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낸 건강보험료, 왜 이렇게 쓰이고 있나

[건정심 독점 권한과 문제점②] 건정심, 가입자 주축 구조로 바꿔야

등록 2016.07.13 23:46수정 2016.07.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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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는 2002년 건강보험 재정위기로 만들어진 사회적합의기구입니다. 이 기구에서 우리 국민들이 한해 내는 보험료, 병의원이 받는 수가, 건강보험에 들어가는 급여내용과 범위가 결정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국민들이 낸 보험료를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구조에는 국민들의 의견보다는 정부의 정치적 고려, 여러 이익집단의 요구가 더 많이 고려됩니다. 이는 해외의 경우와 비교해도 많이 잘못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국민들에게 건정심과 건강보험정책결정구조의 문제점을 알리고, 대안을 마련하는 기획기사를 준비했습니다. - 기자 말

 건정심의 구조를 민주적으로 바꿔야 한다.
건정심의 구조를 민주적으로 바꿔야 한다. 픽사베이

우리는 급여내역서 내지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통해 건강보험료 인상 또는 인하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관심이 없으면 내가 건강보험료를 얼마만큼 지불하는지 알지 못한 채 지나치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라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난 후, 진료항목이 건강보험에 적용되는지, 아니면 안 되는 비급여 항목인지 알 수 있는데, 이를 흔히 어려운 말로 건강보험 보장성이라고 한다. 이처럼 내가 매달 내는 건강보험료는 어떤 기준으로 책정되는 걸까? 왜 어떤 항목은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걸까? 이런 것들은 누가 결정하는 것일까?

건강보험의 보험료율, 적용되는 범위, 수가 등 건강보험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을 하는 곳은 바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아래 건정심)이다. 건정심이 처음부터 건강보험의 최고의사결정기구는 아니었다.

1999년 당시 국민건강보험법이 제정되고 2000년 시행되면서 건강보험 제반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기구가 필요했다. 그 결과 가입자대표 20명(직장가입자 10명, 지역가입자 10명)과 공익대표 10명으로 구성된 재정운영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기구로 가입자(국민), 공급자(의료계), 공익 대표 등으로 구성된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가 출범하였다.

그러나 건강보험은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의료계의 의약분업 반발로 병원이 집단 폐·파업을 하고 네 차례 수가를 인상하면서 재정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이때 정부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만 적용되는 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이하 특별법)을 제정한다. 동시에 재정을 포함해 건강보험 관련 정책이 통합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는 명목아래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를 없애고 건정심을 신설한다.

각 위원회의 역할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건강보험의 주요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역할이 건정심으로 넘어오고 사실상 재정운영위원회는 무력화되었다. 문제는 원래 가입자 중심으로 건강보험의 주요결정이 이루어졌던 것이 건정심이 설립되면서 공급자와 가입자가 결정하는 기형적이 구조로 변모하게 되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흑자, 가입자에게 좋은 의미 아냐

건정심 위원은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차관을 제외하고 24명으로 구성된다. 그 중 정부가 지목한 사람 8명(실질적으로 가입자 대표라 할 수 있음), 공급자(의료계)가 지목한 사람 8명, 공익 대표가 8명이다. 이 구성을 보면 왠지 1:1:1로 구성된 것이 꽤나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먼저 가입자들과 보험자(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에 결정되어야 하는 사안에 공급자가 참여하는 것도 문제지만, 위원들 대부분이 공급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이들로 구성된다는 점은 더 문제다. 표면적으로는 공급자가 전체 위원의 1/3인 것처럼 보이지만, 공익대표도 정부가 지목하는 학자, 정부관계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은 수가 그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요양급여비용 인상을 보험료율 인상으로 보전하는 문제 등이 발생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가입자 대표 중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은 사람을 제외하고 나면 진짜 가입자를 대변하는 사람은 24명 중 2~3명에 불과하다.

24명 중에 가입자를 대변하는 사람이 고작 2~3명이라니, 믿을 수 없지만 이게 현실이다. 이처럼 가입자를 대변하는 힘이 미약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2011년 이후, 건강보험은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건강보험은 2014년 13조원, 2015년 17조 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이 누적되었다. 문제는 건강보험의 흑자가 가입자에게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건강보험의 지속적인 흑자가 발생하는 원인은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아 국민들이 의료비 부담을 느껴 병원 이용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선택은 보장성을 높이는 바른 설계보다는 흑자 유지였다. 건정심은 작년 2016년 건강보험 보험료율에 대해 인상률 동결, 0.5%, 0.9% 인상안 중 0.9% 인상을 결정하였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2016년 건강보험료를 더 내게 된 셈이다.

건정심 구조, 민주적으로 재개편 해야

17조 원이라는 막대한 흑자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의료서비스를 보장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되레 건강보험률을 높였고, 여전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으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높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문제의 답은 앞서 이야기한 고리타분한 역사적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재정악화로 특별법이 제정 된 후 기형적인 구조가 여전히 그대로 유지되며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건정심의 구조가 민주적으로 재개편되는 것이다. 15년 전에는 건강보험의  재정이 악화되었던 상황이었다면 현재는 건강보험이 흑자를 내고 있다. 따라서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 가입자가 주축이 되었던 구조로의 회귀가 필요하다. 내가 낸 보험료가 나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 줄 것이라고 믿으며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는 국민들의 믿음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정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입니다.
#건강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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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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