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희
어릴 적 농촌 마을에 살았던 필자는 할머니와 아버지가 만들어 놓으신 싸리 빗자루로 마당을 쓸곤 했습니다. 그 당시엔 이런 물건들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흔하게 볼 수 있는 빗자루였을 뿐이니까요.
어찌 보면 많은 세월이 흘렀다고도 할 수 있고 또 어찌보면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는 30여 년이 지났습니다. 주말을 맞아 찾아간 부모님 집에선 이 세월의 흐름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릴 적 마당을 쓸던 싸리빗자루가 여전히 벽에 기대어져 있습니다. 하나는 많이 닳아서 짜리몽땅해졌고, 다른 벽에는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보이는 싸리 빗자루 두 개가 세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마당 한편에는 초록빛 잎파리를 뽐내며 댑싸리가 자라고 있습니다. 한여름 이 녀석은 무럭무럭 자라나서 짜리몽땅해진 싸리비의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말려지고 묶여 멋진 싸리 빗자루로 변신하게 되겠지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할머니께 싸리 빗자루 만드는 법을 배우셨습니다. 저도 어릴 적 할머니와 아버지께서 싸리 빗자루를 엮는 모습을 지켜보기는 했습니다.
잊히는 것들이 못내 안타까워 아버지 어머니께 여쭤봅니다. "이 싸리나무는 저절로 생겨난 거예요? 어떻게 만들죠?" 어머니께서 웃으시며 말씀하십니다. "저절로 나는 게 어디 있냐? 우리가 씨를 심었으니까 난거지. 이 만큼 자라면 자르고 말려서 적당히 묶어주면 된다."
어머니의 이 한 마디가 마음에 남습니다. 올겨울 무렵에는 부모님께서 이 댑싸리를 가지고 빗자루를 만드시는 모습을 보고 빗자루 만드는 방법을 배워봐야겠습니다. 잊히는 것 중 하나가 지속되도록 지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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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발저, 호수와 바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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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잊히는 것들 중 하나, '싸리 빗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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