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한 모바일 게임의 운영자가 썼다고 알려진 글. 김자연 성우의 하차를 긍정하는 이들의 논리이기도 하다.
화면캡처
하지만 이 주장은 역설적으로 수많은 외주 노동자들이 기업의 이익 논리에 의해 침해 받는 현실을 시장 논리에 기대 '계약 관계'라는 이유로 정당화할 뿐이다. 그러므로, 이번 논란은 성우 개인의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외주 노동자들의 인권이 "혐오"에 의해 얼마든지 내쳐질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며, 당사자 간의 합의가 마무리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쩌면 이는 올해 초 쯔위가 겪었던 양안문제 사과 논란과 매우 많은 부분에서 겹쳐보인다.
행위의 당위성을 떠나서, 쯔위의 사과는 많은 부분을 시사했다. 첫째, 기업은 언제나 시장의 요구에 부합한다는 것. 둘째, 그 요구가 배타적 민족주의와 같이, 혐오에 기반한 정서도 시장 논리에 따라 얼마든지 수용될 수 있다는 것. 셋째, 그 과정에 있어 모든 책임은 서열 밑바닥에 위치한 노동자 개인을 억압함으로써 해결된다는 것이다.
물론 두 사건에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쯔위는 최소한 한국에서는 배타적 민족주의 폭력과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비정한 '어른들'의 논리에 희생 당한 피해자로 다뤄졌다. 세상 물정 모르는 걸그룹 멤버가 보호 받지 못하는 비극으로 소비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자연 성우의 메갈리아 논란이 쯔위와는 정 반대로 비춰진 것은, '여성으로선 마땅히 받아야 할 남자의 보호'를 거부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여성의 주체성은 남성의 도움을 통해 성립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보호와 도움이라는 시혜적 시각 속에 정당화 되었던 부조리마저 거침없이 비판하는 것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Girl do not need a PRINCE"(여자는 왕자를 필요치 않는다) 티셔츠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는 단순한 홀로 서기가 아닌 남성 중심적 사회의 기득권 체계에 대한 도전이다.
그러므로 이 논란은 남성 중심적 사회 아래에서는, 똑같은 노동문제라 할지라도 페미니즘과 관련 된다면 어처구니없이 배제 당한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들은 남성 중심적 사회에 대해서도 끊임 없이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에, 기존의 질서가 유지되길 원하는 동등한 관계의 남성들에게서도 쓸데없는 갈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배제되는 것이다. 즉, 페미니스트들은 계급 투쟁의 문제에서도 카스트 바깥으로 밀려나는 것이다.
진짜 페미니즘과 가짜 페미니즘, 진정성의 함정그럼 사건 자체로 돌아가보자. 표면적으로, 김자연 성우가 문제가 되었던 것은 페미니스트 티셔츠가 메갈리아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판매되었다는 것이다. 김자연 성우를 문제 삼는, 그러니까 넥슨의 계약 해지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메갈리아는 페미니즘을 빙자한 '남성 혐오' 집단(이를 가짜 페미니스트 혹은 페미나치 라고도 한다. - 필자 주)인데, 이 집단을 문제 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나치즘과 같은 혐오 사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 입장에 대해서는 게임동아의 조영준 기자의 (<클로저스 성우 교체 논란, "왜 넥슨이 욕을 먹어야 하나?">
http://game.donga.com/84682/) 라는 칼럼에서 잘 정리되어 있다.
해당 칼럼에서는 모바일 게임 <이터널 클래시>의 선례를 들어 업계의 당연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어떤 기업의 서비스건, 서비스 내에 특정한 사상이 부각 되면 대중들에게 논란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최소 수십억 원의 부담을 진 기업 입장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예시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