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부터 콘돔 회사까지, 죄다 독재자 일가 손에

[해외리포트] <글로벌 위트니스>, 훈센 캄보디아 총리 일가 재산 공개

등록 2016.07.16 20:11수정 2016.07.1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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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위트니스의 폭로 이후 지난 8일(현지시각) 훈센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자신의 집무실에서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 본 사태에 대한 자신의 의연함을 은연중에 과시하는 쇼맨쉽까지 발휘했다. (좌로부터 막내사위 뿟치웃, 장남 훈 마넷, 장녀 훈 마나, 막내딸 훈 말리, 훈센총리, 차남 훈 마닛. 소치콩 프놈펜시장.)
글로벌 위트니스의 폭로 이후 지난 8일(현지시각) 훈센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자신의 집무실에서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 본 사태에 대한 자신의 의연함을 은연중에 과시하는 쇼맨쉽까지 발휘했다. (좌로부터 막내사위 뿟치웃, 장남 훈 마넷, 장녀 훈 마나, 막내딸 훈 말리, 훈센총리, 차남 훈 마닛. 소치콩 프놈펜시장.)훈센 총리 페이스북

영국에 근거지를 둔 비정부기구 <글로벌 위트니스>가 최근 캄보디아 훈센 총리 일가의 패밀리 '비즈니스'를 공개해 현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총리 일가와 깊은 연관이 있는 현지 기업은 211개로, 관련 재산을 돈으로 환산하면 2억2천만 달러(약 2525억 원)가 넘는다. 이 언론은 이를 두고 '제국'이라고 표현했다.

<글로벌 위트니스>가 발표한 '적대적 인수'(Hostile Takeover)라는 보고서는 <캄보디아 데일리>와 <프놈펜 포스트>를 통해서도 현지에 상세하게 보도됐다. 동시에 <뉴욕타임스>와 <더 가디언> <타임> <파이낸셜 타임스> 등 해외 유력 매체들도 비중있게 다루자 31년째 장기 집권 중인 훈센 총리 일가가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이 보고서는 훈센총리의 형제자매뿐만 아니라, 자녀들과 그들의 배우자, 심지어 조카까지 총 21명이 직접 소유하거나 지분을 가진, 또는 이사직으로 등재돼 있는 기업들을 낱낱이 파헤쳤다.

건설, 부동산, 관광, 항공, 무역, 고무공장, 광산, 소매업....

 영국에 근거지를 둔 글로벌 위트니스가 7월 초 발표한 캄보디아 훈센총리 일가의 비지니스에 관한 폭로 보고서 적대적 인수 (Hostile Takeover)표지.
영국에 근거지를 둔 글로벌 위트니스가 7월 초 발표한 캄보디아 훈센총리 일가의 비지니스에 관한 폭로 보고서 적대적 인수 (Hostile Takeover)표지. Global Witness

