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이정현의 통화 '목적'이 포인트"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전 청와대 홍보수석)으로부터 보도 통제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린 징계무효확인소속 항소심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김 전 국장은 항소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참사 보도 통제 압력에 대해 "(이정현 홍보수석이) 통화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는지,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는지, 이게 중요한 포인트이다"며 "KBS 는 국민으로부터 수신료를 직접 받는 국민의 방송, 더 나아가서 국민을 위한 방송이다. 따라서 KBS 역할은 권력 견제와 감시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이 KBS 역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핵심 포인트이다"고 말했다.
유성호
- 지금 사내는 어떤 분위기인가요?"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KBS 뉴스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보도 자체가 안 됩니다. 과거 이 사건으로 사장이 해임됐고, 지금 요직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당시 청와대와 길환영 사장의 보도 개입을 규탄했던 사람들임에도 관련 소식을 안 내보냅니다.
대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활동이 종료되는 날 이른바 '세월호 지킴이'로 알려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난하는 보도가 나갔죠. 박 의원이 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자료 제출 요구를 부도덕한 '갑질'이라며 비난하는 새누리당 보좌관의 음성을 익명으로 변조까지 해서 보도했어요. 야당 의원을 비판하는데 새누리당 보좌관이 취재원이고, 그것도 마치 동료 보좌관인 것처럼 포장했어요. 취재의 기본과 윤리를 지키지 않은 이 보도는 보도라고 볼 수 없어요.
저는 KBS 보도국 보도 책임자들이 도덕과 비도덕의 경계에 서 있다고 생각해요. 저널리즘과는 거리가 먼, 본인들이 생각하는 목적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KBS가 왜 이렇게 북한 보도를 많이 하는지, 왜 김정은의 사생활까지 일일이 알려야 하는지, 보도 책임자들이 의도하는 것에 부합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수준까지 온 게 아니냐는 거죠.
그럼 보도국 구성원들은 어떨까요. SNS에서는 답답하다는 얘기가 간간이 흘러나오지만, 공적 공간인 기자 게시판이나 전체 게시판에 보도를 비판하는 의견은 노조 성명 외엔 없습니다. 회사의 견제가 촘촘해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심지어 공정보도추진위원회 간사가 전화해서 '이런 식으로 보도할 것이냐?'고 따졌더니 그걸 가지고 회사가 징계를 내려요. 노조 간부도 공정방송 감시하다 징계를 받는데, 일반 기자들이 어떻게 보도 방향이나 누락행위 불공정성을 비판하는 글을 낼 수 있겠어요? 지금은 숨통이 막힌 분위기에요."
- 2014년보다 더하네요."맞아요. 제가 2010년 이 노조의 집행부로서 공추위 간사를 맡았어요. 물론 그때 저희에게 교섭권이 별도로 있어서 더욱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었지만, 그 당시와 비교하면 공정방송 후퇴는 물론 기자들의 자기 검열도 강해졌습니다. 보도책임자의 말도 안 되는 간섭과 징계시도 등도 막무가내 수준이죠. KBS는 많이 후퇴했어요.
물론 기자 스스로 책임이 가장 큽니다. 하지만 뉴스와 방송을 책임지는 사람에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공영방송은 국민의 의식에 큰 영향을 주기에, 불공정 보도는 국민에 대한 범죄행위입니다. 정부여당 편드는 편파보도가 한 번도 심판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이정현 의원은 '대통령이 봤다'면서 다음 뉴스에서는 그 기사를 빼달라고 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지난 1일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서 통상적인 업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럼 이전에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려요."저도 그렇게 들려요. '보도 다시 녹음해줘!', '심야뉴스에 내지 않으면 좋겠어', '왜 지금 보도해? 나중에 보도해'라고 청와대 관계자가 항의하는 걸 지금도 할 수 있다고 청와대가 사실상 선언한 거거든요. 이런 게 통상적 업무라면 공영방송을 청와대 구내방송쯤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에 "방송은 장악할 생각도 없고, 할 수도 없다"고 발언했습니다."이정현 의원이 정무수석을 한 건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였어요. 무슨 말이냐면, 처음에는 개입을 안 하다가 도중에 생각이 바뀐 게 아니고 말은 그렇게 하고 정부 출범하자마자 공영방송을 사사건건 관리했다는 거죠. 그리고 김시곤 전 국장의 폭로로 길환영 전 사장이 청와대의 꼭두각시임이 드러났습니다."
- 앞으로 새노조는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인가요?"이미 검찰에 고발조치를 했고요. 저희는 김 국장이 폭로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국회 청문회를 통해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된 언론 장악 의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지난 2008년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사임된 후 언론 대책 논의를 위해 이동관 청와대 비서관, 김회성 국정원 2차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회동을 한 사실이 <경향신문> 폭로로 드러나기도 했었죠.
언론 정상화는 단순히 미방위란 상임위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국회 차원에서 청문회를 실시해야 합니다. 저희뿐이 아니라 MBC와 사실상 공영미디어인 YTN 등에서 해고된 사람들이 아직 거리에 있습니다. 이거 정상화 해야죠.
출발은 청문회와 방송법 개정입니다. 두 가지는 함께 가야죠. KBS는 청문회할 게 너무 많아요. 세월호 특조위에서 청문회 해도 될 판이에요. 세월호는 물론 지난 2011년 민주당 회의실 도청 행위(당시 민주당은 KBS 수신료 관련 비공개 회의 내용을 한선교 의원측이 알고 있었다며, KBS 기자의 녹취 의혹을 제기했다-편집자 말)에 대해 진상이 밝혀진 게 하나도 없어요. 어떤 편파보도를 했고 그 과정에서 권력이 어떻게 개입했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책임을 물어야지 그렇지 않고는 안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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