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부터 1주일 동안 전북대 구정문 인근 지하보도에 '강남 여성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문주현
5월 17일 새벽 1시경 강남역 인근 한 건물 화장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은 전국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서른 세 살의 남성 김아무개씨가 화장실에 있다가 여성 한 명을 살해했다. 이 여성이 들어오기 전에 화장실을 찾은 여섯 명의 남성은 아무런 화도 당하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 김씨가 '여자들에게 무시당했다'고 진술한 것이 공개되면서 시민들은 피해자를 기리기 시작했고,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추모의 벽'이 생겼다.
강남역에서 약 300km 떨어진 전북대 앞 지하보도 강남 여성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의 벽. 기자는 이 추모의 벽을 만든 당사자 중 한 사람을 만났다. 전북대에 재학중인 김영지씨. 스물다섯 살 여성으로 한국에서 살아가는 영지씨는 이 사건을 결코 남의 일처럼 지나칠 수 없었다.
"내가 만약 거기 있었다면 여자라는 이유로 죽을 수 있었구나,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강력범죄 80%의 피해자가 여자라는 통계를 봤어요." 운이 나쁘면 강간도 당하고, 살해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영지씨는 이 사건을 접하고 강한 의문을 가졌다. 이런 영지씨의 마음과 통하는 이들이 전북대에도 있었다. 전북대 인권동아리 '동행'과 페미니즘 책 읽기 모임을 하는 전북대 학생들이 바로 그들.
당초 이들은 추모의 벽을 전북대 안에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전북대 학생회에 요청했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학생회 허락 없이는 벽보를 붙일 수 없어서 추모의 벽은 지하보도로 오게 됐다.
"주변 사람들이 물론 죽은 것은 안타까운데 전국적으로 추모를 할 정도로 큰 사건이라고 볼 수 있냐고 물어요. 전 이렇게 답을 했어요. 한 사람의 죽음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추모를 하는 것은 여성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응으로 봐야 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