이 보고서에 따르면, 훈센총리의 가족들이 직접 소유하거나 투자, 이사 등의 직함으로 직접 연관이 있는 기업들은 건설, 부동산, 관광, 항공, 무역, 고무농장, 광산, 그리고 소매업 비즈니스까지 총망라한다. 이들 기업 중 그동안 사회적으로 여러 문제를 일으켰던 기업들도 적지 않다. 그외 한국의 LG전자를 비롯해 애플, 노키아, 혼다, 캐논 카메라 등과도 비즈니스상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훈센 총리의 큰딸인 훈 마나는 가문의 '비즈니스 여왕'으로 불린다. 총리의 다섯 남매 중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바이욘TV>와 일간지 <캄푸치아 트마이 데일리> 사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전통적 미디어의 중심축이 그의 손 안에 있는 것이다. 상공부 자료에 따르면 그는 그 외에도 다수의 기업군을 소유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녀와 연관된 기업만 무려 22개가 넘는다. 이들 중 18개 기업에 대표이사로 있다. 이들 기업의 총자산 지분을 화폐로 환산하면 6670만 달러(한화 약 766억 원)가 넘는다. 방송광고제작사인 문 미디어, 씨엠립에 있는 앙코르국립박물관 운영사인 뮤지엄 컴퍼니, 관광부가 모든 공식행사에 사용하는 생수 비에텔 프리미엄, 로얄그룹 투자사, 캄보디아 전력청에 전기를 파는 민간 전기 공급 업체도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훈 마나가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로얄그룹투자사'는 '꿋멩'이라는 캄보디아 최고 재벌이 보유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항간에선 로얄그룹이 짧은 기간 동안 사업적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를 훈센 총리와의 친분 관계 때문이라고 말한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지난 2007년 주캄보디아 미국 대사관의 내부 문건에도 그가 정부여당 측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 나온다. 총리인 아버지를 이어 딸과 이 기업 오너간 모종의 유착관계가 있는 건 아닌가 의심할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훈센 총리의 큰아들 훈 마넷은 육군중장으로 총리경호부대장을 맡고 있다. 비즈니스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대신 아내인 핏 찬모니가 큰 사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그녀는 노동부 차관 픽소폰의 딸이기도 하다. 현재 8개 기업들과 직접적인 연계가 되어 있으며, 멀티상영극장인 '리전드 시네마'와 LG 전자제품 현지독점판매권을 지닌 현지기업 '지 기어(G Gear)'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훈센총리의 둘째 아들 훈 마닛 역시 군고위직은 개인 기업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한 관계법령이 있음에도 누이인 훈 마나와 훈 말리와 함께 전기 회사에 이사로 버젓이 등재되어 있다고.

 현지 국회의원인 훈센총리의 막내 아들 훈 마니가 RCY 청소년 단원들과 독립기념판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현지 국회의원인 훈센총리의 막내 아들 훈 마니가 RCY 청소년 단원들과 독립기념판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박정연

현직 국회의원인 막내 아들 훈 마니도 여러 기업군을 보유한 재벌로 알려져 있다. 아내인 임 차이 린은 임 차일리 부총리의 딸로 현재 6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광물탐사기업의 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의약회사 지분도 20% 갖고 있다. 그 외에도 싱가폴회사가 프놈펜에 개발 중인 2억5천만 달러(2870억 원)짜리 호텔 콘도미니엄 <더 베이> 지분 51%를 취득했다.

총리의 막내딸 훈 말리는 프놈펜 뚤꼭 고급쇼핑몰을 포함해 7개 기업의 지분을 소유했다. 그 외에도 조니워커 위스키, 헤네시 꼬냑 등 유명 양주 회사와 듀렉스 콘돔, 네스카페, 크리넥스 티슈, 코로나 맥주 등 일반소비재 수입회사에도 상당지분을 갖고 있다. 훈센 총리의 여동생은 이들 회사에 대한 캄보디아 내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다.

그리고 훈 말리의 남편인 풋티웃은 현재 소마그룹을 포함해 총 7개의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가 소유한 회사는 지난 2012년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스사와 제휴를 맺은 바 있다. 1년 전 이 미국 회사와 맺은 환경대체에너지개발사업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대신 보증하는 서류를 가지고 있다.

그는 현재 소마건설회사 이사로도 등재되어 있으며, 이 회사는 현재 수백만 달러 규모의 프놈펜 국제공항 확장 공사 프로젝트와도 매우 깊은 연관성이 있다. 이 회사는 특히 확장공사로 공항 주변 주민들과 1년이 넘는 지루한 토지 분쟁을 벌이고 있다.

풋티웃은 경찰과 경비인력을 동원해 공항 주변에 거주하는 165세대를 쫓아내려 했다. 제대로 보상도 하지 않고 쫓아내려 하자 주민들이 2012년 당시 아세안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려다 볼 수 있도록 페인트로 지붕에 S0S라고 써서 도움을 요청한 사건도 있었다. 여기 가담한 주민들은 결국 12시간 동안 경찰에 의해 강제 구금당했고 벌금을 낸 후 풀려났다.

