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 심포지엄 비난한 <동아>, 소설 씁니까?

서울시교육청 주최 '알파고와 한국 교육 심포지엄' 비난한 <동아일보>

등록 2016.07.07 20:22수정 2016.07.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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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과 징검다리 교육공동체가 공동주최한 알파고 시대의 학교 교육 심포지엄. 6월 30일 서울에서 개최된 이 날 행사에서 알파고로 대변되는 인공지능 시대에 맞춰 한국 교육을 고민하는 자리를 갖었다. ⓒ 징검다리 교육공동체


"오늘 징검다리 교육공동체와 서울교육청이 공동주최한 알파고 시대의 학교 교육 심포지엄에 230분 정도 오셔서 꽉 채워 주셨습니다. 아주 좋은 심포지엄이었다고 호평해 주셔서 주최 측으로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알파고 시대에 대비하겠다며 서울시 교육청이 연 혁신교육 심포지엄에서 황당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 시간이 갈수록 알파고나 혁신교육과 관계없는 횡설수설이 이어지자 청중석에서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중얼거림이 나오기도 했다.'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 하나의 행사에 대해 극단적인 두 가지 평가가 있었다. 지난 6월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알파고 시대의 학교 교육' 행사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이어졌다.

앞서 '심포지엄이 아주 좋은 호평을 받았다'는 글을 쓴 사람은 서울시교육청과 이 행사를 공동 주최한 <징검다리 교육공동체> 이사장인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었고, 뒤에 혹평을 쓴 곳은 <동아일보>였다. 도대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처럼 양 극단의 모순된 평가가 있었던 것일까.

<동아일보>가 더 황당합니다 

문제의 <동아일보>가 관련 기사를 내보낸 때는 심포지엄이 있었던 다음날인 7월 1일. 이날 <동아일보>는 전날 있었던 '알파고 시대의 학교 교육'에 참여한 발제자와 토론자가 내내 황당한 발언을 토해냈다며 혹평을 했다. 기사 제목만 봐도 그 비판의 톤이 어떤지 알 수 있다(관련 기사 : "알파고 시대? 비정규직이라 걱정없어" 황당 발언 계속된 '혁신교육' 행사.).

<동아일보>가 기사를 통해 황당 발언으로 주요하게 문제삼은 대목은 다음과 같았다. 


"인공지능(AI) 때문에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한국은 그런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발제자)

"창의적인 비정규직으로 살고 있다. 그래서 일자리가 없어질 것에 대한 걱정 자체가 없다."(토론자)

정말 이 대목만 읽으면 황당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인공지능 기술이 없기 때문에 일자리 감소를 걱정하지 말라는 코미디 같은 대책이나 토론자로 나온 사람이 "나는 창의적인 비정규직"이라며 일자리 문제에 관심없다는 말을 했다면, 참으로 황당하지 않은가.

그런데 과연 정말 그날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는 <동아일보>가 혹평한 것처럼 발언한 것이 사실일까. 나는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이 행사를 공동주최한 징검다리 교육공동체 측에 행사 당일의 녹취록을 요청했다.

그래서 녹취된 자료를 토대로 확인해 본 결과 <동아일보>가 보도한 기사와는 다른 진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황당한 것은' 그날 행사에 참여한 발제자 및 토론자의 발언이 아니라 이를 비틀어 보도한 <동아일보>의 기사였던 것이다.

먼저 <동아일보> 기사가 인용한 그날 발제자의 발언은 전부 사실이었다. 당시 녹취록 워딩을 보면 이렇다.

"걱정하셨던 것처럼 알파고나 인공지능 기술에 의해서 한국사회에서 일자리의 감소라든지 하는 두려움은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한국사회는 그런 기술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을 가지고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기사를 쓴 <동아일보> 기자가 토론장에서 여기까지만 듣고 자리를 뜨지 않았다면, 왜 발제자가 서두에 이런 이야기를 꺼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발제에 나선 강정수 박사는 왜 이런 말을 한 것일까. 이어지는 강 박사의 발제를 들어보면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다. 따라서 긴 발제문을 아래서 간결하게 요약한다.

