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자살 사건' 어머니 "진상조사로 아들 한 풀어달라"부장검사의 폭행·폭언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김홍영 검사의 사법연수원 41기 동기 법조인들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대회의실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김 검사의 어머니 이기남씨가 참석해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책임자들에 대해 엄벌을 촉구했다.
유성호
"진상규명은 차일피일 미뤄 놓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답변만 믿고 시간을 보냈는데, 그게 아니었다. (부장검사를) 6월 10일자로 전보발령을 내놓고, 17일이 되니 (문책성) 전보발령이 아니라 (김 부장검사가) 자진해서 그쪽으로 갔다고. 그때부터 (아이) 아빠와 내가 화가 나서. 그냥 평범한 가정의 아이 하나 죽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서울 남부지방검찰청 2년차 김홍영 검사가 자살한 뒤, 검사장과 차장검사를 만난 김 검사 부모들은 아이가 그냥 업무 스트레스로 죽음을 선택했을 리 없다고, 삶의 열정이 가득해 자살할 아이가 아니라고 하면서 죽음의 진상을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는 조사결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2주가 지나도록 전화 한 통화 없었고, 직속상관이었던 김○○ 부장검사는 전화나 카카오톡 메시지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 부장검사가 6월 10일부로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전보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법무부는 "문책성이 아니라 본인 희망에 따른 인사"라고 밝혔다.
아들이 죽은 지 한달이 다돼 가던 시점, 김 부장검사의 전보가 문책성이 아니라는 법무부의 언급이 나왔고 부모는 분노했다. 아들의 죽음이 유야무야되는 수순이란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부모는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고 아들의 사법연수원 동기들도 돕고 나섰다. 친구들은 아들이 생전에 카카오톡 대화방에 남긴 메시지들을 밝히고 나섰다. '자살 충동을 느낀다'며 부장검사의 폭행과 폭언, 각종 무리한 지시들에 대한 김 검사의 호소가 언론보도로 세상에 드러났다.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홍영 검사 어머니 이기남씨 등 유족과 사법연수원 41기 동기들이 요구한 것은 김 검사의 죽음에 대한 제대로된 진상조사다. 김 검사가 죽은 지 6주가 다 되도록 그 진상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검찰이 더 이상 사건을 축소 은폐하지 말고 책임자 처벌에 나서라는 것이다.
연수원 동기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다. 김 검사와 연수원 같은 반인 4반 출신 72명의 서명이 모였다. 하지만 같은 반이 아니었던 연수원 동기들도 서명에 나섰다 연수원 41기 990여 명을 대상으로 사흘간 서명을 받은 결과 712명이 참여했다. 단체행동에 제약이 있는 판사·검사 등 공직자들도 상당수 이 서명에 참여했다.
지난 1일 연수원 동기들의 집단행동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검찰청이 남부지검 자체 진상조사와 별도로 감찰 성격의 진상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김 검사 유족들과 연수원 동기들은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이씨도 밝혔듯 김 검사가 죽은 지 한달이 넘어가도록 별다른 조치 없이 유야무야 넘어가려 한 정황이 이미 드러났기 때문이다.
연수원 동기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우리가 아는 김홍영 검사는 명랑하고 유쾌한 성격에 축구 등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그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부모님과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이 있었기에, 업무 스트레스만으로 자신의 목숨을 버릴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며 "그의 죽음에 관한 진실이 묻히지 않도록 관계 당국의 조치를 끝까지 주시하면서 필요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시는 아들 같은 고통 겪는 검사 없도록 바뀌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