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어디다 쓰든 대통령 말씀이면 OK?

[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

등록 2016.06.29 17:41수정 2016.06.2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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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6/28) 
‧ KBS <"재정 20조 이상 투입 대대적 경기 부양">(톱보도, 김귀수 기자, http://me2.do/FVhTvQMj), <"노후 경유차 교체 혜택"…소비 진작책 '봇물'>(2번째, 우한울 기자, http://me2.do/GOcajtv2), MBC <추경 포함 20조 투입 경기 살리기 총력>(톱보도, 김성현 기자, http://me2.do/GlqzPGEJ), 채널A <"정신 바짝 차려야" 추경 촉구>(톱보도, 심정숙 기자, http://me2.do/FQl3mFGz)
정부는 28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하반기에 10조원 이상의 추가경정(추경)을 포함한 20조원대의 재정보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4년간 3번의 추경과 1번의 재정보강, 확장재정을 통해 시중에 푼 돈은 134조원에 이르게 됐다. 이번 추경 편성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여파를 막기 위해 내수 진작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재정 투입과 함께 소비세 감면, 대규모 할인행사 등 민간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들도 추진한다.

하지만 정부가 방향을 잘못 설정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내수 확대의 핵심인 가계소득 증대방안이 빠져있고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실업 대책도 이미 예고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 편성에서도 "기업소득이 임금 인상, 투자 확대에 많이 활용될 수 있도록 보완하겠다"며 노동자보다 기업을 우선시하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한 수출기업을 돕는다는 명분하에 임금 삭감과 해고를 뜻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번 추경도 효용성이 의심되는 배경이다. 또한 재정투입이 가능하다면 그동안 마땅히 지출해야 했음에도 시·도교육청에게 떠넘겨온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해야 하고, 실업자 대책과 빈곤가구 지원에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추경 편성이 필요 없다고 하다가 '브렉시트'로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커진 틈을 타 '꼭 필요하니 국회가 빨리 처리해달라'고 강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뻔뻔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하지만 28일 방송 보도에서 이런 분석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7개 방송사가 추경 편성을 모두 보도했고 KBS, MBC, JTBC, MBN은 톱보도로 내며 주요하게 다뤘다. 이중 JTBC를 제외한 6개 방송사 는 정부의 청사진을 받아 적기만 했고, 심지어 여러 변수에 따라 정부의 예측이 빗나갈 수 있다는 분석조차 SBS, JTBC만 언급했다. 정부의 발표를 앵무새처럼 읊는 행태가 또 반복된 것이다.

 7개 방송사 추경 편성 관련 보도량 및 보도 내용 비교(6/28)
7개 방송사 추경 편성 관련 보도량 및 보도 내용 비교(6/28)민주언론시민연합

지상파3사, 돈을 어디다 쓰든 대통령 말씀이면 무조건 OK

KBS 톱보도 <"재정 20조 이상 투입 대대적 경기 부양">은 정부의 추가 재정 투입을 "경기 회복세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브렉시트라는 변수까지 생기자 최대한 빨리 재정을 풀어서 경기를 살린다는 방침"으로 소개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는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이러한 권고들을 받아들여 추경을 편성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화면에 담았다. 이어서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1%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고 전하기도 했는데, 이는 그동안 정부가 경기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내놓았다고 비판받는 대목이다.

정부는 2014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41조원과 22조원대의 추경 포함 재정보강을 추진하면서 "4% 경제성장률로 복귀"를 장담했으나 지난해 성장률은 2.6%에 그쳤고 올해도 결국 2.8%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이 2.8%마저도 추경 집행 효과 0.3%를 포함한 것이니 사실상 2.5%까지 낮춰 잡은 것이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이미 한참 전에 전망치를 2%로 제시했다. 정부만 근거도 없이 지나치게 낙관적 수치를 주장하다가, 추경 편성할 시기가 되어서야 '이실직고'를 하며 재정 투입을 정당화한 것이다. KBS는 이런 지적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KBS는 "수출부진과 구조조정 여파 때문인데 브렉시트 충격까지 겹쳐 대규모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판단" "추가 재정은 청년일자리 사업과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대책에 최대한 빨리 투입" 등 오로지 정부의 입장만 받아썼다.


