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외삼촌과 제가 이렇게 많이 닮은 줄은 정말 몰랐어요. 말 그대로 피가 통하는 느낌이에요."
최근 방학을 맞아 모국을 찾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하는 존 김군은 6~7년 만에 본 외삼촌이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김군은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간 뒤 두어 차례 한국을 찾았지만, 대부분의 외가 식구들과는 길게 마주할 시간이 없었다. 큰 외삼촌과 저녁 식사를 같이 하는 등 반나절을 같이 보내며 가까이서 큰 외삼촌을 찬찬히 살펴본 건 사실상 태어나서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춘기 이후로 제 얼굴이 어렸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들어왔습니다. 또 어릴 때는 오히려 친탁을 했다는 말을 자주 접했고요. 게다가 한국을 떠났던 초등학생 때는 제 자신이 외모 같은데 별 관심도 없었고, 더구나 혈족간 생김새 이런 건 아예 안중에도 없었어요. 한데 고등학생이 되면서 (미국이라는) 다인종 사회에서 살아서 그런지, 저도 모르게 친척들의 외모와 저를 적극적으로 비교하게 됐어요."
방학 시즌이 되면 친인척들 사이에 한데 어울리는 기회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김군처럼 다른 나라에 살다 모국을 방문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고, 국내 거주하는 친인척 간의 교류도 활발해진다. 다같이 국내에 거주하지만 수험생 등을 둔 가정에서는 특히 가까운 친척끼리도 평소 회합이 잦지 않은 까닭에 '한참 성장하는' 조카나 사촌 등의 외모 변화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길에서 만나며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는 말이 단순한 과장이 아닐 정도로 특히 사춘기를 전후한 연령층에서 얼굴이나 체격 인상 등이 달라지는 예도 많다.
삼촌이나 고모, 이모는 유전적으로 2촌에 가까워
친인척 사이의 용모는 아무래도 남보다 서로 닮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는 유전학상 확률일 뿐, 친인척 사이라는 걸 눈앞에서 비교해봐도 알 수 없는 경우 또한 드물지 않다. "아무개가 누구와 사촌간이라고? 생김새도 성격도 전혀 닮지 않았던데..." 사촌간인 두 사람을 공히 학교 동창생으로 둔 친구들 사이에 이런 대화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것도 유전의 오묘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큰 틀에서 보면 촌수와 닮은 정도는 대체로 비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닮음의 폭이라는 게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친인척간의 유전 관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일반적으로는 조부모와 손자의 유전적 친연성이 사촌간보다 더 가깝다.
보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할머니와 손자는 유전적으로 평균 25%를 닮는다. 그러나 최하 12%, 최대 34% 가량 서로 유전자가 닮을 수도 있다. 이에 비해 사촌은 평균 12.5%를 닮는다. 하지만 최저 3~4%, 최대는 20% 가까이 서로 닮을 수도 있다. 덜 닮은 조부모-손자 관계가 많이 닮은 사촌간보다 실제 유전적으로 멀 수도 있다는 뜻이다.
동양에서 쳐주는 촌수는 사실 이런 점에서 유전적 친연성을 설명하는데 허점이 있다. 단적인 예로 부모-자식은 1촌, 형제간은 2촌으로 가정하는데, 유전적 확률로 따지면 둘 다 1촌간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부모 자식은 서로 50%의 유전자를 거의 무조건적으로 공유하며, 형제지간은 서로 평균 50%를 공유한다.
그러니 삼촌이나 고모, 이모는 유전적으로 따지면 3촌보다는 2촌에 더 가까운 것이다. 실제로 고모-조카, 이모-조카, 삼촌-조카는 평균 25%의 유전자가 공통적일 확률이 가장 높다. 조카가 삼촌이나 이모, 고모를 닮을 확률이 조부모들을 닮을 확률이나 전혀 차이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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