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만화방 가면 민망? 여기선 그럴 필요 없네요

[전국 만화카페 탐방기 ①] 인천의 '더쿠스 만화카페'

등록 2016.06.14 14:21수정 2016.06.1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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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을 '덕후'라고 말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어서 숨어서 몰래 혼자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럴 필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나쁜 게 아니거니와 그걸 공개하는 순간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a  가게 이름이 덕후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가게 이름이 덕후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 최하나


a  인테리어의 컨셉을 보면 분명히 사장님도 덕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테리어의 컨셉을 보면 분명히 사장님도 덕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최하나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곳이 많이 반가웠다. '만화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을 대놓고 밝혔으니까. 인천 인하대 근처에 있는 이 가게 의 이름은 '더쿠스'다. '덕후들'이라는 뜻일 것이라 믿는다.

이 만화카페의 메인 컬러는 노란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곳곳에 노란색의 소품이 배치돼 있다. 그래서 좀 더 밝고 경쾌하다는 인상이다. 또한 만화책 좀 봤다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작품들이 구비돼 있다. 총 5만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는데, 세어보진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꽤 많은 책들이 섹션별로 나눠져 있어 찾기도 편하다. 그리고 제법 큰 담요를 준비해놔 짧은 치마나 짧은 바지를 입고 온 이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또 1인용 좌석이 따로 마련돼 있어서 홀로 와도 민망해할 필요가 없다.

나는 전국의 만화카페를 다 돌아보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참 많은 곳을 들렸다.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곳' '귀여운 고양이들이 살갑게 맞이하는 곳' 그리고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곳'까지. 하지만 기사로 소개하지 못했던 건 내가 정한 기준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까다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이 탐방에는 협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음에 쏙 드는 곳만 소개를 할 수밖에.

이름서부터 대놓고 '만화책 덕후'를 불러 모으는 곳

a  만화책이 섹션별로 나뉘어져 있다. 만약에 '시마'시리즈를 읽으러 간 사람이라면 집에 못 갈 것이다. '시마과장', '시마계장' 등 거의 전권이 구비되어 있다.

만화책이 섹션별로 나뉘어져 있다. 만약에 '시마'시리즈를 읽으러 간 사람이라면 집에 못 갈 것이다. '시마과장', '시마계장' 등 거의 전권이 구비되어 있다. ⓒ 최하나


a  협찬은 거부한다. 모든 건 내 주머니에서.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읽어서 나올 때는 정신이 혼미할 지경. 참고로 사진 속의 책은 나와 내 일행이 읽은 작품이다.

협찬은 거부한다. 모든 건 내 주머니에서.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읽어서 나올 때는 정신이 혼미할 지경. 참고로 사진 속의 책은 나와 내 일행이 읽은 작품이다. ⓒ 최하나


이날 내가 뽑아든 책은 바로 <네가 없는 낙원>이라는 작품이다. 사진작가인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남겨진 토모에라는 소녀의 성장 이야기인데 '사랑'과 '우정' 그리고 그 어딘가의 애매한 감정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배워간다. 때로는 그들 때문에 더 없이 행복하다가도 때로는 그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면서 사춘기를 관통하는 그녀를 내가 그 나이었을 무렵에 만났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각형 벌집 모양의 굴속에 앉아 이날 나는 두 잔의 커피를 마시고 총 아홉 권의 만화책을 읽었다. 사장님을 만나 왜 대학가에 만화카페를 오픈하게 됐는지, 또 이름처럼 만화책을 좋아하는 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자리를 뜰 때까지 뵙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럼에도 나는 또 이곳을 찾게 될 듯하다. 다음에는 심야시간에 밤샘 독서를 해볼 작정이니까. 이거 봐라. 나는 역시 뼛속까지 만화덕후지. 암, 그렇고 말고.

a  어서와. 혼자는 처음이지? 민망하거나 눈치볼 필요 없을 것 같은 좌석.

어서와. 혼자는 처음이지? 민망하거나 눈치볼 필요 없을 것 같은 좌석. ⓒ 최하나


#만화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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