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보도한 '김일성 외삼촌에 건국훈장…보훈처 은폐 급급' 화면.
뉴스타파
이상한 모양새다. 이념적으로 편향되었다고 비판받던 박승춘 보훈처장은 이념보다 실제 행적이 중요하다 외치고, 이념적 편향성을 비판하던 야당의원은 '행적보다 이념'을 내세운다.
지난 27일 <뉴스타파>에서 항일독립운동가 강진석에 대한 서훈 수여가 보도된 이후 3일 동안 벌어진 일이다. 비판하던 이와 비판받던 이는 같은데, 공격과 방어의 논리가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
애초 <뉴스타파>의 관련 보도는 뉴라이트 출신의 보훈처장이 자기 사람을 앉히려고 공적심사위원을 무리하게 교체하면서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비판의 근거로 강진석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김일성의 외삼촌이기 때문에 서훈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지 않았다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의 속기록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이런 논리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진보매체에서 나왔다는 것을 선뜻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마치 우익정당 의원이 과거 노무현 정부의 보훈처장을 꾸짖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의 대화가 오고 갔다.
강진석의 항일운동이 얼마나 훌륭했는지, 그가 일제시기 옥살이한 독립운동가 중 가장 오래 산 급에 속할 정도로 얼마나 치열하게 독립을 위해 싸웠는지의 사실 따위는 그의 조카가 그가 사망한 뒤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되었다는 사실로 인해 묻어야 할 것으로 치부되어 버렸다.
한때 진보정당운동에서 촉망받는 젊은 그룹의 일원이었다는 야당 의원은 보훈처장을 혼쭐내면서 '김일성 아버지에게도 서훈 줄 수 있는가, 그게 국민정서에 맞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반공웅변대회가 아니다. 국회 정무위였다.
강진석 서훈 논란에 숨어있는 연좌제, 종북 혐오의 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