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박물관에서 옥제품 판매? 순간 당황했지만...

[중국의 고대문화 들여다보기 ⑧] 섬서성 미술박물관

등록 2016.06.08 15:40수정 2016.06.0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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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서성 미술박물관은 어떤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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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서성 미술박물관 ⓒ 이상기


섬서성 미술박물관을 찾아간 건 섬서성 인민정부의 정책과 관련이 있다. 외국 관광객은 지역 문화시설을 한 군데 방문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획에도 없던 미술관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전시물 수준이 높아 볼만 했다. 더욱이 중국 근·현대 회화와 조각의 흐름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금년 하반기에는 중국 예술절(藝術節) 행사로 이곳에서 우수작품전시회가 열린다고 한다.

미술박물관은 4층으로, 내부가 원통형으로 되어 있다. 이 건물은 중국의 대표적인 여류 건축가인 장금추(張錦秋: 1936-)의 설계로 지어졌다. 서안에는 그가 설계한 건축물이 여럿 있다.

그것은 그녀가 중국 과학협력위원이면서, 섬서성 과학협력 부주석, 서안시 규획(規劃), 건설, 관리위원회 부주임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설계한 건축과 도시계획으로는 섬서역사박물관, 서안 종루와 고루 광장, 섬서성 도서관, 자은사 규획 및 현장 역경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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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박물관 내부 ⓒ 이상기


섬서성 미술박물관은 중국의 9개 중점미술관 중 하나다. 중점미술관이란 국가에서 관리하는 미술관으로, 중국 근·현대 예술가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전시한다.

그래서 섬서성 미술박물관에도 이 지역 근·현대 예술가의 작품이 주로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중점박물관은 북경에 있는 중국미술관, 상해에 있는 상해미술관, 광주에 있는 광동미술관, 남경에 있는 강소성 미술관이다. 


한시를 통해 알게 된 당과 토번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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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유의 시구 '장하낙일원' ⓒ 이상기


우리는 미술박물관 2층으로 올라가 20세기 중반 이후 중국의 현대작품을 주로 살펴본다. 첫 눈에 조각, 판화, 서예가 들어온다. 조각은 사실적이고, 판화는 우리의 민중미술을 연상시킨다.


중국 인민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서예도 수준급이다. '장하낙일원(長河落日圓)'이라고 썼는데, 이것은 왕유(王維)의 '어사로 변방에 이르다(使至塞上)'라는 시의 여섯 번째 구절이다.

당 현종 26년 738년 하서절도사(河西節度使)였던 최희일(崔希逸)이 청해성 서쪽에서 토번(吐蕃)군을 물리친다. 이에 현종은 왕유를 감찰어사로 임명해 현장에 파견한다. 왕유는 장안을 떠나 변방으로 나간다.

멀리 떠나는 그의 심사가 외롭고 쓸쓸하기만 하다. 그는 거연(居然)을 지나 소관(蕭關)에 이르렀음에도 절도사를 만나지 못한다. 그것은 절도사가 최전방인 연연(燕然)에 나갔기 때문이다. 

먼 길 나선 길손은 변방으로 나가고                 征蓬出漢塞
돌아가는 기러기는 오랑캐 땅으로 들어가네.     歸雁入胡天
큰 사막에 외로이 연기 솟아오르고                  大漠孤煙直
긴 강에 떨어지는 해 둥글기만 하구나.             長河落日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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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기 중반 토번의 영토 ⓒ 김규현


한나라에게 흉노가 문제였다면, 당나라에게는 토번이 문제였다. 토번은 지금의 티베트로, 7세기부터 8세기까지 중국의 서북지방을 차지하고 전성기를 구가한 나라다.

티베트가 통일제국을 이룩한 것은 송쩬 캄포(605-649) 때다. 선왕인 남리 송쩬의 시해로 인해 618년 왕위에 오른 송쩬은 위대한 재상 미앙 망포제의 도움으로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627년부터 대외 원정을 통해 라싸와 얄룽강 주변의 작은 왕국을, 청해성과 운남성 일부까지 차지하는 광대한 제국으로 만들어 나갔다.

송쩬 캄포는 640년 당나라와 혼인정책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고, 이후 얄룽강 상류의 샹슝왕국까지 병합한다. 이후 100년 가까이 당과 토번은 평화를 유지한다.

720년대 후반 양국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고, 730년 양국간 전쟁에서 토번이 승리한다. 734년엔 당나라가 토번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750년경 캐시미르와 중앙아시아까지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다. 이때 전투에서의 승리를 찬양하기 위해 왕유가 청해성을 찾았던 것이다.  

섬서성 지방의 현대미술작품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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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판화 ⓒ 이상기


이제 본격적으로 그림을 감상한다. 중국 사람들이 국화(國畵)라고 부르는 수묵화(水墨畵)가 대부분이다. 수묵화는 기본적으로 먹물로 그리기 때문에 흑과 백이 기본이지만, 현대로 오면서 채색 수묵화가 각광받고 있다.

그리고 수묵판화까지 만들어져 수묵화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수묵화는 소재에 따라 산수, 인물, 금수(禽獸)와 화조(花鳥), 풍속과 종교, 신화와 전설 등으로 나뉜다.