MBC 톱보도 <추경 포함 20조 투입 경기 살리기 총력>도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을 보도했는데 MBC는 "울산 신고리 원전 5·6호기 사업 시기를 앞당겨 재취업을 돕기로 했습니다"라는 언급을 추가했다. 하지만 MBC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이 결정된 23일부터 지금까지 해당 사안을 보도한 적도 없다.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을 만든 정부의 결정을 은폐해놓고 이 사안을 정부의 추경 편성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한 셈이다. SBS는 "브렉시트 같은 돌발악재로 이런 목표를 달성하긴 쉽지 않을 거란 분석도 제기" "더불어민주당은 추경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사회간접자본 같은 목적에 맞지 않는 예산이 있는지 따져보겠다고 밝혔습니다" 등 전문가들과 야당의 지적을 언급하기는 했으나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정부 입장을 대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KBS, MBC, SBS 지상파 3사는 추경 등 20조 원의 추가 재정 투입 외에 2건의 보도를 더해 '요일제 공휴일' '노후 경유차 교체 혜택' 등 정부의 소비 진작책을 소개했다. 이 관련 보도 중에서 KBS <"노후 경유차 교체 혜택"…소비 진작책 '봇물'>은 정부 정책을 나열한 뒤 "하지만, 가계소득은 정체된 상황이어서 소비로 이어질 지 의문"이라고 딱 한 마디 지적을 언급했으나,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적극 유도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하기로 했습니다"라고 '자문자답'하기도 했다. 가계소득 정체가 문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해결책으로 임금 인상이나 소득 지원이 아닌 '기업 세제 혜택'을 택한 정부와, 이를 탁월한 선택인 양 선전해주는 KBS 모두 '친기업적 관점'에 완전히 매몰되어 있다.


 KBS <“재정 20조 이상 투입 대대적 경기 부양”>(6/28), 채널A <“정신 바짝 차려야” 추경 촉구>(6/28)
KBS <“재정 20조 이상 투입 대대적 경기 부양”>(6/28), 채널A <“정신 바짝 차려야” 추경 촉구>(6/28)민주언론시민연합

돈을 어디다 쓰든 대통령 발목 잡지 말라는 채널A 

종편 방송사에서는 채널A의 태도가 두드러진다. 채널A <"정신 바짝 차려야" 추경 촉구>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편에서 추경 편성을 결정했다며,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 "추경안 집행의 관문인 국회를 향해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며, 발목잡기는 없어야 한다는 당부"했다며 박 대통령 입장을 전하더니, "야당이 다른 현안과 연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변수"라고 덧붙였다. 채널A 보도를 요약하자면 대통령이 "국민의 편"에서 추경을 편성했는데 야당이 '발목잡기'할 가능성이 있어 변수라는 것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정부를 옹호하고 야당은 폄훼하겠다는 집념이 돋보인다.

정부가 돈을 어떻게 낭비하는지 살핀 방송사는 JTBC뿐

국민의 혈세가 허비되거나 기업의 배만 불리는 데 쓰일 수도 있는 상황을 타 방송사들이 이렇게 무시하는 사이, 그나마 JTBC가 제대로 된 보도를 내놨다. JTBC는 톱보도 <추경 10조…경기부양에 총 20조 처방, 매년 낙관적 경제 전망 뒤 추경 반복>에서 "균형 재정을 위해서라면서 빠듯한 예산을 짜고, 민간 기관과는 판이하게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하던 정부가 이맘때만 되면 피치 못할 사정을 거론하며 추경에 나서는 모습. 이게 거의 매년 반복되는 걸 지켜보노라면, 민생을 책임질 리더십이나, 콘트롤타워가 건재한지 걱정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다음 보도 <추경 반복…재정 운용 '물음표'>는 더 구체적인 분석으로 정부 경기 부양책에 의문을 제기했다. 먼저 "지난해 9월 국회에 올해 예산안을 제출할 때만 하더라도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을 3.3%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계속 안좋아지자 작년 연말 3.1%로 낮췄고, 급기야 올해 들어서는 구조조정이나, 지난주 발생한 브렉시트까지 겹치면서, 급기야 오늘 2.8%로 낮춰잡았습니다"라며 "처음부터 예측에 실패"한 정부의 실책을 지적했다. 이어서 "추경은 말 그대로 예정에 없던 돈을 갑자기 지출하게 되는 것" "내년 말까지는 국가채무 증가분만 2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요, 이렇게 되면 역대 정권 중에서 가장 많이 빚이 늘어난 정권"이라며 임기 4년 중 벌써 3번이나 추경을 편성한 박근혜 정부의 '부채'를 드러냈다. 이외에도 △엉터리 경기전망 △세수전망 실패 △재정건전성에 대한 지나친 집착 등 박근혜 정부 경제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 국민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배경을 전했다.

