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도 '동성애 확산 반대'성소수자들의 문화행사인 제16회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이 열린 지난 2015년 6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엄마부대 봉사단을 비롯한 기독교 신도들이 모여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다.
유성호
모든 혐오는 무지와 편견에서 출발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가 과학과 이론의 외피를 뒤집어쓰고 등장할 때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우생학이다. 우생학의 과학적 근거는 취약했지만 학문의 이름으로 우생학 이론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리고 우생학은 20세기 전반에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같은 현상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에서는 우생학이 공고했던 인종 차별을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우생학의 영향력이 강했던 당시, 미국은 '피가 섞이면 안 된다'는 이유로 이민제한법을 통과시켰고, 수용소에 수감된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강제 불임 시술을 했다. 가장 비극적인 사례는 독일의 사례일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는 유태인들을 열등한 민족으로 지목했고, 이는 잘 알려져 있듯 대량 학살로 이어졌다.
혐오가 과학이나 하나의 의견이 될 때, 이런 끔찍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가 된 교육부 공청회지난 15일 교육부는 '학교 성교육 자료 보완 및 표준안 운용실태 연구'라는 공청회를 개최했다. 교육부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 검토 결과를 공유하고 교육 자료를 보완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가 공유한 검토 결과에는 교육 현장의 실태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고, 공청회 자체도 기습적으로 발표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현행 성교육 표준안이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고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청회 개최 자체의 의의는 있었다.
하지만 교육부가 부적절한 토론자를 초빙함으로써 이 공청회는 그나마도 가지고 있던 의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토론자로 성소수자 혐오 단체에 소속되어 있거나, 단체의 교재를 집필한 사람을 섭외한 것이다.
일례로 토론자로 참석한 김지연 한국성과학연구협회 교육국장은 기독자유당 비례대표 3번으로 출마했다. 기독자유당은 지난 총선에서 '동성애 반대'를 구호로 내걸어 문제로 지목된 바 있다. 또한 한국성과학연구협회는 동성애를 '비정상적인 성 행태'로 지목하며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문제가 된 또 다른 토론자인 박세나 서울성모병원 촉탁의는 이 단체가 출간한 성교육 교재의 저자이다.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현장에서 '남성 간의 항문성교가 에이즈나 암 등을 유발한다'는 식의 혐오 발언을 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가 주최하는 공공 행사에 성소수자 혐오 인사가 초빙되는 사례는 기존에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주에서 열렸던 '광주 학생인권 개선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이다. 이 행사에도 성소수자 인권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초빙되었고, 이들은 학생인권 조례의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 금지' 조항을 문제 삼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15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공청회 (토론자) 섭외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주최한 것이므로 토론자의 면면에 대해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특정 사상을 갖고 있다고 해서 토론회 참석자로 자격이 모자란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해명했다고 한다.
공공행사에서 혐오 발언을 막아야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