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문고장으로 멈춰선 세종보에 기름이 유출됐다. 기름 속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벤졸피렌이 발견되었다.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는 잠수부들은 그대로 들락거리고 있다.
김종술
"무슨 공사를 하시나요? 시멘트 같은 게 흘러내리는데 뭐죠?""아 별거 아녀요, 보 수문을 작동하는 유압실린더에 문제가 있는지 벽으로 조금 타고 흐르네요."곧이곧대로 믿을 내가 아니었다. 물체가 흘러내리는 쪽으로 무작정 걸어 들어갔다. 발전소 쪽 닫힌 수문 아래의 물색이 황색으로 번지고 있다. 샘이 솟듯 더 많은 양이 뭉글뭉글 솟아오르면서 하류로 흘러내리고 있다. 순간적으로 소리쳤다.
"저거 기름 아녀요?""기름인데 친환경이라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의심스러운 파란 천막을 확 걷어 버렸다. 200L 드럼통 20개가 감춰져 있었다. 유해문구가 적힌 부분을 카메라로 찍었다. 보를 세우고 눕히는 과정에 실린더에 들어가는 'Tectyl Hydro Syn 46'(하이드로신 바이오 46, 생분해성 유압작동유)이다. 붉은 표기가 된 위험경고 문구도 확인했다.
"무슨 소리냐. 친환경이라고 하지만 윤활유고, 기름통에 '삼키면 유해함, 피부에 자극을 일으킴, 눈에 심한 자극을 일으킨다고 적혀 있는데."화가 치밀었지만, 이를 꽉 물고 따져 물었다. 담당자는 작업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흘러내린 기름이 문제였다. 빨리 오일펜스 설치하고 기름을 제거해야 하지 않느냐고 재차 다그쳤다. 그리고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에 전화를 걸었다. 환경단체인 대전충남녹색연합에도 사실을 알렸다.
노란색 수자원공사 화물차량에 오일펜스가 담긴 빨간색 자루(4개)가 들어왔다. 어느새 10여 명이 넘는 직원들이 오일펜스를 설치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점심을 거르며 자리를 지켰다. 기자를 의식하듯 흡착포가 들어오고 그걸 물속으로 던져 넣었다.
기사가 나가는 시간에 녹색연합의 성명서도 함께 발표됐다. 친하게 지내던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다음날인 월요일 아침부터 언론의 취재가 시작됐다. 수문고장과 기름유출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그때부터 수공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수공은 유류 유출 시료 채수를 실시해 먹는 물 수질 기준항목 중 유류 관련 항목인 BTEX(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에 대해 수질분석했다. 분석결과 모두 불검출이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감추었다.
수공은 유출 기름이 석유계 재질이 아닌 해바라기씨 등에서 추출한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세종보 유출 작동유 대부분이 자연분해 되고 독성 없는 친환경 인증 제품, 하류 하천 수질 이상 없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언론들은 이걸 그냥 받아썼다. '자연분해 식물성', '독성 없는 기름', '수질에 문제없어', '하천 이상 없어'등등 '컨트롤 A-V'로 작성된 기사들이 터져 나왔다. 수공의 나팔수 같았다. 고장 난 세종보 유압호스가 터져서 기름이 유출되고 보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도하던 언론은 순간 바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