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주소가 함께 있는 독특한 명함
참여사회
27년 동안 빵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그의 참여연대 회원 경력을 보고 한 번 더 놀랐다. 1996년도 가입이니 무려 20년 지기 회원이다. 와우!
"20년 전 제가 잠시 백수일 때 은행에 갔었는데 참여연대 홍보책자하고 회원가입 신청서가 비치돼 있었어요. 평소 관심이 있어서 읽어봤는데 괜찮은 단체인 것 같아 그 자리에서 바로 가입했죠.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은 많은데 직접 나설 수는 없으니까 직접 나서서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인 거죠."생업이 있는 대부분의 회원들이 그렇듯 그 또한 지난 20년간 신입회원 환영회를 제외하곤 참여연대 행사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던 그가 얼마 전 참여연대로 연락을 해왔다.
"참여연대에서 세월호 2주기를 맞아 '노란리본 나누어 주기 캠페인'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연락을 드렸죠. 100개 신청했는데 3~4일 만에 모두 나눠드렸어요. 평소에도 좋은 캠페인이 있으면 홍보물을 달라고 해서 손님들 빵 봉투에 하나씩 넣어드리고 그래요." 손톱 크기의 노란 리본 하나를 나누어 주는 일. 그러나 이 작은 일도 동네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평소 사람들에게 참여연대 회원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워요. 나이가 많거나 보수적인 사람들은 참여연대가 완전 왼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에 동네어르신들이 저희 가게를 보고 '이 집은 민주당 찍는 집이니까 여기서 빵 사지 말라'고 한 적도 있었어요. 먹고사는 문제와 결부되면 작은 일도 참 어렵죠."다시 한 번 그의 명함을 꺼내봤다. 나란히 적힌 이름과 연락처, 이메일 주소 밑에 눈에 익은 글귀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당신의 참여가 세상을 바꿉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참여연대의 웹주소.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어렵지만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해내기 위해, 참여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평범한 시민이 세상을 바꾼다…, 글쎄요, 제 생각엔 서로에게 나쁜 짓 안 하고 이웃들과 잘 어울려 사는 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해요. 지역 단위에서부터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가다보면 결국 사회 전체가 바뀌지 않을까요?" -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다고 하셨는데 요즘 가장 관심이 가는 일은 뭔가요?
"그네누님(박근혜 대통령)도 그렇고 명박이(이명박 전 대통령)도 그렇고 홍만표 법조비리 사건에도 관심이 가고…. 근데 뭔 일이 터질 때마다 이건 또 무슨 일을 막으려고 터뜨렸나하고 의심이 가요.
지금 롯데 수사한다고 난리던데 이것도 다 홍만표 사건 덮으려고 그러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래도 제일 관심이 가고 재미있는 일은 저희 지역의 상권을 살리는 일이죠. 지역상권이 함께 살아나야 저희 가게도 잘 되고, 또 거기서 나온 이익들이 세금이나 이런저런 방식으로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3년 전부터 '군포소상공인 소셜클럽'에서 지역의 소상공인들과 함께 마케팅 공부를 하고 있고요. 앞으로 여유가 된다면 이웃들과 함께 협동조합이나 지역화폐에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요. 사람들을 묶어낼 수 있는 방법, 혼자가 아니라 같이 하는 협업의 문화들을 만들어 가는 일, 이게 저의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나 혼자가 아니라 같이 다함께, 승자가 독식하는 게 아니라 이익과 혜택이 공동체 안에서 선순환하는 세상. 동글동글 도넛 모양의 꿈을 가진 그가 참여연대를 향해 꼭 하고픈 한마디는 바로 이거다.
"참여연대 간사님들, 제가 직접 찾아가지는 못 해도 멀리서나마 늘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희들을 대신해서 좋은 일 많이 해주시니, 꼭 복 받으실 겁니다!"어디선가 빵 굽는 고소한 냄새가 온기와 함께 피어올랐다.
빵을 닮은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