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성추행' 줄이고 대통령 방미 성과 키워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비망록... 청와대·사장의 노골적인 보도개입

등록 2016.07.01 10:34수정 2016.07.0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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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3년 1월 7일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는 윤창중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의 모습.
지난 2013년 1월 7일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는 윤창중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의 모습. 유성호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에서 정부 비판을 자제해달라는 것만이 아니었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작성한 비망록에는 공영방송인 KBS에 청와대 홍보수석이 직접 전화를 걸어 뉴스편성에 개입하고 길환영 당시 사장은 정부·여당에 유리한 보도 만들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나타난다.

2013년 1월부터 KBS 보도국장으로 재직한 김 전 국장은 '국장업무 일일기록'이라는 비망록을 작성해왔는데 여기에 길환영 당시 사장과 청와대의 보도 개입 사례를 기록했다. 당초의 <뉴스9> 편성안이 길 사장의 지시로 어떻게 바뀌어 방송됐는지 상세히 기술했고, 청와대 정무수석 혹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전화해 뉴스 편집에 불만을 제기한 내용도 기록했다. 

'윤창중 성추행', '국정원 댓글'은 축소 보도 지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KBS

내용을 축약하면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같이 정부와 여당에 불리한 보도는 줄이거나 순서를 뒤로 바꾸고,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갑자기 교체한 검찰을 두둔하는 여당 의원의 발언 등 정부·여당에 유리한 보도라면 일선 기자들이 준비하지도 않은 내용을 만들어서 넣기도 했다.

김 전 국장은 이 비망록을 2013년 11월 18일까지만 작성했다. 김 전 국장은 세월호 참사 뒤인 2014년 5월 9일 해임되면서 기자회견을 통해 길환영 사장의 보도개입을 폭로했고, 이를 이유로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김 전 국장은 징계무효 확인소송을 냈고 이 과정에서 김 전 국장이 작성한 비망록을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김 전 국장은 1심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전 국장의 폭로 내용을 사실로 판단했다. 김 전 국장은 즉각 항소했다. 김 전 국장이 증거로 제출한 비망록 속 청와대와 사장의 보도개입 사례는 30여 건이지만 이 중에서 주요한 8건을 발췌했다.

 2013년 청와대·길환영 사장의 KBS 보도 개입 내용(김시곤 전 보도국장 비망록 중에서).
2013년 청와대·길환영 사장의 KBS 보도 개입 내용(김시곤 전 보도국장 비망록 중에서).선대식

#김시곤 #청와대 #보도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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