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출신 작가들의 순천 자랑은 비단 오늘날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김승옥, 정채봉, 서정인, 조정래 등을 순천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는데 그들의 작품을 보면 직접적으로 혹은 은연중에 고향에 대한 애정을 담아내고 있다. 사진은 순천 와온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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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은 뒤로 높은 산이고 앞으로 들판 건너 바다여서 이름대로 우순풍조, 날씨 좋고,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고, 우리나라 어느 고을이나 마찬가지로 인심 좋고, 사람들이 순박했다."
-책 (<개나리 울타리> 서정인 / '기억 속의 고향' 일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순천 밖으로 나간 적이 별로 없다는 서정인 작가의 산문 <기억 속의 고향>은 순천에 대한 탁월한 묘사가 돋보인다. 지리적인 순천의 모습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본인이 겪고 기억한 고향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기차가 곡성역에 닿으면 집에 다 온 것 같다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순천의 흙은 흑토와 황토가 모두 차져서 안 되는 농작물이 없고 그래서 꽃과 과일도 제일이다."
-책 (<엄마 품으로 돌아간 동심> 정채봉 / 본문 일부)
못된 병마는 정채봉 작가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병실 창밖의 저녁노을을 보면서 눈물을 머금다가도 순천 출신이라며 책에 사인을 요청하는 간호사에게 생긋 웃음을 건넨다. '고향 사람을 타향에서 흰 구름 스치듯 보네' 그는 순천 사람들을 유난히 반가워했고, 먼저 말 거는 것을 즐거워했으며 순천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2013년 순천국제정원박람회에서 소설 <태백산맥>의 뮤지컬이 선보였고 그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시 정원박람회 홍보대사이기도 했던 조정래 작가.
"태백산맥은 40, 50대들이 20대 때 읽었던 소설입니다. 그런데 예전 20대는 통일의 필연성을 생각했는데 지금 20대는 역사에 대한 망각이 있는 것 같아요. 뮤지컬의 첫 공연이 소설이 시작된 고향이라서 반가웠어요." 1948년 여순사건 이후부터 농지 개혁에 대한 치열한 저항과 6.25 전쟁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인 사건을 잘 담아낸 <태백산맥>. 그 거대한 이야기는 조정래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순천의 아픈 기억에서부터 시작한다.
"무진(霧津)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책 (<무진기행> 김승옥 / 본문 일부)
소설 <무진기행>의 무진은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도시다. 무진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별할 것 없는 도시다. 주인공 '나'의 이상이기도 했고, 현실에 쫓겨 달아난 이들의 피난처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김승옥 작가는 무진이 바로 자신의 고향인 순천이고, 그곳에서 겪었던 일을 모티브로 했다고 밝혔다.
순천에서 나고 자랐고, 어린 시절에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작가들의 작품에 고향 이야기가 담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글을 쓰는데 가장 강력하고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순천이 비단 출신 작가들에게만 애정의 대상이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여행지 혹은 고향, 누군가에게 순천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