■ 민언련 오늘의 좋은 방송 보도(6/28) 
‧ JTBC <1200톤 과적…수상한 철근>(9번째, 강버들 기자, http://me2.do/GBVSbcCc), <"이정현‧길환영 검찰 고발">(10번째, 김혜미 기자, http://me2.do/xmGLkIwl), <탐사플러스/세월호 아픔 안고 간 경찰>(2부 2번째, 이희정 기자, http://me2.do/IxX8Lqr1), <탐사플러스/위로는커녕 치료비도 끊겨>(2부 3번째, 이희정 기자, http://me2.do/GcIvirXX) 
지난 16일, 미디어오늘은 <세월호에 제주해군기지 가는 철근 400톤 실렸다> 제하의 단독보도를 통해 세월호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쓰일 철근 400톤을 과적한 채 운항했다고 폭로했다. 미디어오늘은 이후에도 청해진해운 김 차장이 세월호 참사 다음날 국정원이 통화한 사실, 명성물류가 화물을 보내는 주체 및 받는 주체를 속인 사실, 제주 철재소가 제주해군기지로 갈 300톤을 자신이 받기로 한 것이라 뒤집어 쓴 점 등을 들어 세월호 참사 국정원 연루 의혹 등 다양한 의문을 제기했다.

논란이 크게 일었으나 '세월호 철근 400톤'과 관련된 특조위의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사들은 일제히 침묵했다. 그러던 지난 27일,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세월호에는 출항 전 승인받은 987톤보다 무려 1228톤이나 초과한 화물이 실렸으며 이중 철근이 410톤이고 일부가 제주해군기지로 운반될 예정임을 공식 발표했다. 특조위 발표까지 나왔지만 대부분 방송사들은 여전히 침묵했고 JTBC만이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JTBC <1200톤 과적…수상한 철근>는 "승인받은 적재 무게보다 무려 1200여 톤이나 더 싣고 있었고, 짐 중에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쓰일 철근도 있었습니다"라며 방송사 최초로 '세월호 제주해군기지 철근 의혹'을 다뤘다. 먼저 "세월호엔 검찰이 밝혔던 것보다 많은 철근 426톤이 실려 있었고, 이 중 278톤은 제주 해군기지로 배달될 예정이었던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습니다"라며 특조위 조사 결과를 전한 강버들 기자는 "운항관리 규정에 국정원 보고가 명문화된 청해진 해운 소속 유일한 배였다는 점" "제주 해군기지 공사현장으로 가는 철근이 수백 톤 실렸다는 점, 그리고 이 사실이 검경의 수사당시에 전혀 나오지 않은 점" "국정원은 해군기지 건설 저지 운동을 벌였던 시민단체 위원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하는 등 관련 사안에 개입" 등의 근거를 들어 '국정원 연루 의혹'을 조명했다.

다음 보도 <"이정현·길환영 검찰 고발">은 특조위가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에 개입해서 방송법을 위반한 혐의"로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위원과 길환영 전 KBS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며 특조위의 다른 행보도 전했다. 이 보도에서 2014년 5월 "정부 측에서는 해경을 비난하지 말 것을 여러번 주문했습니다. 사장 (길환영 전 KBS 사장) 주재 조그만 모임이 있었는데요, (그 자리에서) 해경에 대한 비판은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폭로 장면을 다시 보여줘 세월호 참사를 은폐하려 한 KBS의 민낯을 재차 상기시켰다. 이렇게 꾸준히 세월호 참사 및 특조위의 진상규명을 다루는 방송사는 JTBC뿐이다.

JTBC는 이날 2건의 특조위 관련 보도 외에도 <탐사플러스> 2건을 할애해 "세월호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이를 외면하는 정부의 모습"을 밀착 취재해 보여줬다. 특히 세월호 참사 직후 가장 먼저 사고 현장을 지휘하고 이후 73일 동안 유가족 지원에 헌신한 후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 해 자살한 고 김 모 경위의 사연은 정부의 무책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고 김 경위는 심리치료 한 번 받아보지 못했으나 "순직 여부를 심사하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측은 보상을 거부"했고 결국 재판까지 가서야 김 경위의 순직이 인정됐다. 정부는 무리한 수색 작업으로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는 민간 잠수사들에 대한 지원도 중단할 예정할 예정이다.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KBS #채널A #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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