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고등학교 뒤쪽 동문동산에 김종필 흉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김종술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5·16 군사쿠데타의 주역이었던 김종필 전 총리의 흉상이 모교인 공주고등학교에 결국 세워진다. 당초 예정됐던 정문이 아닌 교내 '동문동산'으로 장소만 변경됐다.
김 전 총리의 흉상 설치는 지난해 11월 추진됐다. 하지만 같은 달 18일 <오마이뉴스>의 단독 보도 이후 흉상 설치 제막식이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관련 기사] "'박정희와 5.16 쿠데타' 김종필 흉상, 학교에 세워진다" "공주고, '5.16 주역' 김종필 흉상 설치 무기한 연기"그로부터 약 7개월이 흐른 27일 오전 7시 30분. 충남 공주시 공주고 정문에선 최근 논란이 된 김종필 전 총리의 흉상건립에 반대하는 교직원과 공주민주단체협의회 회원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설치 반대 시위를 벌였다. 출근길에 이 광경을 본 일부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논란이 큰 만큼 오전 8시부터는 방송사 카메라까지 이곳을 찾아 뜨거운 취재 열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 공주고에는 흉상건립을 반대하는 동문과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 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충식 공주교 교장은 "<오마이뉴스> 언론 보도가 나가고 교직원들이 학교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반대했는데 동창회는 (흉상을) 만들어 놓았고, 100주년 역사관이 건립되면 넣겠다는 입장이 있다"라며 "서로 배려하는 차원에서 학교 정문이 아닌 뒤쪽 동문 동산에 기념비가 40~50개가 있는데 그곳에 설치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양쪽에 타진해 놓은 상태로 동창회와 교직원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던 총동창회·교직원 간 설명회를 놓고 기자들이 몰리면서 취재 여부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설명회는 기자들이 다 나가는 조건으로 11시부터 공주고등학교 역사관에서 진행됐다.
한발 물러선 교사들... "정문 아닌 다른곳에 설치"오후 1시 30분. 총동창회 측과 대화에 나섰던 박종우 교사는 "원칙적으로 흉상 건립은 반대하지만, 무작정 막기엔 역부족으로 정문이 아닌 교내 다른 곳에 설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한발 물러섰다. 아침까지 흉상 건립에 강경한 입장에서 설치 쪽으로 물러선 배경에 학교 측의 외압이 있었는지 묻자 '없다'고 말했다.
임갑묵 총동창회 총무국장은 "정치적 색깔이 아닌 순수한 동문의 입장에서 (흉상) 건립하게 되었다"며 "추진 과정에서 총동문회가 선생님들과 소통하지 못했다, 일방적인 통보로 선생님들이 반대 뜻을 표했으나 현재는 위치를 다시 설정하여 건립한 뒤 역사관으로 이전한다는 쪽으로 협의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주고 한 동문은 이런 결과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선생님들과 시민, 일부 동문이 흉상건립을 반대했는데 갑자기 흉상을 어디에 설치하느냐를 두고 논의가 진행됐다"라며 "논점이 변한 이유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설령 흉상이 세워진다 해도 낙서나 훼손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총동창회 일부 회원들이 주도한 '김종필 흉상건립위원회'는 지난해 동문 모금을 통해 1억 원을 모금했다. 모금 기금 중 5천만 원을 들여 영구적인 소재로 약 2m 50cm 높이의 흉상을 제작했다. 동상 설치 제막식은 오는 7월 9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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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고, 김종필 흉상 결국 세운다... 교내 뒤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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