훈센 총리의 막내아들인 훈 마니의 처남인 임 레앙은 쿤 세아르 수출입무역회사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프놈펜 뚤꼭 지역의 토지 분쟁에 연루된 회사로 현지 언론의 비난을 받았던 악덕기업이다. 지난 2014년 폭력배를 동원해 땅주인을 폭행했다. 심지어는 독뱀이 든 마대자루를 창문에 집어넣는 악행까지 저질렀다. 결국 땅주인과 가족들은 다른 곳으로 이사 갔다.

총리의 큰 사위 디 위체아는 마약왕으로, 미국 FBI의 수사상에도 오를 정도로 악명 높았던 전 경찰청장 혹 렁디의 아들이다. 그는 현재 '포세이돈'이란 이름을 가진 도박회사 주식을 보유중이며 이사로 등재로 되어 있다. <블룸버그>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그는 슬롯머신사업을 운영한다.

그 외 훈센의 조카는 프놈펜에서 가장 유명한 호주체인인 '글로리아 진 커피' 체인을 운영하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드록 카페'도 운영 중이다. 

노동자 집단 구타해도 흐지부지... 무소불위 총리 일가

 훈센총리의 장남 훈 마넷과 그의 아내 핏 찬모니의 모습. 노동부 차관 픽소폰의 딸이기도 한 그녀는 총 8개 기업들과 직접적인 연계가 되어 있으며,  멀티상영극장인 ‘리전드 시네마’와 LG 전자제품 현지독점판매권을 지닌 현지기업 ‘G Gear’의 회장직을 갖고 있다.
훈센총리의 장남 훈 마넷과 그의 아내 핏 찬모니의 모습. 노동부 차관 픽소폰의 딸이기도 한 그녀는 총 8개 기업들과 직접적인 연계가 되어 있으며, 멀티상영극장인 ‘리전드 시네마’와 LG 전자제품 현지독점판매권을 지닌 현지기업 ‘G Gear’의 회장직을 갖고 있다.박정연

이 보고서는 훈센 총리의 형제자매들이 가진 재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다만 모든 사업이 불법적으로 운영된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해 최근 발생한 불법적인 사건들을 중심으로 문제점만 정리했다.

2013년 프놈펜 SL 봉제공장 노조파업 당시 회사 경비원들이 노동자들을 집단구타한 사건이 있었다. 조사결과 해당 경비회사는 훈센 총리의 여동생인 훈셍니가 운영하는 가루다 경비회사였다. 이 경비원들은 파업기간 회사의 사주를 받고 노동자들을 구타해 노조로부터 고소를 당했지만, 사건은 결국 흐지부지 처리되고 말았다. 

2010년에도 총리의 여동생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캉퐁스푸 HLH 농업회사를 통해 옥수수농장을 운영했는데, 사회운동가들과 지역주민들이 이 회사가 불법 벌목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 회사를 고소했다. 하지만, 이 사건 역시 조용히 끝났다.

캄보디아에서 가장 큰 비즈니스 중 하나는 수출입 관련이다. 이 보고서는 수출입 관련 비즈니스에 훈센가족 일가가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관여되어 있으며, 이 나라에서 가장 부패한 분야가 바로 '무역 비즈니스'라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캄보디아 수출입무역규모는 약 190억 달러였다. 그런데 같은 해 국제금융청렴조사위원회(Global Financial Integrity)의 조사에 따르면 결산과정에서 무려 4백만 달러(약 46억 원)나 누락됐다. 이는 무역 관련 서류들이 엉터리로 조작됐음을 추정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그동안 훈센 일가가 캄보디아의 굵직한 사업에 대부분 연관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일부 기업들은 총리 일가 소유로 공공연하게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이 보고서를 인용해 이렇게 구체적으로 기사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외국인 소유의 2개 영자신문을 뺀 현지 신문들은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축소해 내보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캄보디아 데일리>가 총리 일가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어떠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현직 국회의원인 총리의 막내아들 훈 마니는 모든 인터뷰 질의서는 국회를 거쳐서 보낼 것을 요구하며 전화상 답변을 거부했으며, 큰 아들 훈 마넷 역시 답변을 거부했다.

