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 앞두고 서로 불복 움직임

서병수 부산시장과 영남권 신공항 추진위 각각 기자회견 갖고 양보 불가, 심상정 건설 중단

등록 2016.06.20 17:43수정 2016.06.20 17:46
4
원고료로 응원
a

20일 오전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남부권신공항 추진위의 대정부 결의문 발표에서 김경철 경상대 명예교수와 류재용 김천대 교수가 건의문을 읽고 있다. ⓒ 조정훈


영남권 신공항 입지선정이 임박한 가운데 부산과 영남 4개 시·도가 서로의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각자 가덕도와 밀양을 신공항 입지로 선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불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갈등만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서병수 부산시장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해공항을 그대로 두고 신공항과 대구·경북이 필요로 하는 지역공항을 건설하자는 내용의 이른바 '상생 방안'을 제시했다.

상생 방안의 골자는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영남권 신공항 건설 비용 12조 원 중 6조 원은 가덕신공항에 쓰고, 나머지로 대구에 있는 군공항 이전과 대구경북권 공항 건설에 투입하는 것이다.

이것으로도 모자랐는지 서 시장은 "필요하다면 민자를 유치하고, 부산시민이 직접 나서서 부담을 분담할 수 있다"고 까지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방안이 "대구․경북과 부산, 울산, 경남이 모두 살 수 있는' 길"이라며 "사반세기를 끌어온 신공항 문제를 이참에 말끔하게 털어버릴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서 시장이 이러한 방안을 제시한 데에는 대구의 숙원 사업인 군 공항 이전을 이뤄주는 대신,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신공항을 어떻게라도 가져오겠다는 복안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서 시장은 신공항에 시장직을 걸겠다는 공약에 "변함이 있을 수 없다"고 누차 강조했다.

a

남부권신공항추진위가 20일 오전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를 앞두고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한 가운데 위원들이 '하늘길이 살 길이다'는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 조정훈


하지만 나머지 4개 시·도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같은날 오전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위원장 강주열)'는 대구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남부권 신공항 입지 선정은 정부가 약속한 대로 공명정대한 용역을 통해 6월 중에 반드시 발표해야 한다"며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남부권 신공항은 2000만 남부민의 최대 숙원사업이자 미래생존권으로 국가균형발전과 미래국익 및 안보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3800m 이상 활주로 2본을 기본으로 하는 국가 제2관문공항 기능으로 건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부산시가 내세우는 3500m 이상 활주로 1본의 가덕도 신공항이 아닌 밀양신공항이 반드시 선정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향후 가덕도가 신공항 후보지로 선정될 경우 불복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들은 건의문을 통해 ▲6월 중 반드시 입지 발표 ▲김해공항 확장 반대 ▲입지선정 발표 시 투명하고 철저한 공개 및 부산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부산시장의 가덕도 유치를 전제로 한 상생방안 제시 중단 ▲탈락 지역에 상응하는 국책사업과 인센티브 제시 등 정부의 갈등 치유와 상생방안 모색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가덕도 신공항의 경우 충분한 물류와 급증하는 항공수요를 처리할 수 없다며 밀양 신공항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밀양이 아닌 제3의 장소로 선정된다면 수긍할 수 없다며 결사항전도 불사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특히 서병수 부산시장이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전제로 K-2 공군기지 이전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이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고 수용할 수도 없는 제안"이라며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a

남부권신공항추진위원들이 20일 오전 대구상공회의소에 모여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한 뒤 밀양 신공항으로 입지를 결정할 것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조정훈


강주열 본부장은 "이명박정부 이후 백지화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5개 시도가 합의를 했다"며 "하지만 부산시가 막무가내식으로 광기어린 유치경쟁을 벌이고 정치쟁점화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만일 발표를 연기한다거나 백지화 한다거나 제3의 안이 나온다면 결코 수용할 수 없고 더 큰 지역 갈등과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김해공항 확장설 등을 일축했다.

부산시가 가덕도를 장점으로 내세운 24시간 운영에 대해서도 "세계 어느 공항도 24시간 운형하는 공항은 없다"며 "효율성 면에서도 가덕도가 아닌 밀양이 신공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서로가 상대방의 양보를 요구하고 자신들의 요구대로 신공항 입지가 정해지지 않을 경우 불복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이번 주 중에 신공항 입지를 밝히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처음으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영남권 신공항 입지 논란과 관련해 "영남권 신공항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건설 중단을 촉구했다.

심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회의에서 "이번 주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를 앞두고 PK와 TK 정치권의 세 대결이 죽기살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입지 발표가 갈등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영남권 5개 시·도당도 21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0조 국책사업이 돌이킬 수 없는 환경파괴와 혈세 낭비의 개발 토건사업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영남권 신공항 #서병수 #가덕도 #밀양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종영 '수사반장 1958'... 청년층이 호평한 이유
  2. 2 '초보 노인'이 실버아파트에서 경험한 신세계
  3. 3 '동원된' 아이들 데리고 5.18기념식 참가... 인솔 교사의 분노
  4. 4 "개발도상국 대통령 기념사인가"... 윤 대통령 5·18기념사, 쏟아지는 혹평
  5. 5 "4월부터 압록강을 타고 흐르는 것... 장관이에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