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창조경제 만들어" 청와대 수석 구설수

현대원 신임 미래전략수석, 교수 시절 강의 평가 대부분 '부정적'

등록 2016.06.15 21:24수정 2016.06.1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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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장·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현대원 미래전략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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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학부 홈페이지에 소개된 현대원 신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비서관(53) 관련 교수 소개. ⓒ 홈페이지 갈무리


앞서 '열정페이' 논란이 일었던 현대원(53) 신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이 서강대 교수 재임 시절, 수업 시간 학생들에게 공공연하게 "내가 창조경제를 만들었다"며 자랑하듯 이를 언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자 슬로건인 '창조경제'를 본인이 정립했다고 인정한 것인데, 이는 청와대 수석 발탁의 배경이 됐을 수 있다. 

그러나 현 수석은 당시 교수의 본래 역할인 수업과 강의에는 매우 불성실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폴리페서'(polifessor·정치+교수 합성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 수석은 1987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2000년대 초반 서강대 신방과(현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로 재직하기 시작했다. 전공 분야는 '텔레커뮤니케이션, 미디어 정책 및 산업론' 등이다. 2012년 현 교수의 수업을 들은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졸업생 김아무개(여)씨는 13일 '창조경제' 발언과 관련해 "수업 때 그런 얘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졸업생 김씨는 "현 교수님이 3D TV 등 실무 관련 수업을 많이 했는데, 수업 특성상 창조경제 얘기가 나오곤 했다"며 "그러면 그걸(창조경제) 거의 100% 본인이 만들었다느니, 창조경제 주역은 나라느니 얘기하곤 했다"고 말했다. "교수님 수업은 반이 본인 자랑이었다, 다른 수업에서도 비슷했을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같은 학부 졸업생이면서 익명을 요구한 A씨 얘기도 비슷하다. "(현 교수는) 수업 평가도 그렇고 학생들 사이에서 워낙 평가가 좋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이어 앞서 본인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이 보도되자, "서강대 학생들에게 현대원 교수가 직접 전화했다고 한다, 서강대 학생들이 다들 인터뷰를 꺼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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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원 신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비서관(53)이 서강대 교수 시절, 수업 시간 학생들에게 공공연하게 "내가 창조경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진은 학생들이 익명으로 강의 후기를 공유하는 사이트 중 현대원 교수 수업 관련 학생들의 평가. ⓒ 강의후기공유사이트 갈무리


실제 현 교수 수업에 대한 학생들 평가는 좋지 않았다. '창조경제 창시' 발언도 자주 보였다. 학생들이 익명으로 강의 후기를 공유하는 사이트 '타임OOO'에 따르면, 현 교수는 2015년 동계 계절학기 수업 당시 "창조경제를 만든 건 바로 나다, 내가 창조경제를 만들었다", "스카이(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경제학과 교수들 사이에서 PT(발표)를 했다"는 등을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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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원 수석으로부터 온 답장. 현 수석 본인도 "(내가) 창조경제 개념 정립에 기여한 것은 팩트"라고 답해,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슬로건을 본인이 만들었다고 인정했다. ⓒ 유성애


관련해 현 수석 본인도 "(내가) 창조경제 개념 정립에 기여한 것은 팩트"라고 답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슬로건을 본인이 만들었다는 것인데, 이는 청와대 수석 발탁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 수석은 당시 교수의 본분인 수업·강의에는 매우 불성실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폴리페서'(polifessor·정치+교수 합성어)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 "등록금 아깝다" "배울 것 없다" 부정적 의견 다수


현 교수가 진행한 과거 수업과 관련, "이 수업은 호불호가 갈린다(2011년 2월)", "재미는 있다(2011년 8월)"는 평가도 있었으나 대체로 부정적인 후기가 압도적이었다. 올해 초 진행한 수업과 관련해서는 "콘텐츠 기획론이라고 쓰고 기승전 본인 자랑이라고 읽는다(4월 22일)" "교수님이 수업에 아예 관심이 없다, 배우는 게 없으니 듣지 말라(1월 25일)"는 등 후기가 올라왔다.

불성실한 강의 태도를 지적하는 글도 많았다. 특히 "엄청난 휴강, 성적은 잘 받았지만 솔직히 등록금이 아깝다(2015년 8월)", "ㅎ교수님의 ㅎ는 휴강의 약자(2014년 1월)", "휴강 머신의 수업(2014년 11월)" 등 예고 없는 강의 취소가 잦다는 평가였다. "강의를 너무 대충한다(2014년 12월)", "수업할 생각이 없으신 것 같다, 차라리 연구나 외부 활동만 하셨으면(2014년 11월)"이라는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비서관 임명 사실이 발표된 지난 8일에는 현 교수 담당 수업에 "서강대의 폭탄은 제거되지만 이제 한국의 폭탄으로..."라는 의미심장한 글도 달렸다.

현대원 수석, 박 대통령과 동문... 과거 인터뷰서 '창조경제' 역설하기도

박 대통령은 서강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현 수석과 대학 동문이다. 제주도 출신인 현 수석은 2013년부터 2년간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창조경제분과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관련 정책 구상에 참여했으며, 미래창조과학부 규제심사위원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현 수석은 교수 시절 다양한 대외활동에 참여했는데 특히 정부·공기업 쪽 경력이 많았다. 2003년 정보통신부 신성장동력추진위원회 위원, 2012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비상임이사 등이며 작년에는 한국VR산업협회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작년 3월부터 KT 사외이사를 맡아왔으나, 미래전략수석에 임명된 8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현 교수는 2013년 8월 월간 경제지인 <이코노미저널> 인터뷰를 통해 "창조경제는 사회 발전과 국민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성장과 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라며 '창조경제 개념도'를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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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교수는 2013년 8월 월간 경제지인 <이코노미저널> 인터뷰(사진)를 통해 창조경제의 이점을 역설하기도 했다. ⓒ 이코노미저널 전자책 갈무리


한편 앞서 <경향신문>은 13일자 보도에서 현 수석이 서강대 교수 시절인 2012년, 영상제작 동아리 지도교수로 있으면서 동아리 소속 학생에게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 이미지 메이킹용 홍보영상 제작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관련 기사: "현대원, 박근혜 후보 홍보영상 지시…학부생 동원, 제작비로 5만원 지급").

관련해 같은 날 오후 현 수석은 입장문을 통해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소 '아들'이라 부를 만큼 가깝고 아끼는 제자에게 '박근혜 후보의 면모를 젊은이의 시각으로 만들어보면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 되지 않겠느냐'는 교육적 차원의 제안을 한 것이지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하면서 "정정보도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현대원 #서강대 교수 #창조경제 발언 #열정페이 논란 #미래전략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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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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