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다리 풍경> (지은이 이종근 / 펴낸곳 채륜 / 2016년 5월 20일 / 값 14,800원
채륜
<한국의 다리 풍경>(지은이 이종근, 펴낸곳 채륜) 속 다리가 그렇습니다. 세월의 더께 같은 유래, 구불구불한 전설, 산수화처럼 그려낸 풍경을 그리다 보면 어느새 다리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이런 다리 저런 다리가 광주리에 담긴 과일들처럼 제 나름의 유래와 제 나름의 전설을 담고 알록달록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진천 농다리는 천년의 세월을 배경으로 두르고 있고, 청계천 다리는 청계수에 뜬 달을 낚을 수 있는 강태공의 마음입니다.
'다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음과 맺음, 그리고 살 냄새, 땀 냄새 흥건히 나는 이야기를 보듬고 있습니다. 이웃 마음에 사는 처녀, 총각이 만나 사랑을 나누던 곳, 길 떠나는 자식을 눈물로 배웅하는 곳, 해질녘 장에 간 아버지가 고등어 한 손을 들고 건너는 곳이었습니다.' -18쪽
꽃가마 타고 들어왔다 상여 타고 나가는 무섬의 외나무다리는 구불구불한 모양새만큼이나 담겨있는 이야기 또한 구불구불합니다. 서울,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남한 땅 방방곡곡에 놓인 다리는 발품을 덜어주기도 하지만, 인연을 맺어주는 중매쟁이 같은 다리입니다.
칠월칠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매년 칠월칠석이 되면 우리 형제는 제상을 차려놓고 50여 년 전 칠월칠석날 돌아가신 아버지, 어쩌면 오작교를 건넜을지도 모를 아버지를 추모합니다.
오작교는 칠월칠석날 은하수에만 놓이는 다리인 줄 알았는데 남원 광한루에도 놓여 있습니다. 무지개다리는 하늘에만 생기는 것인 줄 알았는데 사람 사는 곳곳, 절로 들어가는 산사 입구, 마을로 들어서는 계곡 어딘가도 무지갯빛 아름다움으로 휘영청 걸려있습니다.
'오작烏鵲'의 의미를 살펴보면 '달밝은 별이 빛나는 남쪽에서 날아온 보기 드문 까치'니, 한 마디로 먼 옛날 남쪽으로 날아간 남주작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각성角星에서 서문端門을 열어 정성井星에서 동천우물의 물공사를 시작하며 주작이 날아오르면 오작교가 완성된다고 합니다. -102쪽
유랑객 같은 마음으로 거닐고, 한량 같은 마음으로 음미해보는 풍경 속 다리는 한양으로 가는 길에도 있고, 절집을 찾아가는 산길에도 있고, 으리으리한 궁궐과 정원과 맞닿은 수목 속에도 있으니 다리 없는 길이 없고, 다리 없는 풍광이 있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