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노릇의 과학_아이에게 아버지가 필요한 과학적·심리적·진화론적 이유 / 폴 레이번 지음 / 현암사
참여사회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들의 이야기 <그래, 엄마야>는 "발달장애인 자녀의 변화와 성장이 아니라 '어머니가 겪은 변화와 갈등'을 드러내면서 이들을 고유하고 존엄한 존재로서 세상에 드러내고 싶다는 포부"로 시작한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것, 나의 꿈, 내가 나의 삶에서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 앞에서 그녀들은 생경한 무언가를 만난 듯 머뭇거렸다." 그들은 "현재에도 미래에도 아이와 분리된 '나'의 시간을 상상하기 힘들어했다."
그렇다. "발달장애인의 어머니라는 굴레는 상상 이상으로 막강한 것이었다." "함께 얼굴을 맞대는 하루하루가 소중"하지만, 아이가 마주할 세상의 잔인함에 놀라며 "내가 돌볼 수 있을 때까지는 내가 품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하지만 언제까지? 평생? 난 미래의 엄마지 미래가 아니다. 내게 내 삶이 있듯 미래에게는 미래의 삶이 있다"며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와 비장애인 아이를 함께 키우는 엄마는 입시를 향해 달려가는 비장애인 아이와 세상을 사는 데 크게 모나지 않을 정도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는 발달장애 아이를 보며 "어떻게 보면 두 아이의 최종 목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즐겁게 살기 위한 것이란 점에서는" 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른다. 엄마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 각자가 그리고 함께 생각해봐야 할 이유다.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고 말을 꺼냈지만 역시 엄마 이야기가 많았다. <아빠 노릇의 과학>은 이런 분위기에 반기를 드는 책인데, 모성에 비해 크게 이야기되지 않은 부성을 확인하며, 아빠는 엄마와 꼭 같은 크기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 과학 연구도 대략 10분의 1에 그치는 등 부성은 모성에 비해 소외되었다. 저자는 이런 아버지의 배제가 "부정확하고 부정적이고 불친절한 이미지들을 영구화"한다고 지적한다. 잘 알지 못해 오해를 받고, 그 오해가 다시 잘 알지 못해도 되는 아버지의 이미지를 만든다는 말이다.
임신부터 유아, 아동기를 거치며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각 단계별로 아버지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과 양육이 아버지에게 미치는 영향을 함께 살펴보는 이 책은, 저자 자신에게도 더 나은 아버지가 되는 방법을 찾는 시도였다고 한다.
부성의 역할과 의미를 확인하는 많은 연구 결과를 보면 더 나은 아버지가 되려는 마음이 꿈틀대지 않을까. 그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쓴 세상 모든 아버지에게 감사를 전하며, 그럼에도 더 분발해주시길 바란다.
아이 없는 삶은 결핍이 아니라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