최초 보도한 <글로벌 위트니스> 역시 총리 일가 27명에게 접촉을 시도했지만 인터뷰에 응한 사람은 오직 훈센총리의 막내 사위인 뿌티웃 뿐이었다.

"나도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이 있음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이 단체 (보고서를) 존중한다. 나도 내가 그 가족의 그늘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큰 딸 훈 마나와 장남 훈 마넷, 차암 훈 마닛은 언론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로벌 위트니스>를 비난한 글을 올렸다. 그중 큰딸 훈마나는 다음과 같이 글을 올렸다.

"당신의 조직(글로벌 위트니스 지칭)이 우리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대중들에게 고의적으로 거짓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글로벌 위트니스>, 당신들은 선거들을 앞두고 나의 아버지의 업적을 더럽히려고 애쓰고 있다. 어찌 됐던 간에 우리는 당신들이 우리를 파괴하려는 노력에 감사드린다. 왜냐하면, 그러한 결과로 나의 아버지가 성취한 것에 대해 그들이 한 모든 거짓말과 대중에 대한 속임수가 결국 다가올 선거에서 나의 아버지에게 오히려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훈센 총리 가족들의 주장에 대해 <글로벌 위트니스> 공동창업자 패트릭 앨리는 "이러한 증거들을 단순히 부정하는 대신, 훈센 총리와 그 가족구성원들은 국내기업과 국제적인 기업과 현존하는 연결고리를 포함해 그들의 전 재산을 대중에게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다 준 이번 보고서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현지 신문기자는 이렇게 진단했다.

"이는 사실상 빙산의 일각이다. 훈센총리의 영부인 분라니 여사가 직접적으로 간여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선 이번 보고서에 나온 게 없다. 가족들이 차명으로 보유한 기업과 지분 등 밝혀지지 않은 기업들까지 모조리 공개된다면 그 금액은 일반인의 상상을 훨씬 초월할 것이다."

글로벌 위트니스는 보고서 말미에서 "훈센 총리 일가족들이 자신들의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캄보디아 법을 위반하고 있다, 거대한 부패다"라고 비난했다. 동시에 "이 자료가 투자자들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 위험 수위를 인지하게끔 함으로써, 비즈니스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훈센총리는 지난 2011년 한 연설에서 자신이 공직자로 받은 돈은 고작 매월 1150불이라고 밝히며, 청렴을 강조하는 동시에 고위공직자들이 숨겨둔 재산을 모두 공개하라고 강력경고한 바 있다.
훈센총리는 지난 2011년 한 연설에서 자신이 공직자로 받은 돈은 고작 매월 1150불이라고 밝히며, 청렴을 강조하는 동시에 고위공직자들이 숨겨둔 재산을 모두 공개하라고 강력경고한 바 있다. 박정연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훈센 총리는 여유로운 모습이다. 페이스북에는 해명 대신 자식들을 칭찬하는 글과 최근 찍은 가족사진 한 장을 올렸다.

한편, 해당 보고서를 보고한 영국의 <타임>은 지난 7일, 훈센 총리가 박봉에도 궁전 같은 고급저택을 여러 채 소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매년 거액의 돈을 기부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동남아시아 최장기 독재자로 기네스북에 오른 훈센 총리는 지난 2011년 한 연설에서 고위공무원들이 숨겨둔 은닉자산을 자진신고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덧붙여 본인의 유일한 수입은 국가지도자로서 매달 받는 1150달러가 전부라고 말했다. 연봉으로 따지면 1만3800달러로, 우리 돈 1600만 원 남짓이다. 

그런데, 마침 그가 자신의 월 수입을 공개한 날은 공교롭게도 4월 1일, 만우절이었다.
#캄보디아 #GLOBAL WITNESS #HUN SEN #HOSTILE TAKEOVER #훈센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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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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