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 심의 중인 원자력안전위원회 건물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그린피스
물론 모든 국가가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을 필두로 베트남,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 공업국과 제3세계 국가에서는 국가전략 차원에서 여전히 원전을 건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원전의 기류가 대세를 이룬 가운데 한 쪽에서는 이처럼 경제성과 효율성을 앞세운 원전 신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원전 신축에 적극적인 국가 중 하나다.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자력위원회)는 신고리 원전 5·6기에 대한 건설허가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정부와 원자력위원회는 오는 2022년 3월까지 신고리 원전 5·6기를 완공한다는 복안이다.
정부와 원자력위원회는 신고리 원전 5·6기가 진도 7.0의 지진에도 끄떡없는 내진성능을 갖추고 있어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원전 건설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지역주민들은 정부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한목소리로 신고리 원전 5·6기의 신축에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신고리가 부산, 울산 등의 광역도시와 인접해 있어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씻을 수 없는 참극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김영춘 더민주당 의원,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 노회찬 정의당 의원 등 22명의 의원들로 구성된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탈핵 국회의원 모임)은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km 내에는 약 16만 명이 거주했는데 반해, 고리-신고리 원전 반경 30km 내에는 무려 380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밀집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단 한 번의 사고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대재앙에 휩싸이게 된다는 뜻이다.
노후 원전 옆에 새 원전 건설? 이건 난센스문제는 또 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정부는 신고리 원전 5·6기가 진도 7.0의 강진에도 문제 없는 내진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환태평양 지진대를 끼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요동치는 지각 변동을 민감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일본 후쿠시마를 강타한 진도 9.0의 강진이 언제 우리나라를 덮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신고리 원전 5·6기에 인접해 있는 낡고 노후한 원전들이다. 탈핵 국회의원 모임은 "고리 1~4호기와 신고리 1~4호기가 존재하는 지역의 최대 거리가 고작 3.5km 정도로, (이곳에) 원전 10개를 밀집시킨 것은 지구상 어디에도 유례가 없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강변한다.
여기에 고리 1호기는 원전 수명 30년을 넘겨 38년째 가동 중이며, 고리 2~4호기 역시 완공된 지 30년을 넘긴 노후한 원전들이다. 설계 수명을 넘겼거나 그에 근접한 원전 가까이 원전을 건설하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인 것이다.
지난해 2월 27일 원자력위원회는 월성원전 1호기에 대한 수명 연장을 가결했다. 수명 연장에 반대해온 야당과 시민단체, 지역주민들의 의견은 무시된 채 위원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 측 인사가 강행한 사실상의 날치기 통과였다. 이처럼 설계 수명을 넘긴 원전이 멈추지 않고 가동되고, 원전 옹호론자들이 계속해서 원전 증축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훗날 아주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원전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그동안 수수방관해 왔던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일본 정부는 각계각층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원전의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고집해 왔었다.
안전성 수수방관 일본 정부, 왜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