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센총리의 장남 훈 마넷과 그의 아내 핏 찬모니의 모습. 노동부 차관 픽소폰의 딸이기도 한 그녀는 총 8개 기업들과 직접적인 연계가 되어 있으며, 멀티상영극장인 ‘리전드 시네마’와 LG 전자제품 현지독점판매권을 지닌 현지기업 ‘G Gear’의 회장직을 갖고 있다.
박정연
이 보고서는 훈센 총리의 형제자매들이 가진 재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다만 모든 사업이 불법적으로 운영된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해 최근 발생한 불법적인 사건들을 중심으로 문제점만 정리했다.
2013년 프놈펜 SL 봉제공장 노조파업 당시 회사 경비원들이 노동자들을 집단구타한 사건이 있었다. 조사결과 해당 경비회사는 훈센 총리의 여동생인 훈셍니가 운영하는 가루다 경비회사였다. 이 경비원들은 파업기간 회사의 사주를 받고 노동자들을 구타해 노조로부터 고소를 당했지만, 사건은 결국 흐지부지 처리되고 말았다.
2010년에도 총리의 여동생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캉퐁스푸 HLH 농업회사를 통해 옥수수농장을 운영했는데, 사회운동가들과 지역주민들이 이 회사가 불법 벌목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 회사를 고소했다. 하지만, 이 사건 역시 조용히 끝났다.
캄보디아에서 가장 큰 비즈니스 중 하나는 수출입 관련이다. 이 보고서는 수출입 관련 비즈니스에 훈센가족 일가가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관여되어 있으며, 이 나라에서 가장 부패한 분야가 바로 '무역 비즈니스'라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캄보디아 수출입무역규모는 약 190억 달러였다. 그런데 같은 해 국제금융청렴조사위원회(Global Financial Integrity)의 조사에 따르면 결산과정에서 무려 4백만 달러(약 46억 원)나 누락됐다. 이는 무역 관련 서류들이 엉터리로 조작됐음을 추정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그동안 훈센 일가가 캄보디아의 굵직한 사업에 대부분 연관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일부 기업들은 총리 일가 소유로 공공연하게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이 보고서를 인용해 이렇게 구체적으로 기사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외국인 소유의 2개 영자신문을 뺀 현지 신문들은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축소해 내보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캄보디아 데일리>가 총리 일가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어떠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현직 국회의원인 총리의 막내아들 훈 마니는 모든 인터뷰 질의서는 국회를 거쳐서 보낼 것을 요구하며 전화상 답변을 거부했으며, 큰 아들 훈 마넷 역시 답변을 거부했다.
최초 보도한 <글로벌 위트니스> 역시 총리 일가 27명에게 접촉을 시도했지만 인터뷰에 응한 사람은 오직 훈센총리의 막내 사위인 뿌티웃 뿐이었다.
"나도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이 있음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이 단체 (보고서를) 존중한다. 나도 내가 그 가족의 그늘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큰 딸 훈 마나와 장남 훈 마넷, 차암 훈 마닛은 언론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로벌 위트니스>를 비난한 글을 올렸다. 그중 큰딸 훈마나는 다음과 같이 글을 올렸다.
"당신의 조직(글로벌 위트니스 지칭)이 우리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대중들에게 고의적으로 거짓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글로벌 위트니스>, 당신들은 선거들을 앞두고 나의 아버지의 업적을 더럽히려고 애쓰고 있다. 어찌 됐던 간에 우리는 당신들이 우리를 파괴하려는 노력에 감사드린다. 왜냐하면, 그러한 결과로 나의 아버지가 성취한 것에 대해 그들이 한 모든 거짓말과 대중에 대한 속임수가 결국 다가올 선거에서 나의 아버지에게 오히려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이러한 훈센 총리 가족들의 주장에 대해 <글로벌 위트니스> 공동창업자 패트릭 앨리는 "이러한 증거들을 단순히 부정하는 대신, 훈센 총리와 그 가족구성원들은 국내기업과 국제적인 기업과 현존하는 연결고리를 포함해 그들의 전 재산을 대중에게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다 준 이번 보고서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현지 신문기자는 이렇게 진단했다.
"이는 사실상 빙산의 일각이다. 훈센총리의 영부인 분라니 여사가 직접적으로 간여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선 이번 보고서에 나온 게 없다. 가족들이 차명으로 보유한 기업과 지분 등 밝혀지지 않은 기업들까지 모조리 공개된다면 그 금액은 일반인의 상상을 훨씬 초월할 것이다." 글로벌 위트니스는 보고서 말미에서 "훈센 총리 일가족들이 자신들의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캄보디아 법을 위반하고 있다, 거대한 부패다"라고 비난했다. 동시에 "이 자료가 투자자들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 위험 수위를 인지하게끔 함으로써, 비즈니스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