세간의 기우에 역설적으로 실태 고발한 강정수 박사

이 날 행사의 취지는 알파고로 대변되는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한국 교육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자리였다. 그렇기에 일부에서는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 과거 190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 초기처럼 사람들의 노동력이 필요없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강정수 박사는 이러한 세간의 기우에 대해 역설적으로 실태를 고발한 것이다. 즉, 중국 고사에서 늘 하늘이 무너질까봐 평생 걱정하며 살았던 기우의 사례처럼 벌어질 수 없는 일로 먼저 걱정하는 우리 한국 사회의 실태를 비꼰 것이다.

그러면서 이어진 본 발제에서 강정수 박사는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가 없어질 것을 걱정할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는 인공지능 기술 자체가 없어 세계 경쟁력에 많이 뒤처져 있는 점을 더 걱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을 우리나라가 지금 걱정해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나라와 심각하게 벌어져 있는 기술의 격차를 더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 교육적 해결 방안으로 이제는 수업시간이나 시험 시간에 인터넷 검색을 활용하는 등 공유 지식 자산을 증대시키는 방안을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이러한 강정수 박사의 주장이 정말 황당한 발제인가.

<동아일보>가 기사에서 두 번째 황당 발언이라고 인용한 발언 역시 마찬가지였다.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인 박성미씨가 토론자로 나서 "산업사회에 한 번도 편입되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정말 창의적으로 살았다"며 "그래서 일자리가 없어질 것에 대한 걱정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아일보> 기사는 시간이 갈수록 알파고나 혁신교육과 관계없는 횡설수설이 이어졌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악의적 비난일 뿐이었다.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창의적 교육 강조가 황당?

그날 박성미 감독은 자신의 개인 경험을 설명하면서 창의적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었다. 영화감독으로서 정규직으로 일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끊임없이 창조적 삶을 스스로 만들어 생계와 자신의 목표를 이뤄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설명했다.

그래서 인공지능 시대에 기존의 아날로그 시대처럼 한 직장에서 안정적인 생계 유지를 위한 직업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가치로 또 다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창의적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그렇기에 인공지능 시대에 모든 일을 컴퓨터가 해 버리니 인간은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걱정하는 것보다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만의 창의적인 노동을 통해 수입원을 창출해 내자는 것이 이어진 토론의 주요 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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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30일 개최된 '알파고와 한국 교육 심포지엄'에 참석한 230여명의 참석자. 매우 관심있게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다. ⓒ 징검다리 교육공동체


대목만 끊어서 써 버리면 아무리 훌륭한 말도 헛소리가 된다. 그런 사례를 우리는 너무도 많이 봐 왔다. 국어사전에서 '머리와 꼬리를 자른다는 뜻으로, 원인과 결과를 빼고 요점만 말하는' 것을 거두절미라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영화 곡성의 명대사처럼 <동아일보>는 거두절미하고 도대체 '뭣이 중한지도 모르고' 무조건 비난부터 하고 싶었던 것일까.

실제로 <동아일보> 관련 기사를 인터넷에서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원색적 비난 일색이었다. 차마 그 댓글을 그대로 인용하기가 민망한 수준이었다. 과연 이것이 <동아일보>가 이처럼 사실과 다르게 기사를 쓰면서까지 얻으려 한 결과였을까.

작문을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실만을 써야 하는 기자에게 가장 치욕적인 항의는 '소설 쓰냐?'는 비난이다. 따라서 나는 <동아일보>가 쓴 그날의 토론 관련 기사의 진실을 확인한 후 묻고 싶었다.

"동아일보, 소설 쓰십니까?"
#고상만 #징검다리 교육공동체 #알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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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운동가,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조사하는 조사관 역임, 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등 군 사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오마이북),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돌베개), 다시 사람이다(책담) 외 다수.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 등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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