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싫을 때가 있잖아, 그렇지?"

[육아] 마음껏 싫어하기로 해

등록 2016.06.30 13:37수정 2016.06.3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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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더 탈거야 "집에 가기 싫어." <수채화-권순지>
그네 더 탈거야"집에 가기 싫어." <수채화-권순지>권순지

누군가에게 이렇게 애걸복걸 해본 적이 있던가 싶을 정도로 아이들을 대할 때 비굴해질 때가 있다. 삼십 년 넘게 살며 이토록 예쁜 대상은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입술이 역동적으로 아이들의 얼굴과 몸을 향할 때 아이들은 이미 도망치고 없다.


애정의 바다를 넘어 어떻게 어디로 향할 줄 모르는 엄마의 과한 액션에 자지러지게 웃으며 도망치는 뒷모습. 따라가다 말고 물었다.

"왜~엄마랑 뽀뽀 한 번 하자."
"싫어!"
"왜?"
"싫으니까!"

엄마에게 일갈하듯이 내뱉는 딸의 그 말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망설임도 없고, 싫다는 말을 한 것에 대한 미안함도 없고, 상대의 안위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없다. 그 순간엔 오직 과한 애정표현에 대한 거부감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 거부감이 24개월이 갓 지나도록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꾹 다문 입술과 단단해서 부서지지 않을 듯 느껴지는 그 눈빛은 '싫다'고 이미 뱉어버린 그 말을 뒤이어 형용했다.

긍정과 부정이 내재된 인간


녀석의 그 당당한 언어에 감격한 듯 어지러운 듯 가까이 있던 몸을 비껴서 거리를 두고 지켜봤다. 어느덧 아이가 자라 긍정과 부정이 내재되어 있는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거부당한 내 감정보다 더 우위에 있었다.

부정(否定)을 한껏 드러내고 살아본 적이 있던가. 있다면 언제부터 누군가의 동요를 의식하지 않고 내 의사에 집중하여 표현했을까. 부정(否定)에 대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의 책임이 나한테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다른 이의 신경에 곤두서서 살아온 시간들이 흩어져 내려왔다. 그것들이 내 어깨에 앉아서 딸의 '싫어'를 바라보았다. 


'너의 싫음을 말하고 표현하는 것도 네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이다.'

내가 너를 이토록 사랑하고 너도 나를 그토록 사랑하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타인이기 때문에 한 몸인 듯 언제나 같은 감정을 가질 수도 없다. 그리고 같은 선택을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비슷한 선상에서의 의지와 선택은 있을지라도 말이다.

그러므로 엄마인 나는 아이들의 '싫어'를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게 무조건적으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온몸으로 떼를 쓰며 싫다고 말하는 아이를 참아주고 이해하고 안아줘야 하지만 그게 늘 같은 인간인 엄마의 '싫어'와 맞선다.

오늘은 큰아이를 어린이집에서 하원시키며 차에 태우고 오는데 아이가 뒷자리에 있던 우산을 집어 들었다. 긴 우산을 가지고 낚시 놀이를 한다며 들었다 놨다 하는데 너무 위험해 보여 잔소리를 했더니 곧바로 이어지는 짜증 섞인 대답은 "싫어!"

"왜? 위험해 보여서 그래."
"싫어. 엄마도 싫을 때가 있지. 그렇지?"
"…."

평소 아이들에게 엄마의 감정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때가 있긴 있었지만 그 때의 나는 온데 간데 사라진 듯 아이에게 더 이상 말로써 추궁할 수 없었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놀이를 방해하는 것이 싫었던 것이고 또한 정확히 표현했다.

미운 세 살, 네 살 두 녀석이 일깨워준 깨달음

평소 엄마의 생각을 자주 묻는 조심스런 성격의 큰 아이는 심지어 엄마와 입장이 비슷했을 때 감정까지 언급했다. 엄마가 더 이상 말을 꺼낼 수 없도록 말이다.

위험할까봐 제지하는 엄마의 말을 듣지 않는 아이가 버릇없다고만 느껴져 혼내게 되는 참사가 벌어지기 전에 정신을 가다듬었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거의 모든 선택은 아이가 하게 해야 하는 것이고, 지금은 딱 그런 순간이다.' 

아이들의 '싫음'을 존중하는 것이 아이가 스스로 크게 하는 가장 쉽고도 어려운 방법인 것을 예쁘고도 미운 세 살, 네 살 두 녀석에게 얻는다. 싫은 것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인생을 골치 아프게 살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니까 이제부터 난 녀석들의 싫음을 설득해야만 할 때의 수 만 가지 방법을 연구하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식들이 골치 아픈 인생을 살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려니 엄마가 참 골치가 아프다.
덧붙이는 글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rnjstnswl3 중복게재
#싫어 #부정 #아이의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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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문화, 다양한 사회현상에 관해 공부하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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