너무 걸쭉하게 되었는데, 이 다음에는 물이 흐르지 않을 만큼 훌륭하게 되었어요. 집에서 졸인 들딸기잼도 냉장고에서 꺼내어 처음 뚜껑을 열면 '뻥!' 소리가 시원하게 납니다.


그리고 들딸기잼병을 열기 앞서 할 일이 하나 있어요. 빵을 구워야지요. 신나게 반죽을 해서 알맞게 부풀 때까지 기다려요. 그러고는 스테인리스 팬을 중불로 켜고는 반죽을 붓고 기다려요. 익는 냄새가 나면 뚜껑을 열고 뒤집지요.

 손수 따고 손수 굽고 손수 짓는 살림을 아이들하고 누립니다.
손수 따고 손수 굽고 손수 짓는 살림을 아이들하고 누립니다.최종규

 '우리 집 딸기잼'으로 빵을 먹는다. 빵도 우리 집에서 손수 굽고.
'우리 집 딸기잼'으로 빵을 먹는다. 빵도 우리 집에서 손수 굽고.최종규

집에서 구운 빵에 집에서 졸인 잼을 올립니다. 손이 제법 가고 여러 날 지나야 비로소 누릴 수 있는 맛입니다만, 이 여름에, 이 오뉴월에, 시골에서 신나게 즐기는 재미난 맛이에요.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글쓴이 누리사랑방(http://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시골노래 #딸기잼 #들딸기 #시골살이 #여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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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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