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교장과 모험놀이 상담을 했던 학생이 작성한 소감 글
강민혜
"사람은 누구나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을 해소하는데 가장 좋은 것은 '놀이(행동)'입니다. 몸을 움직이면서 상담하면 상대방에게도, 스스로에게도 마음이 열리게 돼요. 또 말로만 소통을 하려다보면 나와 상대방 사이에 대화해야 하는 강력한 동기가 없는 이상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에요. '행동'을 기반으로 한 모험상담이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이유죠. 서로에게 완벽히 집중할 수 있도록,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청소년 흡연은 '억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방 교장에게 어느 날 한 여학생이 찾아왔다. 화장실에 담배 냄새가 심해서 양치질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방 교장은 다음날 바로 앰프와 기타를 들고 화장실 앞으로 갔다. 무작정 노래를 했는데, 아이들 반응이 좋아 아예 '금연송'을 만들었다.
"다 되는데 담배는 안 되는 것 같다. /등나무 밑에 가면 하얀 담배꽁초가 이놈의 자식들 혼을 내야지만 막상 보면 천진한 얼굴 / 그들의 이야길 들어보면 참 안쓰러운 맘 자신도 모르게 담배에 사랑을 갈구하는 것, / 걱정하지 마, 할 수 있단다. 염려하지 마, 할 수 있단다. / 도망가는 너희들의 뒷모습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였을까, / 어른들이 해주지 못했던 일 그건 바로 사랑일 거야....." 지난 2014년 9월 방 교장이 발표한 금연송 '노 타바코(No Tabacco)'의 가사다. 2010년 첫 번째 싱글 '다시 시작', 두 번째 싱글 '길 위의 사람들'에 이은 가수 방승호의 세 번째 디지털 싱글이다. 그는 어릴 때 가수를 꿈꾸었는데, 교사가 된 후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가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누구나 도전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노 타바코'는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의 실시간 차트 100위권에 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김종국의 '사랑했나봐', SG 워너비의 '라라라' 등 히트곡 제조기라 불리는 작곡가 안영민이 곡을 만들었고, 슈퍼스타케이(K)를 통해 유명해진 가수 김그림이 방 교장과 듀엣으로 노래했다. 작사는 방 교장이 직접 했다. 모험상담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옮겼다. 그는 상담하는 동안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외로움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사랑이 부족한 아이들이 담배를 도피처로 삼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이 노래를 좋아해요. 불러달라는 말을 종종 합니다. 가사를 보면 선입견이 깨지잖아요. 계몽적인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불러보면 아니니까요. 그러더니 이제 학교에선 담배를 안 피웁니다. 작년에는 한 달, 올해는 한 달반 만에 학교에서 흡연하다 걸리는 학생들이 사라졌어요. 학교 청소 아주머니께서 화장실에 수북하게 쌓여있던 담배꽁초가 사라졌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학교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들이 금연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방 교장의 노력으로 '학교에선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이 아이들에게 생겨났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작은 변화가 금연으로 연결된다고 기대한다. 방 교장은 "학교에 있는 시간만 8시간인데 그동안 담배를 참는 인내심이 생긴 것"이라며 "앞으로 얼마든지 금연이 가능하단 얘기"라고 강조했다.
"흡연을 적발했을 때 가장 큰 원칙은 혼내지 말자는 것, 도망가는 아이들을 쫓아가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물론 우리 학교에도 세 번 이상 피우면 처벌이 있습니다. 담배는 중독이기 때문에 자기 힘만으로는 끊기 어려워요. 적당한 규율은 필요합니다. 단, 억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아이들도 이제는 방 교장을 닮아간다. 실용음악과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금연 버스킹(길거리 공연)'을 시작했다. 학교 일대에서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운다는 주민신고가 들어오면 방과 후에 해당 장소에서 공연을 한다. 방 교장이 담배꽁초가 나온 화장실 앞에서 통기타를 들고 노래했던 것처럼 말이다. 주민들도 학생들의 공연을 좋아한다. 담배 피우던 장소가 공연장으로 탈바꿈하고 매캐한 담배연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