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애할 수 있을까? 그게 뭣이 중한디

[리뷰] 국내 최초 비연애 칼럼니스트 이진송의 <연애하지 않을 자유>

등록 2016.06.10 13:36수정 2016.06.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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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대 후반 때 일이다. 친구는 내게 자주 전화를 해왔다. 친구가 내게 전화를 한 이유는 신세한탄을 하기 위해서였다. 친구의 신세한탄은 연애, 결혼과 관련돼 있었다.

친구는 당시 연애를 하지 않았고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갑자기 두려워졌고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 위로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몇 시간 동안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진심을 다해 "괜찮다"고 말해 줬다. 괜찮다고, 잘 될 거라고, 너가 원하는 대로 될 거라고. 그런데 그렇게 위로를 주고받는 우리 둘 다 알고 있던 사실 한 가지는 나 역시 그때 친구와 같은 처지였다는 점이다. 나도 연애 중이지 않았고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책표지
책표지21세기북스
같은 처지의 두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이렇듯 위로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다른 생각을 지닌 다른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애초부터 하나의 개념이나 대상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연애도, 결혼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면 안 하면 된다. 하고 싶었던 친구를, 그래서 내가 위로해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개인들 각자의 생각과 의지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수의 의식과 무의식의 지배 하에 굴러가곤 한다. 많이 바뀌긴 했다지만 아직도 결혼은 하는 게 좋은 것이고, 요즘에는 연애에 대한 압박도 보통이 아닌 듯하다. 이 책 <연애하지 않을 자유>에서 말하듯 연애를 하지 않으면 '연애 고자'가 되어버리고, '하자 있는 잉여' '연애의 영역에 들어서고 싶어 하는 불쌍한 성냥팔이'가 되어버리는 걸 보면.

요즘 '프로불편러'라는 말이 있던데 어쩌면 이 책의 저자 이진송이 누군가에겐 '프로불편러'가 될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연애라는 맛있는 사탕이 저기 있다며 그리로 달려가고 있는데 저자는 그건 그렇게 맛있는 사탕이 아니며 그것 말고도 맛있는 건 천지에 깔려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지금처럼 '연애 과잉 시대'가 도래하게 된 건 그만큼 사랑에 목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연애 판타지를 판매하기 시작한 기업들의 마케팅이 효과를 본 것이라 말한다. 기업이 판 판타지를 덥석 문 소비자들은 사랑하지 않아도 연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됐고, 이런 능력자들이 늘어남과 동시에, 연애하지 않는 자는 무능력한 '연애 고자'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연애는 현재 거의 모든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나머지를 깔아뭉개는" 위치에 등극하게 되었다. 이 사회는 언젠가부터 연애를 타인과의 관계나 친구들과의 우정보다 더 우위에 두게 되었으며, 이젠 너도 나도 연애를 꼭 해야만 할 것 같은 불안을 느끼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불안을 느낄 필요 없다고 말하는 책이다. 연애만이 모든 것이 아니니, 하고 싶은 사람은 하고, 하기 싫은 사람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책이다. 저자가 말하듯 "우리의 삶과 세계는 연애 말고도 다양하고 풍부한 것들, 이를테면 '연애가 아닌' 관계, '연애 감정이 아닌' 감정, '치정 싸움이 아닌' 싸움, '사랑 고백이 아닌' 목소리로 가득 차" 있으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연애하지 않을 자유> (이진송/21세기북스/2016년 04월 25일/1만6천원)
개인 블로그에 중복게재합니다.

연애하지 않을 자유 - 행복한 비연애생활자를 위한 본격 싱글학

이진송 지음,
21세기북스, 2016


#이진송 #비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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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킥복싱>, <매일 읽겠습니다>를 썼습니다. www.instagram.com/cliann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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