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역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 대덕연구단지 BRT 정류소.
박장식
한누리대로를 빠져나와 대전천변로로 들어섰다. 버스 안에 서 있는 승객에겐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꽤나 오랫동안 달리다가 대덕연구단지 정류소 안으로 들어선다. 어, 뭔가 형태가 신기하다. 고속도로 1차로 상에 '중앙차로버스정류소'를 설치한 것이다. 계단을 통해 지하 정류소로 내려가는 형태이다. 굉장히 신기한 시스템인데, 차후에 경부고속도로와 같은 고속국도상에 버스 정류소를 설치할 때 참고할 만한 모델처럼 보인다.
입석이 안 되는 것이 아쉽다 기사님이 "이게 세종에서 대전까지 얼마 안 걸려요, 대전 시내까지 70분이면 고속버스 타는 것보다 빠를 걸요?"라고 이야기를 하셔서 "어유, 전철이랑 완전 똑같네요"라고 대꾸를 했더니 "이게 입석이 안 된다는데, 41명밖에 못 태우면서 입석이 안 된다면 그 많은 사람이 보고 뭐 타고 출근하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입석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지금도 뒤에 보면 서 있는 사람들 있잖아요"라고 답하셨다.
개통 첫날 많은 홍보 없이 제한적으로 운행했지만, 벌써 퇴근 시간대에 대전 방향 입석이 생겨날 정도로 많은 승객이 몰렸다. 비슷한 직종에 근무하는 직장인이 많다는 세종시 지역의 특성상 노선이 빠른 속도로 알려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개통 이전에 지역 주민 사이에 꽤 소문이 난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 버스의 배차 간격은 15분. 그러면서도 수송 가능한 인원은 기존 990번 BRT에서 쓰던 차량에 비해 턱없이 적다. 원칙적으로 입석이 불가능하지만, 그것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좌석 차량의 특성상 승객이 설 수 있는 통로가 매우 좁다. 5분에 한 대씩 다니지만 출퇴근 시간대에 콩나물시루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반석-세종 간 BRT보다 더한 지옥문이 열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곳에 입석형 차량을 들여 넣으면 법령에 위반된다.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된 고속화도로 경유 버스의 입석 금지조치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버스 회사는 이미 건설이 완료된 대전천변로를 이용하면서 문이 BRT 승강장보다 낮은 위치에 있고, 승하차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다시 말해 BRT 규격과 맞지 않는 고속형 차량을 계속 투입하고 있다. 대전 BRT가 '차량 규격'으로 딜레마에 빠진 상태이다.
대전광역시에서는 당초 좌석으로만 운행하려던 계획을 22일부터 입석도 가능하도록 바꾸고, 버스 전면의 잔여 좌석 표시기도 탑승 가능 여부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 아닌 탑승참고용으로만 사용하는 상태이다. 일부 버스는 아예 철거한 상태. 하지만 입석이 불가능하다는 하나의 문제만 해결했을 뿐, 버스 문이 BRT 승강장에 긁히고, 버스 계단이 BRT 승강장보다 낮으며, 승하차 시간이 오래 걸리고, 유모차와 휠체어는 이용이 불가능한 것과 같은 원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도로 위의 지하철'이 대전에서는 통하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