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권적인 가장 교육적인표지사진
교육공동체벗
어떠한 사람도 자신이 속한 사회로부터 주입받은 인식·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이는 책 <가장 인권적인, 가장 교육적인>에서 논의의 바탕이 되는 전제이기도 하다. 학생인권조례를 중심으로 학생인권에 대해 14명의 교사·인권 전문가들의 글을 모아놓은 이 책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이 교사-학생 간 관계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문제이다.
많은 교사와 기성세대들이 교사-학생 간 관계를 일방적인 계도와 훈육의 관계로 인식하고 있다. "체벌 금지는 경찰관에게 총, 곤봉, 수갑을 빼앗는 것과 같다"는, 본문에 제시된 어느 교수의 발언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인식의 근원은 19세기 프로이센으로부터 시작된 교육정책에 있다. 근대 교육의 목표는 학생의 지성 발달이 아니었다. 산업이 원하는 인력에 대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적당한 수준의 지식을 주입받은 노동자를 양산해내는 것이었다. 비판적인 사고방식을 기를 만한 교육 없이 복종과 순종을 통한 사회화만이 강조되었다. 서구의 대세가 된 프로이센식 공교육은 일제강점기 일본과 미군정기 미국에 의해 한국사회에도 자리 잡게 된다.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학생들이 교사를 때리거나 모욕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학생인권에 대해 여러 가지 분야가 있음에도 유독 이런 일들이 조명 받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교사는 학생을 사회화하는 상급자이기에 폭력을 가해도 되지만, 학생은 사회화를 주입받아야하는 객체이기에 무조건적으로 순종해야 하는 셈이다. 이 구도는 근 백여 년에 거쳐 우리 사회와 그 구성원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아 왔다. 학생들을 존중하려는 교사부터, 심지어 피해자인 학생들 중에도 권리보다는 체벌이나 그에 준하는 제어수단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인간이 인간이기에 권리를 갖듯 학생 또한 학생이기에 앞서 인간이기에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학생인권의 당연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기성세대를 바꾸는 것은 힘들다. 그들은 교육이 사회화의 과정이라 인식하는 사회에서 살아왔다. 억압을 받아왔음에도 그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온 결과 돈도 벌고 가정도 꾸리는 '나름의 성공'을 이루어냈다. 성공은 자신의 방식에 대한 확신을 줌으로써 사람을 보수적으로 만든다. 관련된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아닌 이상, 자연스럽게 지금까지의 교육 방식이 옳은 방식이라 여기게 된다.
교육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존재는 학생들이다. 그들은 기성세대보다 기존의 인식의 영향 하에 살아온 세월이 더 적다. 무엇보다도 이 문제의 당사자이다. 이미 학교를 떠난 기성세대에 비해 그 중요성이 더 와 닿을 수밖에 없다. 학생인권조례의 원칙들과 인권교육의 방법론은 학생들의 의식을 깨우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학생들이 의존하게 만들면 안 된다.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면 학생들이 그에 의존해 인권침해가 있어도 신고만 하고 끝날 것이다'는, 본문에 언급된 인권운동가의 걱정은 일리가 있다. 아무리 좋은 원칙과 교육이라도 일방적으로 주어지기만 한다면 학생들의 주체성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각 학교의 규칙에서부터 학생인권 법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의 목소리와 참여가 가능해야 한다. 역사상 많은 개혁과 혁명이 그러했듯 의식의 전환은 참여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책의 저자들은 학생인권 운동에 앞장서온 사람들이다. 그에 대해 많은 공부와 사유를 했을 것이고, 덕분에 근본적 원인에 대해 고찰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 또한 사회의 인식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던 듯하다. 총 14명의 저자 중 학생은 한 사람도 없다.
20대조차도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소속의 저자 한 사람이 전부다. 학생의 참여를 주장하는 책에서도 학생들은 객체였던 셈이다. 책의 내용에 동의하고 공감함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이다.
가장 인권적인, 가장 교육적인 - 학생인권이 교육에 묻다
한낱.최형규.조영선 외 지음,
교육공동체벗,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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