이들 그림에서 강조하는 기법이 기운생동(氣韻生動), 골법용필(骨法用筆), 응물상형(應物象形) 등 6가지다. 기운생동은 화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기와 운을 통해 신적인 경지까지 끌어올리는 기법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와 운은 신기와 신운으로 화하고, 아주 정교하고 심오한 그림이 탄생하는 것이다. 골법용필은 부드러운 붓을 사용하면서도 골력(骨力)이 있어야 함을 말한다. 여기서 골력이란 강약, 맺고 끊음, 완급을 조화시킨 필력을 말하는 바, 명확한 선과 윤곽을 통해 표현된다. 응물상형은 말 그대로 대상에 따라 형태를 달리 그리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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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중안의 '철벽현고사' ⓒ 이상기


이런 그림 중 묘중안(苗重安: 1938-)의 '철벽현고사(鐵壁懸古寺)'가 인상적이다. 가로 세로 1m가 넘는 작품으로, 바위 절벽 위에 자리한 현고사를 그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현고사는 없고 산서성(山西省) 대동시의 현공사(懸空寺)만 있다. 공중에 걸려 있는 절 현공사를 예술로 승화시킨 게 '철벽현고사'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기법이 잘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림이 정교하고 심오하며, 윤곽선이 분명하다. 그리고 과거의 절을 현대적인 기법으로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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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지의 '서역서광' ⓒ 이상기


서서지(徐庶之: 1922-2002)의 '서역서광(西域曙光)'은 이국적이다. 서서지는 장안화파(長安畵派)를 대표하는 인물로 천산남북로를 여행하고 화집을 남기기도 했다.

이 그림은 2000년에 그린 그의 말년 작품으로, 낙타를 타고 악가무를 즐기는 예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들을 태우고 가는 낙타도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현실을 이상화한 느낌이 들지만, 그림은 원래 과장과 미화가 기본이다.

이곳에는 실크로드 주변에 사는 사람들과 풍경을 담은 그림이 많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따뜻한 봄을 즐기는 모습을 담은 '난춘(暖春)', 황하를 끼고 사는 노인의 모습을 그린 '황토흙의 노인(黃土地的老人)', 낙타를 이끌고 변방으로 나가는 '출새(出塞)' 등이 대표적이다.

'출새'를 그린 화가가 왕자운(王子雲: 1897-1990)이다. 그는 강소성 출신이지만 상해와 북경에서 미술을 공부했고, 1931년부터 1936년까지 파리에 유학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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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운이 그린 '난주의 백탑산 전경' ⓒ 이상기


1930년대 후반 귀국한 왕자운은 서북예술문물고찰단(西北藝術文物考察團) 단장으로 부임해 섬서성, 하남성, 감숙성, 청해성의 고대유산을 연구해 그림을 그렸다. 이곳에 전시된 왕자운의 그림으로 '낙양의 수공예 장인', '난주의 백탑산 전경', '작은 식당에서 밥 먹는 사람들' 등이 있다.

이들은 1942년 작품으로 중국의 전통적인 풍경을 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대일 항전필승(抗戰必勝)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문구를 그림 속에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미술박물관에는 또 연꽃 그림, 매화 그림, 국화 그림, 고니 그림, 낙타 그림, 물레 잣는 그림 등이 보인다. 그런데 이들 그림에서 낙천성을 엿볼 수 있다. 그것은 이들 그림이 2000년대 이후 작품으로, 예술에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중국이 개혁과 개방을 통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의 예술은 이제 문혁과 같은 이데올로기를 완전히 탈피, 중국몽(中國夢)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조각들도 수준급이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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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복 마차를 끄는 쥐 ⓒ 이상기


우리는 이제 옆방 조각실로 간다. 입구에서 자연석인 수산석(壽山石)을 이용해 만든 조각 작품을 볼 수 있다. 수산석은 복건성 수산향에서 나는 일종의 대리석으로, 석질이 좋고 색깔이 다양하며 옥처럼 빛을 투과하는 기능이 있어 조각의 재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곳의 조각 작품은 도교의 이상향을 표현한 것 같다. 도사와 동자들이 소나무 아래 집 앞에서 즐겁게 놀고 있기 때문이다.

조각실에서는 곰, 말, 쥐, 호랑이 등 동물 조각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사실적으로 조각되었다. 그렇지만 쥐는 재복을 가져다주는 부지런한 동물로 조금은 특이하게 표현되었다.

아주 작은 쥐가 마차를 끄는데, 그 마차 위에 꽃, 포도, 석류, 복숭아, 엽전 등이 실려 있다. 여기서 석류와 포도는 다산을 상징하고, 복숭아는 별전지를 상징한다. 엽전은 재물을 상징하고, 쥐는 부지런해서 이들 재복을 인간에게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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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석 부조 ⓒ 이상기


그런데 예술작품을 소개하던 미술박물관 담당자가 우리를 또 다른 전시실로 안내한다, 그리고는 그곳에 진열된 옥제품들을 소개한다, 옥의 재질이 뛰어나고 조각도 우수하다면서. 분위기를 보니 이 옥제품을 판매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술박물관의 설립목적이 예술작품 감상보다는 옥제품 판매라는 말인가? 순간 당황했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분위기를 깰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부 회원들은 옥제품의 질이 좋다고 생각해서 구매하기도 한다.

나중에는 차도 대접하고, 아주 작은 사은품도 하나씩 준다. 회원들이 물건을 구입한데 대한 대가 같기도 하지만, 이게 상술이니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이제 미술박물관을 나온다. 다음 찾아갈 곳은 천복사와 소안탑이다.

이 절과 탑은 명대 성벽의 남문인 영녕문(永寧門)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장안로 서쪽에 위치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현장과 함께 당나라 불교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의정 스님의 자취를 찾아볼 것이다. 
#섬서성 미술박물관 #당과 토번 #수묵화 #왕자운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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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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